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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Jun 23. 2023

파티가서 춤추고 키스하고

Suede [Dog Man Star] <The Asphalt World>

한국에서 Glam Rock 글램 락 적인 장르가 그렇게 인기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 격인 David Bowie 데이비드 보위가 2016년 사망했을 때도 그의 역사적인 영향력을 감안한 추모의 열기는 있되 그의 음악 전체에 그렇게 몰입하여 좋아하는 사람을 그닥 보진 못했다. 물론 T-Rex 티 렉스와 The smiths 더 스미스를 즐겨 듣지만 편애하지는 않았던 개인의 좁은 시각일 뿐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렇다 하더라도 70년대부터 시작된 중성적이고 퇴폐적인 패션과 몸짓, 음악적인 유산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에게 스며들어 있다. 이는 이제 음악에 국한되었다기 보다는 문화적인 하나의 텍스처로 보고 또 다른 미적감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적인 아름다움을 가장 극도로 끌어올리려는 이들이 취하는 하나의 선언 같은…그리고 적당하게 취할 수 있는 컨셉과 같이.

화장하고 나왔다고 게이일 거라 단정 짓는 사람은 이제 이 시대에 드물지 않나.

영화 <크루엘라>의 서포터 디자이너 아티의 중성적인 제스처, 패션을 볼진대 그의 전문적인 식견과 섬세한 미적감각을 인정하듯이,

슈퍼밴드2의 크랙샷 (크랙실버)이 연출하는 <Opps!... I did it again>의 광기 어린 무대매너에 넋이 나가듯이

X-Japan의 [the last live]를 보며 드럼 치다 가녀리게 쓰러지는 Yoshiki 요시키의 몸동작에 울고불고하는 친구처럼

그리고 이는 이들을 단지 더욱 돋보이게 하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어느 밴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Suede 스웨이드는 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Brit pop브릿 팝이란 장르 아닌 장르로 촉발된 엄청난 속도의 전투장에서 이 약간은 소수 문화적인 Glam rock 스타일을 자신의 중요 무기로 재해석하여 출진한다.

중성적인 비음을 강하게 섞어 우아하게 고개 젖히고 영국 발음으로 노래하는 이 키 큰 청년의 자태라니, 밟으면 끌려 들어갈 것 같은 퇴폐미가 뚝뚝 흐르는 장소에서, 알코올 냄새가 춤을 추는 파티장의 왁자지껄함이 공존하는 그들의 음악이라니.

이 치명적인 매력은 뭇 선남선녀들을 아낌없이 끌어들이게 되었는데, 이는 매끈한 청년들의 중성적인 컨셉도 한몫을 하되 사실 음악 자체가 주는 쾌감이 컸다. 우리는 과거 T-rex, Kiss, Roxy Music에 그렇게 강하게 이끌리지는 않더라도 Suede가 현대적으로 빚어낸 Glamorous한 음악에는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화려하게 90년대를 수놓았던 이들은 한 번의 해체를 겪었지만 다시 재결성을 하여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밴드이다. 본 글을 쓰면서 어떤 시절의 그들을 얘기해야 할까 생각을 했지만 사실 여러 번 음악을 들어보아도 이들의 음악을 얘기할 때 반드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시절과 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기타리스트이자 밴드의 음악을 책임지고 있던 Bernard Butler 버나드 버틀러의 그림자가 함께하는 시간이 그러하다.

프론트 맨으로서의 Brett Anderson 브렛 앤더슨 은 아득한 목소리로 밴드의 성적 정체성을 모호하며 퇴폐미 가득하게 만들어 주었으되, 이를 근본에서 받치고 있는 Bernard의 몽환적인 기타 소리가 만들어 내는 풍경은 밴드 사운드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결국 동명 타이틀 1993년 1집 [Suede], 1994년 2집 [Dog man star], 1997년 3집 [Coming up]까지로 한정하게 된다. 이후 음악들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집중하고 싶은 시간을 얘기하는 것이다.

[Running on Empty 허공에의 질주] 의 River Phoenix 리버 피닉스에 애정했던 우리들이 이런 미소년의 정서를 느끼며 어찌 그냥 있겠는가 말이다.



1집 데뷔 앨범의 시작은 어마어마하다. 이들도 젊고 우리도 젊었나 보다. 그 에너지의 융단 폭격이 느껴진다.

