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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May 28. 2023

아이돌이 만든 재즈라면 넘어갈 거나

GoGo Penguin 고고 펭귄 [Man Made Object]

이제는 이 팀을 얘기해도 되는 시기가 아닐까?

2012년 결성된 이후 꾸준히 낸 앨범만 6장. 발매된 앨범마다 기대 이상의 품질을 계속 선보이고 있으며, 재즈라는 카테고리에 결코 집어넣을 수 없는 변화무쌍함, 꾸준한 시도.

재즈계의 아이돌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GoGo Penguin 고고 펭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름마저 이쁘지 않은가?

펭귄이라니, 땅 위에서는 뒤뚱뒤뚱하고 있는 귀여운 자태에서, 물속에 들어가는 순간 최고속도 25km로 우아하게 유영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펭귄. 가자가자 펭귄!!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GoGo Penguin은 3명의 Trio로 구성되어 있다.

Acoustic Piano, Contra bass 그리고 drum.

누가 보아도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정석이 아닌가? 그리고 Blue Note 레이블과 계약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 음악을 들어보면 분절된 복잡 다단한 리듬에 맞춰 베이스의 우직함과 첨가제가 함께 뒤섞일 때 상대적으로 미니멀한 피아노 소리가 입혀진다.

첫 대면은 전형적인 현대 재즈 음악하는 청년들 같은데 계속 듣다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게 재즈? 그렇지만 음악은 너무 듣기 좋은데?

이렇게 우리는 아래 세가지처럼 오해의 지점이 존재할 수 있고, 재즈라는 프레임을 걷어버렸을 때 이들의 음악을 선입견을 배제한 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첫째로 음악이 힙하다. 훅이 존재한다.

전통적인 재즈의 어법은 그닥 차용하고 있지 않으며, 일반적인 고전의 재해석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정밀하게 갈고닦아 만들어 연주할 뿐이다.

평론가들에게 신선한 음악이란 호평을 받는 이상으로 일반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친화력이 함께 공존한다.

특히, 이는 이들이 Blue Note와 계약을 맺고 2016년 발매한 세 번째 앨범 [Man made object]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1번 <All res>부터 2번 <Unspeakable world>를 거쳐 3번 <Branches Break> 역을 지나는 쓰리 콤보를 듣고 있자면, 내가 뉴진스의 <Hype Boy>, <Ditto>를 거쳐 <Attention>으로 셔어어아아아언 하는 뜨리 콤보를 수혜 받는 느낌이다.


둘째, 어딘가에 짤로 돌 만한 재즈 대가가 남기는 한 마디 ‘너희들은 스윙을 하지 않아’라는 일갈처럼 이들이 스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즉, 재즈의 가장 기본 문법이 약속한 규칙 위에서 자유롭게 스윙하는 것이라면, 이들의 연주는 자유롭게 연주한다기보다는 엄청나게 치밀한 점층기법을 사용하여 합일된 악보를 우직히 밀고 간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것이 재즈의 어법이냐는 시선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들이 재즈 트리오인가요?’ 라는 틀만 거두고 나면 의문은 그냥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고 이들의 신선한 음악만이 남게 된다.


셋째, 이 피아노 트리오는 피아노가 대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드럼이 무대의 주연이다.

절묘하게 분절된 리듬의 토대는 참으로 맛깔나고 견고하여 음악을 전체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주며, 펭귄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결정해 준다.

일전 TOE의 음악을 남긴 적이 있는데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29 GoGo Penguin의 음악을 들으며 ‘얘들을 듣는데 왜 Rock 밴드인 TOE가 생각나지?’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했던 게 기억난다.

작법이 비슷한 것이다. TOE가 쌓아 올리는 음악적인 기법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재즈라는 수식만 제거하면 이 또한 이상할 것도 없다.


결국 2021년에는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이 모여 이들의 음악을 리믹스하여 앨범까지 발매하게 된다.

이젠 일렉트로닉 어법에까지 어울립니까…!


어떤 이들은 이들을 어떻게든 카테고리에 넣고 싶어서 재즈의 새로운 바람, 2000년대의 재즈란? 이런 어투를 사용하면서 가두려고 하지만 나는 별로 동의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들의 음악은 결단코 재즈가 아니다.

재즈적인 어법이 들어가 있다 정도로 봐야 할 것이고 Post rock 밴드 음악에 오히려 가깝다고 해도 차라리 이해할 만하다.

그래도 재즈를 넣고 싶다면 ‘아이돌이 만드는 재즈’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음악의 치명적인 매력포인트를 대변해 보면 어떨까 싶다.


어느새 그들 또한 대중 앞에 선 지 10년이 넘었으며 여러 가지 음악적 시도들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직조한 복잡한 얼개 너머 훅이 존재하는 음악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혹시 관심이 생길 경우 전술한 3집 앨범으로 시작해 보면 상큼한 스타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선보이는 음악 계속 들을게요. 가자가자 펭귄!!

이 아저씨들 왠지 단상이 앞에 있으면 이렇게 선언하지 않을지?

‘우리를 가두지 마세요. 앞으로도 저희를 GoGo Penguin의 음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앨범에서 <Protest 항의하다>를 마지막으로 한곡 발췌하면 왠지 이들의 음성을 대변해 줄 것 같다.


이게 우리 음악이에요.

이건 우리 음악이라고요.


GoGo Penguin [Man Made Object] 2016년 <Protest>

https://youtu.be/LIHJDjRkfIU?si=hTs-jsMobYtpX6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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