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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May 25. 2023

내게로 와서 빛나 주오

이준형 [Monologue] <꽃밭>

위로를 주었던 음악을 고를 때 어느 정도 기준은 있다.

즉, 개인적으로 충분히 흡수가 되었고 언제 어디서든 듣더라도 시간의 퇴적을 받지 않는 음악 위주로 소개하고 싶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영속성을 지닌, 내 안에 검증된 곡, 검증된 뮤지션이라고 해야 할지.

그러다 보니, 과거 옛 것이라고 칭할 만한 곡들이 많이 선택된다.

이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어떤 곡을 특출 나게 더 좋아할 수는 있으되 고전이 가지는 힘은 기본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늦깎이 40대에 읽었던 적이 있는데,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것 있지 않나.

특히 ‘대심문관’이라 일컫는 그 장면은 오금이 지릴 정도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유명한 것이었더라. 이렇듯 고전의 힘은 누구에게나 시간을 두고 공평하게 찬란하다.

그럼 문득 드는 생각이 이젠 Nirvana 너바나도 고전이 되는 시기가 된 것일까? 와우…


그런 기준을 대입해 보자면 이번 소개할 만한 뮤지션과 곡은 날 것에 이를 데 없다.

2019년 데뷔한 1998년 생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이준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반드시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에 이 지면을 통해 꼭 소개하고 싶었다.


이준형은 최근에는 좀 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밴드 서바이벌인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 유다빈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나와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도 했고, 손석구가 까만 봉다리 들고 있는 [나의 해방일지]에 <함께 할 수 있기를> 이란 곡으로 손 델까 저어하는 아릿함을 아름답게 표현해 주기도 하는 등 공중파까지 그의 이름이 간혹 거론된다.


초등학교 시절 듣게 된 Beatles 비틀즈, Led Zeppelin 레드 제플린 등의 Rock 음악들에 충격을 받고 기타를 사서는 어릴 적부터 천천히 자신의 꿈을 키워온 전형적인 음악 사랑 뮤지션이다.

그의 일상을 담담하게 소개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접해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뮤지션이라는 확신 같은 것이 들었다.

음악을 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었고, 그의 작업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직접 작곡하고, 직접 연주하고, 녹음하고, 약간은 어설프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천천히 전진하는 자가 취하는 태도처럼 그는 2019년 첫 번째 EP [Monologue] 모놀로그, 2020년 두 번째 EP [Happy End] 해피 엔드, 그리고 몇 장의 싱글 후 2022년 정규 앨범 1집 [UTOPIA] 유토피아를 발매한다.

그는 EP의 곡들을 1집에 다시 수록하지 않는다. EP는 EP대로 하나의 완성된 앨범인 것이다.

그 첫 번째 EP에 <꽃밭>이란 곡이 담기어 있다.


<꽃밭>은 소박한 곡이다. 그리고 서투른 마음이 가득한 곡이다.

누군가는 너무 감성에 치우친 곡이 아닌가 치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할 때 세상의 연시는 다 자신의 이야기이고, 연가는 자신을 대변해 노래하듯, 인간은 사랑을 할 때 세상에서 가장 유치해진다.

부치치 못한 편지, 자판기 프림 커피 한잔, 종이학에 담긴 마음, 바라보는 노을, 돌아가는 길의 가로등, 기다림의 시간들.

곡은 이 빠르디 빠른 5G 시대에도 불구하고 가장 고전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근래 들어본 가장 아름다운 연가라고 힘주어 얘기하고 싶고, 이 곡을 들으며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가슴에서 찡함이 지나간다.

이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발현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사의 진실된 마음에 동화되기도 하고, 개인의 기억이 소환되기도 했을 것이며, 훅이 있는 멋진 멜로디가 뒷받침을 해주며, 마지막에 찬란하게 퍼져 나가는 기타 솔로잉의 마무리가 또 그러하다

그가 인터뷰에서 남겨둔 일화를 소개해 본다.


 <기타 연주를 하면서 다른 뮤지션들의 뒤에서 반주를 하기보단 정말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 그러다 제 자작곡으로 나갔던 한 대회에서 어떤 관객분이 오셔서 현금 뭉치를 쥐어주셨어요. 그러면서 ‘나이 30 먹고 처음으로 노래 듣고 감동해서 눈물 흘려봤다, 너무 고마워서 주는 거니깐 거절하지 말라’고 하시며 5만 원짜리 4장을 쥐어주셨는데 정말 의미 있고 감동받았었던 순간이었어요.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이다’라는 제 음악적 가치관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앨범을 만들기 시작하고, 노래도 직접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 노래가 ‘꽃밭’이고요. 이때 받았던 돈은 아직도 쓰지 않고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하.>



한 곡만으로 누군가를 얘기하는 것은 즐겨하지 않지만, <꽃밭>은 단 한 곡만으로 즐겨도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하기에 수많은 음악들을 헤집고 이렇게 자리를 잡게 된다.

누군가는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얘기해 주실 테니 나는 이준형의 <꽃밭>을 얘기하련다.


그가 만든 꽃밭은 잡초와 가시들도 함께 보듬고 있는 소박한 공간이되,

아마 진실된 누군가가 꼭 머물다 갈 것이다.



이준형 [Monologue] 2019년 <꽃밭>

https://youtu.be/1pp0N7F2m_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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