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Jan 12. 2023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도 단박에

Spitz 스피츠 고양이가 되고 싶어

어릴 적의 기억은 뇌가 다 잊어버리게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되면 가장 이른 나이라 하더라도 초등학교 등교 이후의 기억들이 지배적이고, 나로서도 그 전의 기억들은 한 두 가지 편린들이 존재할 뿐 확실히 송두리째 삭제되어 있다.

1학년 입학식 후 혼자서 집으로 오는 길을 털레털레 걸어왔던 정도가 유년시절의 첫 기억이니 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상한 음악들을 틀어 놓기도 했었는데, 특히 어린이집에 차 타고 갈 때 즐겨 틀어 놓았던 음악이 있었다. 그 한국어도 아닌 이상야리꾸리한 발음의 음악을 아이는 꽤 좋아해 주었고 나중에는 원곡을 다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영어는 모르지만 렛 잇 고를 절창 할 수 있었던 그 당시 아이들처럼.

이제 중학생도 훌쩍 넘은 아이에게 최근 정말 오랜만에 그 음악을 틀어 준 적이 있는데, 단박에 알아차릴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버퍼링을 겪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어린이집을 오가는 차 안에서 가사를 통으로 줄줄이 외울 정도로 즐겨했던 음악이었는데도 말이다.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려는 뇌의 속셈은 수상쩍다. 그래도 기억해 주어서 다행이다. 이 좋은 음악들을 말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들도 단박에 좋아할 수 있는 친화적인 싸운드’

엿장수 마냥 시작하며 꼭 소개하고 싶은 밴드가 있다.

 

‘Spitz’스피츠는 일본의 대표 밴드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30여 년이 훌쩍 넘은 장수 밴드로써 멤버 교체 없이 꾸준히 앨범을 발매해 주며 사랑받고 있으니 그 정도 수식어는 당연하다.

사실 어떻게 그들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는 기억할 길이 없다. 단지 어떤 시기에 음악을 들었을 것이고, 강렬한 기억에 앨범을 한 장씩 일본반으로 수입해 15장 정도 사 모아가며 거의 1년 이상은 그들의 앨범만 정독했던 것이니, 얼마나 즐겨했을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창 이들을 공부할 당시 한국 최초로 11집 [スーベニア 스베니아] 라는 앨범만 라이선스로 발매되었는데 이때는 이미 전성기가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로서는 처음 1집부터 연대기 별로 앨범을 차곡차곡 사 모아가며 듣기를 했기 때문에 주옥같은 초기, 중기 음악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지만, 라이선스반으로 처음 그들을 접했던 이들은 과연 어떠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11집 이후부터는 무언가 정형화된 느낌이 주는 아쉬움에 천천히 손이 덜 가더니만 12집 [さざなみCD] 앨범을 산 이후로는 이후의 행보를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들 11집 등 이후를 안정기라고 일컫는 모양인데, 너무 안정적이어서 그랬는지 나의 심상과는 맞지 않았다. 결국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그들의 주옥같은 과거의 앨범들은 라이선스 앨범으로 접하지 못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정말 좋아했던 이들은 과거에 이미 일본판으로 준비해서 충분히 즐기었기에 한국의 팬층도 꽤 두터웠다. 앨범의 가사들을 모조리 번역해서 풍성하게 자료들을 정리해 주었던 사이트들도 있었고 내한공연도 했었으니 말이다.

 

글을 쓰며 오랜만에 앨범들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참으로 괜찮다. 곡들 하나하나가 나무랄 데가 없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뛰어나서 앨범을 틀어 놓으면 그대로 흡수가 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미소년의 얼굴과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는 보컬 쿠사노 마사무네에 의해 만들어진 대부분의 곡들은 리더를 맡고 있는 타무라 아키히로의 베이스 리듬섹션과 만나 또한 중요한 음악 지점을 연결하고 있다. 칼리지 락이라고 불리워야 하나 그런 지칭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만큼 어떤 안정성을 부여한 수식어로 보면 어떨까. 안정적이다란 말은 일면 심심하다는 말로 오해할 수가 있는데 다양한 음악 장르들을 그들만의 영역으로 흡수하여 4인조 밴드가 즐겁게 보여줄 수 있는 모두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라이브 실력도 출중하여 언젠가 한국에 다시 내한한다면 풀쩍풀쩍 뛰어다니는 타무라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바램을 가졌던 것도 기억난다. Spitz가 거의 일본의 국민밴드 형태로 1987년 결성 후 현재까지 밴드 교체 없이 35여 년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곡과 연주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반증할 것이다.

 

신혼 초기 한동안 열댓 장의 앨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한동안 틀어 놓았던 일화가 있다. 그래서 아내는 알게 모르게 Spitz의 백 몇십 곡들을 몇 달 동안 자신도 모르게 흘려듣게 되었으며, 아마 그녀는 어딘가에서 Spitz의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흐릿한 기억을 소환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연대기의 수많은 곡 중에서도 어쨌든 애착 가는 작품이 존재한다.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좋아하는 곡들이 팬들 간에도 서로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과히 명곡이라 칭하고 싶은 곡은 1999년 B side앨범으로 발매된 <猫になりたい 고양이가 되고 싶어>로, 잊을 수 없는 인트로의 아름다움과 서두에서 밝혔던 아이의 추억까지 담아서 원픽으로 정리하고 싶다. 이 흡인력 정도면 과히 공통적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한동안은 벨소리도 만들어서 전화가 올 때마다 즐거워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앨범 원곡을 소개할지, 라이브 앨범을 정리할지 고민을 하다가 1997년 라이브에서 불렀던 버전을 삽입했다. 라이브 음악은 좀 거칠 수는 있더라도 철철 비가 내리는 야외공연장에서 아랑곳하지 않는 팬과 하나가 되어 들려주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볼 때마다 눈시울이 젖곤 한다.

 

만약 가리고 가려 하나 정도를 더 찾아본다면 1994년 5집의 가장 선두에 서서 전율적인 인트로를 선사하는 <たまご 알> 을 꼽아보고 싶다. 당신은 결국 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될 거야 라는 주문 같은 매서운 자신감이 있다.

 

아쉽게도 저작권 때문일지, <たまご 알>의 유튜브 버전은 찾을 수가 없다. 맘에 드는 이들은 어떻게든 나중에 찾아 들을 것이다.

주문에 걸릴지 말지는 본인의 몫으로 남겨 둘 뿐.

 


1999년 B-SIDE 앨범 [花鳥風月] <猫になりたい 고양이가 되고 싶어> live ver

https://youtu.be/ZVvfQVFeWbw




매거진의 이전글 별빛 없이 홀로 빛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