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Apr 09. 2023

왜냐하면 나는 너를 듣기 때문에

TOE <Past and Language>

여기 과거시험 마냥 시제를 제시한다면.

그렇지만 정답은 없기에, 각자의 떠오르는 단상은 수많은 경험과 지식이 농축되어 서로 다르게 드러나게 된다.


1.    Past

나에게 다가오는 듯하다 순식간에 멀어져 버리는 일상,

부끄러움이 켜켜이 쌓여 갈 때 과거는 때론 무거움을 한 줌 털썩허니 던져 주기도 한다.

예고 없는 강타에 손사래 치며 털어버리려고 하지만 찜찜함은 남아 있는 편.

그래도 틸레털레 다시 걸어가야지, 혹은 빗방울 새겨주는 웅덩이들을 무겁게 뛰어넘으며 가야지.

누군가 나에게 과거의 심상을 정리하라고 한다면

조그만 다락 골방에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싶은 마음이라 칭하고 싶겠지.

왜 좋은 마음을 가지지 않는 거야 라고 얘기해 봐도 부끄러움이 먼저 치받아 오는 것은 이제 조금 성장했다는 증명일지도.


2.    Language

나의 언어는 너와 달라.

종이 한 장 차이만치 미묘한 차이일 뿐이라도 우리는 서로 측면의 결이 달라.

그것을 모르고 쌓아 왔던 감정이 수년이 지나갔어.

빵부스러기마냥 가볍고 소모적인 언쟁들은 사실 언어가 달랐단 것뿐인데.

우리는 영원히 같은 언어를 사용할 수는 없을 거야. As second language일 뿐이지

그래서 이해해 줘. 해석이 필요할 땐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네이티브처럼 알아듣기를 바라지는 말아 줘.

계속 연습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 줘.


1+2. Past and Language

두 단어가 합쳐졌을 때 드러나는 심상은 어떤 게 있을까, 각자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TOE의 음악이 배경으로 퍼지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까.

개인적으로 ‘회한’이라는 비슷한 동질감을 드러내는 단어가 떠오른다.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훑어 내리고 지나간다.

나는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인 것 같으니 그 예기는 최근 에야 조금은 성장했다는 의미도 되겠다. 바꿔 말하면 그전에는 개차반으로 사람들을 대했다고 봐야 하겠지.



예술은 한번 작가에게서 나가서는 홀로 선다고 한다. 그가 처음 나왔을 때는 작가의 마음을 투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홀로 세상에 나와 누군가에게 다가갔을 때에는 그들의 심상에 깊이 박히며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예술이 생명을 얻게 되는 즐거운 힘이 아닐까 한다.


여기 일본의 Post rock 포스트락 밴드 TOE를 소개하며 나도 모르는 웅얼거림을 여과 없이 끄적여 보았다.

이런 토해냄은 일면 구질구질하여 자신 외에 읽는 이에게 악취미일 뿐인 것을 알지만 <past and Language>를 들으며 그들은 이 음악에서 어떤 것을 느끼셨어요 라고 질문하는 것 같아서 머릿속에 있는 것을 언어로 적어 내려가는 시도를 해 보았다.


TOE는 2000년에 결성되었으니 벌써 23년이 지난 장수 그룹이며, 수많은 instrumental rock 밴드들 속에서 탑 티어에 들어간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도 두세 차례 왔다 갔고, 스페이스 공감에서 그들을 위한 편을 별도로 편성했을 정도로 한국에도 팬층이 있다.

그들의 음악을 구성하는 강렬한 차별점이 몇 가지가 존재하는데,

첫 번째로, 트윈 기타로 펼쳐지는 아르페지오에 기반한 서사이다. 가사가 없는 음악적 특성이 가지는 핸디캡을 서사와 구성에 초점을 맞추어 서정성을 기반으로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다가, 폭발할 때는 여과 없이 터트려버리게 된다.

음악 자체는 헤비 하게 들리기는 하는데 이것은 음악이 헤비 하다기보다는 밴드의 농축된 에너지 자체가 크게 전해짐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일면 복잡하고 치밀한 음악을 구사하며 4명의 합이 발전되는 과정을 즐기는 카타르시스가 어마어마한데, 여기에는 밴드의 음악을 바닥에서 지지하고 TOE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인자인 드러머 Kashikura Takashi 가시쿠라 다카시의 리듬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드러머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드러밍은 상세한 세필을 활용한 완벽히 차별화된 밑그림을 보여 주고  있다.

가사는 없는데 마치 드럼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으니 TOE의 서사가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앨범보다 반드시 라이브로 음악을 듣는 게 더 뛰어난 밴드이다.

너무 좋은 라이브 실황들을 연도 별 풀버전으로 볼 수 있도록 갈무리가 잘 되어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음악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껴본 기억이 많이 있을 텐데 이들은 들을 때마다 머리가 쭈삣쭈삣 차오르는 에너지를 준다. 마치 영화 보듯 라이브 공연을 몇 번이고 보면서 즐기는 것이다.

<Because I hear you>이기 때문에 오래오래 음악 들려주기를 항상 고대한다.


TOE [The book about my idle plot on a Vague Anxiety]  2005년 <Past and Language>

https://youtu.be/oRKYqrG_aiY

매거진의 이전글 청소할 때 듣기 좋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