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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May 22. 2023

당신의 Ember가 불타오르고 있어

Renaissance 르네상스 <Ashes are Burning>

우리가 Jazz 음악을 공부할 때는 일반적으로 1940년대부터 Bebop의 찬란했던 태동기를 시작으로 찬찬히 스텝을 밟아 나가듯이, Rock 음악을 흡수하고자 할 때는 60-70년대 이 20년을 눈여겨 보게 된다. 

시간의 침식을 받지 않는 결과물을 ‘고전’이라고 명할 때 언제 들어도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음악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어부가 길어 올리는 그물망에 잔뜩 걸리는 것이다.

때로는 이름값에 의해 과포장된 작품들도 존재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음악을 바라보는 취향도 제각각,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기에 모든 것을 다 알고자 하는 욕심은 진작에 버렸다.

음악을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몇 가지라도 자신이 작품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 그리고 작품이 주는 예술적 감흥이 자신을 조금씩 성장시키는 것. 

개인적으로 이게 음악 듣기라고 생각한다.


얘기한 60-70년대는 Rock의 황금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수많은 양식들이 태동하고 힘을 키워 나갔다. 그 중 예술에 대한 근본을 되묻는 질문, 테크닉적인 접근, 실험적인 사운드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부류의 음악들에 손길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묶는 것을 좋아하는 평론가 분들이 분류 체계를 만들어 준 소위 Art Rock 아트 락, Progressive Rock 프로그레시브 락 이라는 장르이다. 

음악이 장르라는 함정에 갇혀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기는 할 것이나 장르는 일면 시작하는 자에게는 편리하기도 하다. 공부란 게 체계를 쌓아 올리는 과정이지 않나.


이번 지면에 소개하고 싶은 1968년 태동한 ‘Renaissance’ 르네상스란 밴드도 어떤 한 철의 시기 이 Art Rock 개념의 음악을 했다고 카테고리 지어도 될 것이다.

‘Renaissance’란 단어의 어원이 문예 부흥 운동 혹은 정신인 것처럼 그들은 이 밴드명을 지으며 Rock 음악에 좀 더 순수 예술성을 부여하고자 했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Renaissance’는 1기, 2기, 3기 등 멤버가 계속 변화하며 음악성이 변했기 때문에 (현재도 활동 중이다.) 때로는 범작을, 때로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들의 빛나는 리즈 시절 또한 당연히 존재하고 그 빛나는 순간의 정점에 있는 음악 한 곡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Renaissance’는 1971년 Annie Haslam 애니 해슬램이라는 오페라 창법 베이스의 여성 보컬리스트를 영입하며 2기 밴드 시대를 시작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다른 멤버들이 화내겠지만, ‘Renaissance’는 겉으로 Annie Haslam의 밴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 만큼 그녀가 들려주는 목소리의 아우라는 밴드 음악의 전체를 감싸안을 정도로 대단했다. 속된 말로 ‘천상의 목소리’ 라고 하는데, 통속적인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우리가 일반적인 절창 클래시컬 가수들을 알고는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거기서 다른 한수를 더 짚어줘야 하는 강한 울림이 있다.


또 다른 독특함을 거론하자면 밴드에는 그들의 가사를 책임져 주었던 여성 시인 한 명이 존재했다.

Betty Thatcher 베티 대처, 그녀는 70년대 2기 Renaissance 시절을 통틀어 작사를 맡아 주게 된다.

그녀는 일반적인 Rock 밴드의 작법과는 다르게 약간 은둔적인 가사를 끌어내었는데 이 표현방식은 밴드가 지향하는 예술적인 문법과 잘 어울렸을 것이고 또 다른 정체성 형성에 한 축을 담당해 주었다.


낭만적인 클래식한 편곡을 바탕으로 한 밴드의 음악은 그 당시 일반 Rock과는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을 지향했고 여기에 두 여성의 에너지가 합류하니 충분한 항해를 위한 전력이 만들어 졌다.

그들의 가장 리즈 시절은 뉴욕 카네기 홀을 빌려서는 뉴욕 필하모닉 까지 대동하여 3일 연속 공연을 전석 매진으로 이끌어낸 시기가 아닐까 한다.

그 공연은 [Live at Carnegie Hall] 카네기 홀 라이브로 4장의 LP로 발매가 된다. 

공연 실황에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Ocean Gypsy>나 <Mother Russia>도 있고 양질의 연주를 관객들의 에너지까지 더하여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만약 그들의 앨범 단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의외로 스튜디오 앨범보다는 이를 더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본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Ashes are Burning>이 존재한다.

본 곡은 스튜디오 앨범에서도 충분한 아름다움을 발현해 주지만, 나로서는 이 라이브 앨범 실황이 아니면 안될 것 같다. 

여기에는 밴드가 곡에서 지향하는 기승전결이 온전히 담겨 있으며, 마침내 폭발하는 Ember의 표현, 모든 것을 잠재우는 마무리까지 스튜디오 앨범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이 풍성하게 녹아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에서 불꽃은 이미 Dying Embers로 존재한다. 얘를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 잘 모르겠다.

이 죽어가는 불씨는 마음을 비우고 하나의 기원을 담을 때 천천히 다시 피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온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과거의 시간을 넘어 집중하기 시작한다.

Ashes burning 재가 다시 조금 타오르기 시작하는 기미가 보인다.

흡사 굿판 같은 신명의 난장의 시간이 지나간다. 그 에너지를 받아 재는 더욱 더 타올라 가는 듯 하다.


마침내 멀리서도 연기가 보일 정도로 밝아진 불씨

밝게 위아래로 일렁이는 불빛 속에 당신의 죄를 담아 보낸다.

그리고 온 마음으로 외친다.

Ashes are burning THE WAY. 

일순간 온 세상을 밝히는 듯한 빛을 발산하며 재가 활활 타오른다. 활활 불타오른다.

그녀의 천상의 목소리가 이를 축복하듯 이곳 저곳을 넘실대며 공기를 덥힌다.


당신에게 이 Ember는...




Renaissance [Live at Carnegie Hall] 1976년 <Ashes are Burning>

https://youtu.be/R1ULz9nL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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