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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Feb 05. 2023

Bitches Brew를 좋아하게 된 날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Sanctuary>

때로는 너무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소홀하게 대하기도 한다.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워낙 많이 언급이 되어 마치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천재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도 그런 케이스일 것 같다. 왜 그가 그렇게 추앙받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공부를 해야 했다. 그만큼 그가 걸어온 궤적이 거대하고 다이나믹하기 때문이었으며,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한 이후 그나마 좀 더 그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난번 Bill Evans 빌 에반스를 주저하다 끄적여 본 이후 천하의 Miles Davis도 얘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바 개인적인 관점에서 느끼고 있는 바에 대해서만 언급해 본다.


그가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장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연구하고 선구자처럼 리드해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연대기와 재즈 연대기가 맞물리기 때문에 Miles Davis 음악만 공부해도 재즈의 전반적인 시대 감각을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게 그리고 재즈 음악을 듣는데 정말 많이 유용하다.

시대 트렌드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들을 때 책을 곁들여 보면 정말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을유문화사에서 발행된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의 전기가 그것인데, 초기부터 죽을 때까지 그의 발자취가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기술되어 있다. 와중에 언급되는 앨범들을 하나씩 들어보는 맛이 얼마나 쏠쏠한지...

그가 어떤 상태일 때 앨범이 녹음되었고, 라이브가 진행되었다는 것이 생생하게 기술이 되어 있으며, 동료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가 잘 나와 있으니 음악의 무대를 아스라한 과거로 쉬프트 시켜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창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늦게 온 연주자 보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다음턴에 조인하라고 하는 그런 현장의 이야기는 이 외계인들이 어떻게 천재적으로 미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Miles Davis의 어떤 연대기 음악에 더 정이 가는지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50년대의 쿨재즈와 비밥재즈 시대 때의 활동들, in 시리즈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Steamin’, Relaxin’, Workin’, Cookin’).

재즈 최고의 명반 중 하나인 [Kind of Blue] 60년대 모달 재즈 시대 음악을 좋아하는지.

[In a Silent way]부터 확실히 해까닥 하기 시작하는 70년대 Wayne Shorter 웨인 쇼터 퓨전 시대를 좋아하는지. 

Michael Henderson 마이클 헨더슨과 함께 했던 [Pangaea] 같이 70년대 후반 일렉트릭의 광풍 시대를 좋아하는지.

재기 후 Funk를 삽입한 Marcus Miller 마커스 밀러 시대를 좋아하는지.


여기서 개인의 재즈 성향이 확실히 갈릴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재즈 연대기가 다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20대 때 재즈 듣기에 한창 시작일 때는 50, 60년대의 음악들이 너무 좋았고, 반면 [Bitches Brew] 같은 앨범들은 이게 어째서 재즈 역사상 가장 명반이란 거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전체적인 그의 연대기를 책을 읽어가며 다 훑은 연후에는, 70년대 Wayne Shorter 시대 연대기가 개인 성향임을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으며 그 들리지 않던 [Bitches Brew]가 왜 희대의 명반인지를 120%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정답은 없으며, 어떤 연대기를 편애하든 그는 재즈의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살았기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폐부를 빗겨 찌르는 듯한, 하늘로 쏘아 올려진 그의 트럼펫 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본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앨범 중 하나를 소개하고, 이를 안내할 곡으로 CD 1면에 담긴 <Sanctuary>를 링크해서 아찔한 전율의 음악 듣기를 공유하고 싶다.


Miles Davis [Live at the Fillmore East] 1970 <Sanctuary>

https://youtu.be/CPRhZFmlVnU







앨범 전체를 듣고자 한다면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1GwmzLFxDT21leLJTM7Blt6OEPqG3x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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