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ade Fire 아케이드 파이어 <Dimensions>
Spike Jonze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Her> 그녀를 보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몇 건 있다.
주인공의 붉은빛, 진홍빛?과 어울리는 붉은 바탕에 댕그러니 바라보고 있는 포스터의 강렬함도 생각나고,
<조커>가 후에 나온 뒤 앵?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고 어이없어 하며, 과연 배우들의 변신은 어디까지 인가 놀라워했던 기억이,
사랑 이야기인데 의외로 근 미래에 표현될 게임이 너무도 실현 가능한 인터렉티브 상상이라서 그 디테일에 놀라기도 했고,
AI와의 질투, 오타쿠라면 현재도 있을 법한 일이지만, 허스키한 그녀 <Her>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라도 질투가 나겠다 싶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나로 하여금 멍하니 있게 만들었던 것은 씬의 마지막에 고즈넉이 울려 퍼져 나가며 페이드 아웃을 장식한 Arcade fire 아케이드 파이어의 <Dimensions>였다.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탄식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던 것도 기억나고.
영화가 끝나고, 거리를 나서며 혼란스러운 멍함을 수습하고 핸드폰으로 서둘러 검색을 시작했다.
감독이 누구인지, 그리고 마지막에 울려 퍼진 음악이 무엇인지. 그리고 길거리에서 탄성을 질렀던 것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알던 그 밴드가 아니었으니까.
영화의 모든 OST를 arcade fire가 담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정적인 라이브 무대에서의 그들 만을 접했던 나로서는 이렇게 영화의 엔딩을 아름답게 장식한 그들의 또 다른 에너지에 감탄하고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간, 음악은 잔잔하게 full time으로 시작되고.
아무 말 없이,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 생각하기, 도시의 불빛, 그녀와의 사랑, 추억의 단편들이 하나씩 지나갈 때 음악은 그냥 옆에서 천천히 같이 바라봐 주었다. 영화의 씬에서 이렇게 같이 곁에 있어 주는 친구 같은 음악을 만날 수가 없었다.
주인공의 마음에 스며들어 있는 음악이 차곡차곡 점진적으로 쌓여가며 다가와 주었고, 바라보기가 마무리되었을 때 영화는 페이드 아웃되고, 암전된 화면에서 함께 페이드 아웃된 음악은.
…천천히, 천천히 페이드 인 되며 다시 살아나 온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를 되새김질하게 한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은 모닝콜로 쓰지 않는다. 왜 그런 지는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미워하는 곡으로 바뀐다거나 싫증나는 것으로 변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모닝콜을 매우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전제 조건은 매일 365일, 10년을 들어도 질리지 않을 음악, 피곤한 나를 깨운다고 미워하게 되지 않을 음악이다.
지금까지 거쳐간 몇 가지 좋은 모닝콜 음악들이 있다. 그리고 현재 본 <Dimensions>를 모닝콜로 세팅 한지가 몇 년이 지났다. 처음 구절부터는 아니고 영화 암전 후 다시 페이드 인 되는 그 찰나부터의 테마를 갈무리하여 나만의 모닝콜로 만들어 놓았다.
짤막한 경험이 담긴 글이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느껴졌다면 아래 링크의 음악을 들으며, 페이드 인 되는 시작 지점의 마음을 흡족하게 느껴보았으면 한다. 아마 <Her> 영화를 접해 본 이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어떤 느낌을 얘기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Arcade fire는 열정이 무기인 밴드이다. 초기의 에너지가 나이가 들며 퇴색되었다는 의견이 들려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정성을 담보로 그렇게 꾸준하게 열정적인 밴드가 많지 않다. 초기 서로 핼멧 두드려가며, 함께 떼창해가며 선사해 준 수많은 라이브들을 한번이라도 본 이들은 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곡을 더 추려보았고 마음에 든다면 라이브까지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에너지가 에너지를 전염시켜 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영화에서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에너지로 더욱 커다란 블랙홀을 전해 주었으며, 그 누군가는 찬란한 아침을 매일 시작하게 된다.
Arcade fire [Her OST] <Dimensions>
Arcade fire [Neon bible] <the well and the light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