프랜치 키스를 듬뿍 선사하는 남녀남남녀녀 알 수 없는 앨범자켓을 전투의 깃발로 내걸고는 <So young> 이라고 외치는 이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아이 참, 우리는 너무 젊어서…아이 참, 우리는 너무 젊은데 어떡하지. 눈웃음 짓는 도발에 마지못해 엮여 주며 가방을 던지고는 파티장으로 춤추러 키스하러 다녔던 시간들 이라고 하면 거사짓실이다.

콧김이 아주 강하게 서려있는 브렛의 우아한 보컬과 거친 가운데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아르페지오가 가득한 버나드의 기타 조합은 완벽하게 The Chemistry between us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뭇 밴드들과는 차별화되는 에너지를 보여 주었다. 거기에 글램적인 접근으로 아름다움을 더욱 치명적으로 표현하려는 몸짓이란.

이리 튀고 저리 치받을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크게 와닿았을지 상상해 봐도 좋겠다.

아이라인이 진한 고스 처자도 좋아했고, 건너 집 시니컬한 기타리스트도 좋아했으며, 집에 들어가지 않는 밤거리의 방황하는 청년도 좋아했다.



그 풍경은 2집 [Dog Man Star]에서 더욱 극대화되었고 사운드는 더욱 확장되었다. 1집에서 우린 너무 젊다며 도발을 했다면, 2집은 <We are the pigs>라고 외치며 불타는 거리에서 춤을 추며 달려 나간다.

아무래도 얘들은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또 파티가서 춤추고 키스하고 불을 향해 달려갔던 시간들 이라고 하면 사거실짓이다.

에너지는 여전하며, 사운드는 더욱 아득해지고 때로는 깊어졌다.

그 정서적인 깊이의 가장 정점에 위치한 곡을 <The Asphalt World>로 꼽고 싶고, 마지막에 링크로 소개하게 된다.

Bernard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적인 감수성이 그 속에 가득하며, 그만큼의 합으로 Brett의 목소리 또한 가장 울림이 크다.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나간 후 다시 페이드 인 되는 시간의 성스러움.

미학만을 온전히 추구하는 것 같은 작품과 같다.

참 신기한 것은 이 멋진 명반이 보컬 Brett과 Bernard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틀어져 서로 말도 안 하고 마주치지도 않고 만들어 내었다는 데에 있다. 서로 지독한 상처는 있되 그래도 자신이 잉태하고 있는 음악에 대해서는 진지했었나 보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앨범이건만 1집 이상으로 깊은 울림을 주게 된다.


결국 Bernard가 참여한 앨범은 이 두 가지 앨범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3집 [Coming Up]까지를 그의 카테고리로 넣어 주게 된다. 이는 그가 떠났지만 그 잔상이 그대로 반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Coming out이라고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는 3집은 상업적으로는 1,2집보다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즐겨 부를 수 있는 좋은 곡 또한 가득하다. 그리고 새로운 기타리스트는 Bernard가 있었다면 이렇게 연주했을 법한 방식으로 연주를 해 낸다.

결국 그가 만들어 낸 Suede의 정체성과 영향력이 그가 탈퇴한 이후에도 간접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수많은 역사를 거쳐 오면서 우리는 이제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이란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더러움 가득한 오물이 누군가에게는 눈 속에 피어난 꽃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각자가 정의하는 아름다움의 시대에 살고 있음이 꽤 맘에 든다. Suede는 옛 유산의 수혜는 입었으되 전적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를 표현하려고 하였으며 이는 꽤 성공적인 시도였다.

그 속의 퇴폐, 중성, 어두움과 혼란, 저주, 환락, 질투까지도 사랑한다.

그러니 이제 그만 자리 뭉개고 이들의 꼬심바리에 넘어가서 파티가서 춤추고 키스하자.



본 글은 개인적인 리스트에는 있되 일전 그림 그리고 글을 쓰는 장광현 작가님의 https://brunch.co.kr/@bcf2a80175674a1/67 말씀도 있어서 더욱 즐겁게 다뤄보게 되었다.

작가님의 시선이 그들의 어떤 시대에 머물렀을지 모르겠으나 과감하게 거두절미하고 Bernard시절로만 커팅해서 얘기한 나의 마음을 이해하실 것 같다.

그들의 세 가지 앨범들은 한 곡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가시 돋친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이 어려운 과제를 장광현 작가님에게 돌리고 그만 도망가련다.



Suede [Dog Man Star] 1994년 <The Asphalt World>

https://youtu.be/gLnc4RZLD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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