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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Dec 28. 2022

별빛 없이 홀로 빛나는

King Crimson 킹 크림슨 <Starless>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이란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누구에게나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데, 이렇게 쉽게 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달 지…

그나마 ‘one of the’ 라는 수식을 붙여 준다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겠지만 여전히 편하게 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로서는 다행히 여기, ‘one of the’를 붙여 준다면 반드시 언급을 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 ‘King Crimson’ 킹 크림슨의 <Starless>가 그것이다.

 

최고의 에너지를 지닌 진홍빛 왕좌 가장 윗자리에 올려놓은 다음, 이를 한번 더 세상의 모든 음악 속에서 빛을 발하게 하니 대단하긴 하겠다.

 

음악에 눈을 제대로 뜬 순간이 'King Crimson'의 기괴한 앨범 자켓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을 마주한 이후였기에 그들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단순히 대단한 것 이상으로 큰 울림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Red]는 많은 이들이 수긍하는 좋은 곡들이 넘치는 앨범이다.

여러 곡이 흘러 흘러 마지막 대미를 <Starless> 본 서사시가 떡하니 자리 잡고 마무리를 하는데 그 당시 음악을 들었던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

메인 테마의 아름다움 또한 말할 수 없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곡 구성력에 사로잡혀 완벽한 포로가 되었다.

'King Crimson'의 영향력과 거대한 음악의 세계를 여기에 언급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고 본 글쓰기의 주제에 맞게 한 곡으로 집중해 의미를 찾는 것이 작은 소임일 것이다.

 

음악은 몇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멜로트론의 정적 속에서 홀연히 피어나는 Fripp 프립선생의 기타 메인 테마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저며 온다. 음악 속의 시가 읽혀지며 하나의 주제를 제시한 이후, 또 다른 세상의 색채가 점점 짙은 농도를 띄며 숨통을 조여 온다.

이 세상은 또 다른 망자의 세계이다. 베이스의 굳건한 믿음 위에 이리저리 테마를 헝클어주는 색소폰과 드럼의 난장이 지나간다.

이것은 나의 마음일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일까.

뒤틀어진 오버드라이브로 변형된 reprise는 어지러진 폭풍 속에서 한줄기 낙뢰와 같이 우뚝 솟아오르며 형언할 수 없는 존재감을 남긴다. 천둥과도 같이 천지를 진동시키고는 세상은 다시 어둠 속으로 잠들어 간다.

 

끝나고 알았지만 곡의 길이가 12분 18초가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6분 정도였을 것 같은데… 엄청난 심상을 뿜어 놓고 간 자리를 돌아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을 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구성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구나라고 수긍할 수 있을 뿐이다.

LP카페 등 음악을 신청할 수 있는 곳에 가면 가끔씩 본 곡을 요청하곤 하는데, 제대로 사운드를 뽑아주는 곳이라면 커다란 사운드로 압도해서 들었을 때 정말 행복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휘몰아치는 삶의 혼란 속에서 마지막에 길어 올린 정수와도 같은 깨달음을 상징하는 듯한 테마의 솟구침은 이 음악의 백미이다. 누구에게나 살아간다는 것은 복잡한 의미를 가진다. 어떤 의미를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 평생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본 음악의 백미는 마치 대신해서 '그런 순간은 반드시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선사해 주는 것으로 믿고 싶다.

 

 

King Crimson [Red] 1974 <Starless>

https://youtu.be/OfR6_V91fG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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