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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Apr 16. 2023

 우아한 FUCK

Lana Del Rey [Ultraviolence]

여성 뮤지션에 대해서는 특별한 애정이 있다.

이성이기에 줄 수 있는 다른 매력과 더불어 독자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목소리와 내외부의 방대한 표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Nicole Atkins 니콜 엣킨스를 애정 어린 마음으로 소개한 이후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11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이를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었다.


Lana Del Rey 라나 델 레이는 이름 자체가 주는 생경한 느낌을 어떻게 보면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수인 것 같다.

우리가 언급할 수 있는 유명한 여성 트렌드 가수와는 조금 빗겨 나간 이미지 말이다.

이 언니는 그래미 시상식에도 얼굴을 내미는 메인 스트림 뮤지션인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반어적인 냄새를 다분히 풍기고 있다.

한국에서 보자면 김윤아가 그런 뉘앙스를 보여준다고 할까.

그녀의 음악은 나름의 성역을 구축하고 있을지언정 모두에게 트렌디하게 소비될 만한 분모들이 분명 약하기는 하다.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Billie Eilish 빌리 아일리시 가  <When I was older> 류의 노래만을 부른다면 메이저급 가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이런 이미지조차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 절묘하게 가공된 마케팅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짜 이미지를 10년이 넘게 계속 고수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고전적인 분위기 연출, 가십을 통해 전해지는 그녀의 세계관을 포함하여 앨범에서 들려주는 신비로운 목소리, 클래식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 작법은 온전히 그녀의 실력이며 지금까지 발매된 앨범들은 이제 그녀 자체를 거울과 같이 투영하고 있음으로 판단해도 될 것이다.

이름은 생명을 얻어 때로는 이 뉘앙스가 풍기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Lana Del Rey의 예명은 이미 이름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의 내면을 적절히 꾸며진 종이 위에 독자적인 결과물로 투영하는 것이다.

2010년 앨범을 발매한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작품들은 하나의 아우라를 등지고 있다.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혹적인 목소리와, 오랜 시절의 풍경이 연상되는 화면 너머 느리게 타전되는 음악. Fuck과 Damn 마저 우아해지는 세계.

매해 달라지는 패션쇼처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되 그녀라는 브랜드를 드러내 주는 음악 지도는 결국 공통적인 감흥을 선사하며 성역의 벽돌을 한 줄 더 둘러치게 한다.

거기에 빠져서 헤매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풍경이 가득한데 그대는 어떨지 모르겠다.


이런 그녀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느끼기에는 2014년에 발매된 앨범인 [ultraviolence] 를 제격으로 꼽아보고 싶다.

흑백의 표지 화면에 하얀색 상의를 걸치고 있는 표지가 보이는데, 사실 글을 쓰는 도중에 연상된 화면은 흑백의 배경에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태였다.

이 착각은 아마 앨범이 커다랗고 깊게 구덩이를 파고 도사리는 상념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의 눈은 빛에 약하다.

그래서 더욱 밤하늘에 편안함을 느낀다.  

어둡디 어두운 세계 속에 낮게 빛나는 전구색의 불빛 같은 조도가 적당하다.

흑백으로 가득 찬 세계가 나타나고 눈이 어두움에 익숙해질 무렵.

풍성한 머리를 올려 감아 잘 정돈하고, 검정색 이쁜 드레스와 값비싼 장신구를 하고 다가온 그녀는 짧은 미소와 함께 손을 천천히 내민다.

그 손을 잡고 들어가는 고풍스러운 저택의 문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환영을 하고 있다.

무언가 잔인한 미소가 흘깃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위태로운 듯 흔들리는 촛불도 본 것 같다.

숨겨진 지하실의 문이 보인다.

가벼운 손짓으로 유혹한다. 그녀의 치명적인 목소리가 리버브를 가득 머금고 음울하게 속삭인다.

순간 멈칫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문을 힘껏 잡아당길 수 있다.

끄끄끼이이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송두리째 시꺼멓다.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들어서는 순간 왠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한 발을 내딛는다.


어둠이 다리를 감싸고 천천히 올라온다.

침잠한다.

어두움이 주는 아름다움.


깊디깊은 멜로디가 흐르는 그곳에 누워 긴 휴식을 취한다.  


Lana Del Ray [Ultraviolence] 2014년  <Black Beauty>

https://youtu.be/zo0kAWUHG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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