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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Mar 01. 2023

우리는 경찰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시작합니다.

John Zorn [Naked City]

여기 [Naked City]라는 무서운 동네가 있다.

앨범의 전면에는 머리에 총을 맞고 죽어 있는 사람이 널브러져 있다. 흑백으로 처리되었다 하더라도 심히 불쾌할 수도 있겠다.

속에 든 음악들은 그에 더하여 누구에게는 더욱 악취미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신호를 마구 무시하고 질주하는 대쉬보드에 앉아 있으려니 급 브레이크와 깊숙한 커브에 몸은 속절없이 휘청거린다. 광풍의 회오리 속에서 건져 올릴 화살이 보일 수가 있을까?


200여 종의 앨범을 내고, 수많은 프로젝트, 영화음악, 다양한 장르, 전위 음악의 핵심 활동, 클래식부터 월드뮤직, Jazz, Punk, grind core까지 섭렵하는 John Zorn 존 존, 그의 광풍 에너지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접하기 전부터 큰 부담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혹은 그가 주로 활용하는 Free Jazz 프리 재즈와 실험 음악적인 어법이 높은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는 현재도 뉴욕의 낡은 아파트에 틀어 박혀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978년 첫 앨범 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이미 50여 년이 지났다. 지독하게 지난한 시간들이다. 정말.


종횡무진 달려가는 발자취들을 따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접근법이 있겠지만 나로서는 그를 접하기 위한 일순위로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Naked City로 잡고 그 첫 번째 동명 타이틀 앨범 [Naked City]를 언급하고 싶다.

실험 음악 형태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풍경을 가지고 있기에 각자가 느낀 감동이 비슷하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나 적어도 그 당시의 에너지는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Free Jazz, grind core, Punk, surf 등 온갖 장르들을 흠뻑 흡수한 후 느와르 영화 같은 상상력과 급박한 충격파까지 더하여 처음 접한 청자를 올가미로 잡아채는 매력적인 앨범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앨범의 이름이 탄생한 배경은 1940년대 필름 느와르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또한 앨범의 커버 또한 40년대 실제 범죄현장을 누비고 다녔던 현장 사진가 (Weegee)의 작품이다. 도시에서 풍기는 거칠고 지저분한 뒷골목의 이미지들은 여기 음악이라는 형체로 만들어져 수많은 내러티브를 드러낸다.

딱히 규정될 수 없고, 정형화가 되어 있지 않을 때 가지는 음악의 힘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펄프 픽션]이 떠오른다면 이 또한 재미있는 교감거리다.


본 작업의 재미는 오늘날 유튜브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라이브에서 더욱 진면목이 드러난다. 복잡한 템포와 에피소드로 가득한 앨범을 그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일사불란하게 엮어내고 그 와중에 자신의 섹션인 알토 색소폰까지 불어대며 라이브를 소화한다.

무대에서 부단히 바쁜 그이지만, 기꺼이 그 음악의 페르소나로 참석하여 라이브를 빛내 준 뮤지션들과의 협연 과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평생의 시간을 정진하고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창작하고 협업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예술가란?’ 이란 질문에 가장 부합한 답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여기 마중물을 위해 곡을 드러내더라도 앨범을 5%도 반영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All or Nothing이다.


John Zorn, Naked City [Naked City] 1989년 <Saigon Pickup>

https://youtu.be/8gJVvM4ralQ




전체 앨범이 어떨까

https://youtu.be/It5D3w534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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