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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Jun 01. 2023

빛을 보려는 자, 반드시 죽을 지어다.

Slayer 슬레이어 [South of Heaven]

시끄러운 음악에 관한 이야기이며 불편함이 있으신 분은 바로 좌측 상단의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원형 기억이라는 게 있다. 누구에게나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 무엇.

그것은 참으로 인생에서 홀연히 다가오게 되는데 그렇게 돌아보면 인생은 짧디 짧은 우연의 연속이고 그 순수하게 만들어진 우연의 아름다움에 때로는 눈이 멀어버릴 것 같다.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예를 들어 소개란에 적었듯이, 한갓 중학생이 이사 간 다락방에 누군가 남겨둔 King Crimson의 입짝벌려 앨범을 보고 쓰레기통에 버렸다면,

책 읽기 하품이나 하는 중학생이 친구가 선물해 준 [지와 사랑]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문고판의 고리타분한 제목과 촌스러운 디자인을 감당 못해 저 뒷벽에 그냥 처박아 두었더라면,

그리고 고3의 그 엄숙했던 저녁 야자 시간에 우측 뒷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가 건넨 이어폰을 공부 집중한다고 심드렁하게 놓쳤다면…


첫 번째 기억에서 나는 그 기괴한 표정의 아저씨 앨범에 왠지 모를 호기심이 동했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 이후에도 심히 좋았던 기억만이 잔잔히 스며들어 있다. 왜 생뚱맞게 즐겼던 가는 엄마 품속의 나에게 물어봐야 하겠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음악도 많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두 번째 기억에서 나는 세계를 지탱하는 큰 두 축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이성’과 ‘감성’이란 거대한 두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떤 것에 조금 더 마음이 끌리는 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과/문과 때도 그 따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그 쪼그마한 중학생 때 형성된 중심축은 삶의 바로미터가 된다.

세 번째 기억에서 건넨 친구의 이어폰에는 빽테이프 특유의 지글거리는 잡음이 가득했고, 그 잡음을 비집고 그것보다도 더 비명을 질러대는 사운드의 향연이 있었다.

친구의 은근한 미소와 번뜩이듯 화답하는 눈동자. 저녁식사비를 아껴서 첫 Thrash metal 트래쉬 메틀 앨범을 사게 된 이후 삶은 시작된다.


Metallica 메틀리카도 Megadeth 메가데스도 Anthrax 앤스랙스도 우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Slayer 슬레이어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

음악에 흠뻑 미쳐버리게 된 헬게이트였으며, 함께 음악을 나눈 수줍고 조용한 친구의 추억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Slayer는 모든 메틀 음악을 얘기할 때 가장 처음에 거론을 해야 할 것 같다.

Metal이란 장르가 결국 Rock에서 한 단계 더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올라갈 것이면 끝까지 가보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Metal을 듣는다면 Thrash로 가서 Death까지 밟고 난 다음에 다시 내려오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그 Thrash Metal을 거론할 때 가장 일 순위로 잡아야 할 밴드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Slayer는 1982년 결성 후 1983년 1집 앨범을 시작으로 기타리스트 Jeff Hanneman이 2013년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 우여곡절도 겪고, 결국 2019년 해산하게 되기까지 37년간을 지독하게 음악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외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이는 그들이 선보인 순수한 결과물로 말해 줄 뿐이었고 나를 포함한 세상의 사람들은 기꺼이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었다.

그들이 음악 생활 10년을 기념하며 만든 라이브 앨범의 제목이 [Decade of Aggression]이다. 10년 동안의 지난한 공격의 역사를 그대로 앨범 제목으로 절묘하게 사용한 것이다.

그들이 1996년 낸 편집 앨범의 제목은 [Undisputed Attitude]이다. 말 그대로 하악실한 태도인 것이다.

타협 없는 음악, 삶의 자세. 옛! 대장님. 경례


수줍은 친구가 건네준 이어폰에 담긴 음악이 Thrash Metal의 전설인 1986년 작 3집 [Reign in Blood]였다

세말 할 것도 없는 최고의 전설임을 Metal kid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한국에서는 발매조차 되지 않았기에 빽테이프로 유통이 되었었고 그것을 친구가 굴다리 가게에서 찾아온 것이다.

곡이 12곡이나 있는데 러닝타임은 29분밖에 안 되는 미칠듯한 아드레날린의 향연, 에너지란 에너지는 거기에 다 꾸겨 넣어서 만들어낸 앨범, Dave Lombardo 데이브 롬바르도의 지치지 않는 드러밍,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 같은 유기성, Reign in Blood가 Raining Blood로 화해 온 사방천지에 핏줄기가 흩날리는 풍경… 굳어져 가는 머리에도 단번에 스며들었던 것 같다.


결국 3집을 시작으로 2집, 1집, 5집, 수입반을 찾아 헤매다 4집, Dave를 아쉬워했지만 6집, Live, 편집 punk, 7집, 8집………Tom Araya의 헤드뱅잉 과다로 목디스크 수술, Dave의 복귀, 기타리스트의 죽음……10대의 나는, 20대, 30대, 40대

그 이후 가지치기는 수만 갈래로 뻗어 나가 오늘날의 나를 형성해 주게 된다.

결국 씨앗은 골골했었던 건지 몰라도 똥거름이 좋았던 모양이다. 그닥 나쁘지 않게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

이 정도면 인생을 함께 해 준 반려 같은 존재가 아닌가.

그 고마움에 시끄러운 음악을 소개할 때 가장 첫 장면으로 언급하고 싶었다.


소개 곡을 정하는데 한창을 고심하다가 4집 앨범에서 한 곡을 골라 본다.

3집 [Reign in Blood]에서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두말할 것 없는 전설이며, 논 스트레이트 full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South of Heaven> 또한 완급 조절을 통한 긴장감, 잘 빠진 사운드를 통해 3집과는 또 다른 명곡, 명반일 뿐이다. 뺄 곡이 없는 행복한 고민이다.


극단의 음악을 들어본다는 것은 내게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끝에 가 있는 음악을 좋아했으니 다른 끝에 있는 음악도 좋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조금 오만하지만 세상의 소리를 사랑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나는 Metal Kid였던 사람이 아니다.

나는 Metal Kid이다. 거기에 세상의 소리를 더해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Undisputed Attitude인 것이다.


Slayer [South of Heaven] 1988년 <South of Heaven>

https://youtu.be/74nTzbgDG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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