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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Apr 19. 2023

새로운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하.

Tsukamoto Shinya [The Iron Man : Tetsuo]

단조로울 것조차도 없는 일상 속에서 예술이 전해 주는 가끔씩의 뒤통수 치기는 소중하다.

예를 들어 1900년대 초 뒤샹의 [샘]이 처음 전시 되었을 때 미술계가 충격받았다는 그런 삶에서의 환기 말이다.

이 또한, 충격을 위한 충격으로 만들어진 것은 표가 난다. 짜가 냄새로 넌더리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고민이 충분히 영글어 반영된 작품에 대해서는 어떠하랴.

음악이야 이루 말할 것도 없지만, 영화 또한 한 번씩 가해주는 충격파가 만만찮다.

그런 의미에서

취향이 반영된 좋아함이기에 ‘개인적’이라는 토를 달아, 본 종이엔 영화 속에 담긴 음악 하나를 얘기하고 싶다.

그나저나 이게 음악 이야기야, 영화 이야기야.


반전 같은 내용적인 부분 말고, 기법적으로 충격을 받은 영화가 떠오르는지?

개인적으로는 아래 몇 가지가 대번 떠올라 나열해 보았다.


푸른 색채가 가득한 바닷가,

연을 날리고 있는 포카리스웨트 여자 아이는 해변가 모래사장에서 마냥 뛰어놀고 있다.

아름답고 잔잔한 음악 역시 멋진 피날레를 위해 고조되는 와중에 카메라 앵글은 천천히 천천히 바닷가와 하늘을 경계 짓는 수평선으로 향하고,

그리고 O! 그리고 O!  음악조차 숨죽인 순식간의 정적.

몇 초 후 다시 들리기 시작하는 무심한 듯 파도 소리

[하나비] 기타노 다케시


오누이에게 가해지는 트럭 드라이버의 나쁜 짓을 차마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듯,

카메라는 소리만을 존재하게 하고는 트럭의 천막만을 굉장히, 굉장히 오랫동안 보여주는 안타까웠던 카메라 앵글

 [안개 속의 풍경] 테오 앙겔로풀로스


흑백이 주는 화면과 컬러가 주는 화면이 정과 역으로 혼란스레 진행되다,

중간 교차점을 지나는 순간 마침내 흑백의 화면이 천천히 컬러로 바뀌면서 마지막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찰나. 그 아찔한 전율

[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시체가 발견된 이른 아침 농로길에 등장한 경찰과 형사, 구경난 주민들이 가득한 가운데

꿀발라 놓은 논두렁에는 반장이 굴러 떨어지고, 아이들과 주민들은 시체에 호기심 가득,

대거리하는 와중에 경운기는 유일한 증거를 밟고 지나가고.

늦게 도착한 감식반 아저씨는 꿀 발라 놓은 논두렁에서 또 주르륵 미끄러지고.

난리, 난리의 와중을 굉장히 긴 한 호흡의 롱테이크로 치밀하게 엮어주는 씬

[살인의 추억] 봉준호


무채색 사막을 종이로 두고 화려한 색채가 가득한 유화 물감을 굵은 붓으로 거칠게 페인팅하는데.

이게 싸움을 하는지, 춤을 추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화면 가득 색조합이 황홀한 여운을 남겨주는 스텝프린팅 슬로우 활극 씬.

[동사서독] 왕가위



그리고 얘기하고 싶은 Tsukamoto Shinya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The Iron Man : Tetsuo 철남]과 그 속에서 충격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음악이 그러하다.

[철남]은 연약한 인간이 강철 자체와 한 몸이 되어 초월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자의 반 / 타의 반의 인간이 등장한다.

자의 반의 인간은 자신의 몸에 쇠붙이를 박아 넣으면서 철남이 되고 싶어 하나 그만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타의 반의 인간은 교통사고를 낸 연약한 회사원으로 엉겁결에 낸 사고로 도망자의 신세가 된다.

자의 반의 인간은 죽지 않고 갈수록 고철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회사원을 쫓고, 타의 반의 인간 또한 원치 않는 몸의 변화를 감지하며 도망 다닌다.

쫓고 쫓기는 순간 속에 둘은 마침내 빅뱅의 순간을 경험한 후 완벽한 한 몸으로 결합된 철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제 두려울 것이 없는 철인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밖으로 끝도 없이 달려 나간다.


영화는 제철소의 소음,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 망치질 소리, 뿜어져 나오는 스팀, 쇠가 긁히는 소리뿐만 아니라 인더스트리얼 뮤직을 전면적인 배경음악으로 지정해 놓고는 비명소리, 울부짖는 소리를 데코하여 상영 내내 고막을 혹사시킨다.

흑백의 쇳소리만이 가득한 무채색의 화면은 그 단조로움을 더한다.


이 건조한 영상과 소리가 가득한 사막에서 유독 전체적인 영화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블루지하고 감미로운 음악이 두 번에 걸쳐 등장한다.

감독은 인간의 몸과 기계가 비로소 하나로 연결되었을 때 NEW WORLD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정의하고 이 황홀한 세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려는 듯 감미로운 음악으로 풍경을 제시한다.


이 씬들을 보았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갑작스런 브레이크와 같은 것이다.

쇠맛이 가득한 기괴하고 거친 비명 투성이 화면에서 갑자기 폭풍과도 같은 암전이 지나가고 단전.

그리고 플레이되는 블루지한 음악.

색소폰 소리가 애달프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화면은 NEW WORLD라는 글자를 천천히 아로새겨 나간다.


첫 번째의 씬에서 울려 퍼진다.

강철과 한 몸이 되어 초월적인 힘을 얻고 싶어 한 자의 반 인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찰나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는 시작점을 갖게 되며, 소심한 회사원인 가해자 또한 여기에 동참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두 번째 씬에서 다시 반복이 되며 영화는 비로소 할일을 완수하고 마지막으로 치닫는다.

고철들에 둘러싸여 기계화가 되고 있는 회사원이 또 하나의 되다만 강철인간과 싸우고 엮이는 와중에 서로가 서로를 흡수하여 완벽한 인격체가 되는 합일의 순간,

빅뱅의 폭풍이 지나가고 진정한 NEW WORLD에 온 것을 환영하는 음악이 퍼져 나가게 된다.

이제 완전체가 된 철남은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어졌다. 세계 정복만이 남았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영화이기 때문에 보았을 때 거부반응도 있을 수 있고 촌스러운 연기와 조악한 화면은 유치해 보일 수는 있으되, 작가가 드러내려고 하는 이야기와 영상, 풍경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리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 들인 한 땀 한 땀의 수공예적 노력은 지금 봐도 아름답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 수준일까 라는 경지를 보이는 혼자만의 고독한 작업, 그렇지만 에너지로 넘실대는 화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신념.

나는 이 거대한 에너지를 느꼈을 때 할 말을 잃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감독 자신도 그 시절이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여기 고루하고 사막 같은 현실 세계에서 한 순간 뽑아 올린 NEW WORLD를 찬양하는 음악

영화의 씬에서 가장 기능적으로 절묘하게 사용된 음악.  충격의 여진이 지속해서 상기를 시키곤 하는 그 첫 번째 씬을 갈무리해 놓고 나가려는데.


쓰다 보니 이 글은 음악 이야기일지, 영화 이야기일지…


일상에서 뒤통수 치기 당하는 이야기이다.



 Tsukamoto Shinya [The Iron Man : Tetsuo 철남] 1989년 <見はてぬ想い>

https://youtu.be/a6_PByu7d3s











호불호가 명확한 영화일 수 있지만 관심이 있는 이라면

https://youtu.be/9ciBTxQWT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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