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s of Canada [Music has the right to
이런 시간적으로 쓸데없는 음악을 소개해서 미안하긴 한데,
아무도 시간을 들여 들을 리 만무한 음반을 얘기해서 미안하긴 한데,
인생에서 어떤 음악을 만나 진심으로 행복했어요 라고 꼴까닥 숨 넘어가기 전에 고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만한 음악임에 어쩔 수가 없다.
Boards of Canada 보즈 오브 캐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Duo
정식 발매된 앨범 1998년 1집을 시작으로 단 4장
리스닝 일렉트로닉 음반 카테고리
…이렇게 단순히 규정해서 얻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Boards of Canada의 음악을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개인적으로 떠올릴 때면 ‘무정형’이란 단어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잡히지 않고 무정형의 생물처럼 떠다니고 변형되고 소멸되고 다시 뭉쳐지기도 한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극찬과도 같다.
이 앨범들은 우선 너무도 따뜻하고 편안하여 무의식 중에 자꾸만 손이 가게 된다. 그냥 틀어 놓으면 이 만한 릴렉스도 없다. 그리고 들을 때마다 끊임없이 다른 심상을 제시해 주어 새롭게 다가온다.
어려운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질적이지 않고 우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 마냥 편안하다는 것이니 이 어찌 선택하지 않겠는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비트와 몽글몽글한 사운드, 수많은 저장고에서 가려 뽑아 왔을 소리의 향연, 그러나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차분함을 함께 보여 주는 역설이 본 음반들을 아름답게 한다.
앨범 자켓의 빛바랜 흑백사진과 구체적인 형상이 삭제된 얼굴, 어떻게 보면 본 앨범 자켓이 그들의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이라고 했으니 어린이들에게 많이 들려주면 몸에도 좋고 마음의 성장에도 좋을 것임이 당연하되 집구석에서 틀어 놓으면 딸래미가 기겁할지도 모르겠다. 1998년 작 본 앨범이 꽤 오래전에 나왔음에도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을 보면 나 역시도 젊을 때는 본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물을 알아버린 마음에 진심으로 고마울 뿐이다.
오무라이스 잼잼을 보면 작가 조경규가 젊은 시절 미국 횡단 여행 때 가져간 가져간 목록 중 1집 앨범 자켓을 그려 놓은 씬이 있는데, 생뚱맞는 만화책에 나와서 적이 놀라기도 했지만 역시 이 앨범은 숨 죽은 듯 많은 이들에 의해 깊은 곳에서 갈비뼈 마냥 빛날 것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Boards of Canada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 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