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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Jun 04. 2023

너무 슬프니까 조심하십시오

김일두 [곱고 맑은 영혼]

지역색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지만 태어나서 자란 곳이 경상도다 보니 이 지역에 대한 기본 애정은 존재한다. 

그 경상도의 가장 남단 부산은 제2의 도시 위상도 있고, 해안으로 둘러 쌓인 독특한 잇점도 있어서 매력적인 것으로 보자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 장소이다.

뭐, 무궁화호 타고 당일치기로 연인과 바다 보러 가는 그런 흔한 이야기들에서부터 말이다. 

북쪽의 서울과 가장 남쪽의 부산이 커다랗게 에너지를 지니고 여러 소도시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문화적 밸런스를 맞춰가면 이상적이겠지만 지방 인구 소멸 화두에서 부산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 안타깝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에 부산은 일본과 가까워 오히려 서울보다 패션의 일번지였으며, 일본 음악의 음성적인 유입 등 덕후들이 기웃거릴 문화들이 다분했다. 26년이 지난 영화의 도시 부산국제영화제는 또한 어떠한가.

자연스럽게 부산에 자생한 음악인들도 많았으며 일부는 한양으로 눈길을 돌려 더 넓은 세상으로 상경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긋이 터를 잡고 진한 색상의 음악을 하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부산 중구 천재 김일두 아저씨를 얘기하고 싶다. 

이름에서부터 무언가 우직한 것이 풍기는 모양새인데 그는 부산에서 터를 잡고 음악을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다. 2010년 첫 싱글이 발매되었지만, 그전부터 꾸준히 음악을 했으니 23년은 된 것 같다.

현재 이 시각 자신의 내면을 표현해 내고 있는 수많은 싱어송라이터분들, 포크 음악인들을 제치고 그를 이야기하고 싶은 이유는 자명하다. 

모든 것이 가공되고 정형화되고 비슷해져 가는 시기에, 그가 가진 비교 불가한 음악적인 정체성, 태도, 그리고 지속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두 가지 부캐가 존재하는데 두 외국인 친구들과 미친 락을 하는 펑크 씬에서의 그와, 어쿠스틱 기타 한대만을 들고 나긋나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음유시인의 그가 그러하다.

공연 중 간간히 치는 멘트에 100%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처럼 그의 음악은 따뜻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가 기술이라는 너스레를 떠는 어쿠스틱에 담긴 날것의 음악이 그러하고, 오직 자신의 마음으로 갈무리한 가사가 그러하다. 

앨범을 한 번씩 플레이해 놓고 거실 가득 아저씨 주파수의 목소리가 나즈막하게 울려 퍼지면 아내와 딸래미는 슬그머니 웃기부터 시작한다.

주는 것 없이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 김일두의 음악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러하듯이 단 몇 편의 반짝 해프닝으로 끝난다면 이렇게 가슴을 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2010년 싱글 발매 후 정말 꾸준하게 앨범들을 발매해 오고 있으며, 지속적인 라이브 활동 등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현재에도 조용하게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곡들이 하나씩 다 좋은 것을 얘기하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미디어를 통한 소식이 아무래도 적다 보니까 잊은 듯 있다가 능동적으로 찾아보면 또 앨범 발매, 또 앨범 발매 정말 재미있는 아저씨이다.

1집 제목이 [곱고 맑은 영혼]이다. 

2집 제목이 [달과 별과 영혼]이다.

피식 웃게 만드는 그의 제목이지만 앨범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그의 농담 섞인 가벼움 속에 진중한 영혼이 느껴진다.


한번 나름대로 유명해진 씬이 존재한다.

2011년 EP로 발매한 <문제없어요>가 나름 대형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걸렸던 것이다. 

아마 김일두를 아시는 분들은 이 곡부터 그를 시작하셨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실제 아담한 자기의 부산방에서 통기타 한대를 기술 삼아 그녀가 원한다면 담배뿐 아니라 락켄롤도 끊고, 15번 버스 타고 특수용접 학원에도 다닐 거라는 연시를 담담하게 읊조리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반했다. 

이 곡은 직접 유튜브에서 ‘문제없어요’ 라고 치면 가장 상단에서 온스테이지 버전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능동적으로 음악을 듣고자 하시는 분은 숨겨진 선물을 받는 느낌일 것이다.

결국 EBS 스페이스 공감에까지 진출하게 되는 호사도 누렸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느린 달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하나의 앨범,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그가 내어 놓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좋았고, 함께 성장하며 나이를 먹어간다는 느낌이 좋았다. 

일전에 이아립에 대해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듯이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2 비슷한 시대를 비슷한 연배로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열정에 작은 마음을 더해 보는 것이다.

그의 곱고 맑은 영혼을 탐색해 보고자 1집에서 한곡을 뽑아 본다.

이 아저씨는 알고 보면 사랑쟁이인가 보다. 또 다른 연시를 하나 끄적여 보며 퇴장하련다. (미안하다. 트릭이었다.)


그의 너스레를 인용하여 ‘너무 슬프니까 조심하십시오’



김일두 [곱고 맑은 영혼] 2013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https://youtu.be/6x1OvCDFu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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