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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Apr 14. 2023

미얀, XX하다가 늦었다.

Mike Bloomfiled, Al Kooper, Steve Stills

미국 어느 변방의 Al Kooper 알 쿠퍼라는 올갠을 기똥차게 만져주는 아저씨가 밴드 좀 하다 보니 어느 날은 좀 한가했나 보다.

게다가 대서양 건너 Beatles 비틀즈라는 놈들은 끝도 없이 승승장구하더니 뭇 젊은이들의 시선을 다 가져가 버렸다.

우 씨, 나도 니 정도는 하는데… 홧김에 그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에게 연락하여 프로젝트 성으로 녹음을 한번 하자고 보챈다.

블루스 기타를 나름 맛깔나게 끼적거리던 친구 Mike Bloomfield 마이크 블룸필드는 방구석에서 장판 디자이너 하기도 그렇고 마침 한량의 시간도 귀찮아져 그러지 뭐 하며 친구의 제안을 덥석 문다.

Al kooper는 오케이 하며 그날로 냉큼 이틀 동안 녹음 부스를 예약해 두는데.

베이스와 드럼도 받쳐줘야 하니까 나름 최고의 세션들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놓고는 첫날의 녹음을 시작한다.

낭낭한 Mike Bloomfield의 기타 소리가 스튜디오를 한가득 울려 퍼지고, 거기에 신이 난 Al kooper의 하몬드 올갠도 그날따라 지이이이잉 무드가 찰 지기만 하다. 첫날의 성과는 나름대로 성공이구만.



다음날 오기로 약속했던 Mike가 오지 않는다.

똥 싼다고 늦었다고 머리 긁적이며 나타날 줄만 알았던 놈이 시간이 지나도 진짜 나타나지 않는다.

이기 미쳤나. 예약한 스튜디오 부스가 한 프로에 얼마인데.

다급한 마음에 벌게진 Al Kooper는 다른 친한 기타 친구에게 SOS를 친다.

화급한 마음에 후일 잘 대접해 주마고 달래서 스튜디오에 나타난 이는 Steve Stills 스티브 스틸즈.

그는 전날의 Mike의 창법과는 또 다른 깔삼한 주법을 바탕으로 준비한 곡들을 하나하나 녹음해 가는데…


이들이 유명하긴 유명했나 보다.

4개의 분할면에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색채와 함께 잘 디자인된 앨범 자켓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Super Session 슈퍼 세션이라는 싸구려 과대광고처럼 칭하게 된 이 앨범.

거짓말 조금 보태 이 우연의 조합으로 우여곡절 탄생하게 되었다.

이 두 기타리스트는 실제로 만난 적이 없으며 A면은 Mike Bloomfield와의 협연으로, 그리고 B면은 Steve Stills의 협연으로 녹음이 되어 있다.

이 우연은 우리에게 너무 다채로운 행복함을 줄 뿐인데, Al Kooper의 지휘 아래 잘 뽑아진 곡들은 하나하나가 훌륭하기도 하지만 백인 블루스의 찬란했던 청춘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편견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미국 백인 블루스에 대해 의외로 관심이 없을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블루스라고 얘기할 때 떠오를 수 있는 흑인 뮤지션 거장들과 비교해 봐도, rolling stones 롤링 스톤즈, Beatles 비틀즈를 위시한 브리티쉬 블루스, 록큰롤의 친근함과 비교해 봐도 왠지 다가서는 마음이 친근하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60년대 이후 싸이키델릭의 안개 속을 헤쳐 나가다 보면 수많은 보석이 명징하게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다.


천재 뮤지션들이 어느 날 뜬금없이 만나서는 똥 싸다 늦어서 우연히 만들어낸 역작.

이름도 찬란한 슈우퍼 세셔언.

정말 슈우파 세샨인지는 A면 첫곡 인트로를 들어보는 순간 그 낭창함에 빠져 한동안을 헤메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한 곡을 소개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다가 그래도 내가 제일 길다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11분짜리 아이가 씰룩거리며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물러서며 인정하는 이 분위기.


길지만 가늘지는 않다.


Mike Bloomfiled, Al Kooper, Steve Stills, [Super Session] 1968년 <Season of the Witch>

https://youtu.be/dnIFxKTxP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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