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ic Youth 소닉 유스 [Washing machine]
얼터너티브 음악이란 것은 결국 아름다움이라고 칭하는 음계, 목소리, 구성 요소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비밥에 반기를 들고 프리 재즈가 태어나고, 클래식 음악에서 아방가르드 현대 음악이 태어나고, 촌철살인의 리프와 기교에 염증을 느끼며 얼터너티브 락이 씬을 점거하고, 세상을 대체한 음악은 이게 다시 기성이 되어 또 다른 얼터너티브의 항거에 무릎을 꿇고.
그렇다면 얼터너티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생명력은 얼마나 짧아야 하겠나. 자기가 만든 음악이 다시 부정을 당해야 하는 입장임을.
매 순간 끊임없이 자기부정을 하고 자기반성을 하여야 할 것이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영향받은 후임이 어퍼컷을 날리며 치받아 올 때도 유연하게 분석하고 이용해야 할 때도 있다.
아방가르드 씬의 최전선인 뉴욕에서 결성된 Sonic Youth 소닉 유스가 Noise rock 노이즈 락으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계속 활동을 해 왔고,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그래서 그만큼 의미심장하다.
1983년 [Confusion is sex] 첫 앨범 이후 잠정적으로 2009년 [The Eternal] 마지막 앨범이 나오고, 그 이후에도 개인 솔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는 모습은 많은 음악인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음악인들이 나이가 듦에 따라 앨범에서 보이는 음악의 에너지는 어떤 곡선이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나타날 수 있는 수순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 에너지는 계속 긍정적으로 변모해 왔으며 사운드를 꾸준하게 발전시켜 왔다고 자평하고 있다. 나름 이 씬에서는 존경을 받는 대가로 봐도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누군가 특정 시기의 사운드를 좋아했다고 얘기하면 이 또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노이즈를 이용하는 방법도 계속 변화해 왔을 것이고 이를 편애하는 지점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1988년 [Daydream nation]과 이후 앨범들을 추천을 하곤 하며, 전혀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 중기 앨범들 중, 그리고 Sonic Youth를 접해보려는 분들에게 [Washing Machine]을 들어보기를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다.
노이즈 락을 들을 때 기대하는 바는 어떤 부분이 있을까.
잔뜩 지저분한 사운드만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우주로 날아가 버려 소통이 안될 수도 있다. 단정한 노이즈 락을 듣고 있다가는 하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사운드가 청자를 계속 자극하고 정해진 라인을 탈선시키기도 하고, 순간 충격을 줄 때도 있어야 하겠다. 달콤한 무언가를 데코레이션 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몸이 붕 뜬 유사마약의 에너지를 준다면 최고일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보면 이만한 앨범이 없다는 데 결론이 난다.
[Washing machine]은 또한 녹음이 잘 되어 있어 노이즈를 받아들이기 위한 기본이 아주 좋다. 사운드 자체만으로 주는 쾌감을 잘 느낄 수 있다.
Sonic Youth가 주는 장기 중 좋아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메인 테마가 지난 후 120 BPM 정도의 속도로 베이스와 드럼이 반복적이고 주술적인 달리기를 시작하면 그 트랙 위로 쏟아져 내리는 노이즈의 향연이 그것이다. 본 앨범에는 이런 접근법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즐기기에 가장 좋았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노이즈가 중독적으로 다가와 노이즈 락의 음악들은 정돈된 앨범 연주보다는 라이브를 즐기곤 하는데, 스튜디오 앨범으로 라이브에 못지않는 최면적인 노이즈를 좋은 녹음으로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해했다.
그 정점에 있는 곡으로 19분 35초에 달하는 <The Diamond sea>를 내세우고 싶다. 심지어 이 곡은 방송용을 위한 짧은 버전까지 있다.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나와서 이들은 20분을 노이즈로 잔뜩 뿌려 놓고 싶었겠지만.
이 다이아몬드 바다를 지나가기 위해서는 짧은 항해로는 어림도 없다. 20여분을 바다 깊은 곳에서 표류하고 부유하게 만드는 그들의 에너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요즘 좁은 세상에 참 어렵지만 커다란 사운드로 틀어놓고 온몸으로 음압 사운드를 흡수하면 완벽히 다른 매력을 알게 된다.
이 바다를 통과하고 도달한 끝은 안전한 모래사장이 아니다.
또 다른 노이즈의 항해가 시작될 것이고 서사시가 낭독될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다른 바다로 떠난다.
Sonic Youth [Washing Machine] 1995년 <The Diamond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