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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 한 스푼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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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Jeff Jung Jun 28. 2023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로

권진원 [나무] <깊고 오랜 사랑>

우리는 가수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되 무대에서 격양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때때로 우리는 듣는 청자는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데 가수 본인이 너무 오버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되며 이때의 심정이란 들려는 감동마저도 사라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렁이는 파도가 천천히 몸을 잠기게 하기도 전에 물을 부어버리는 격이다.

그리고 우리는 ‘흠, 프로답지 못해.’ 뭐 이런 훈수를 둘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악과 라이브 명연은 다르게 다가온다.

앞서 언급한 일반론을 가볍게 뛰어넘고 다른 차원의 이야깃거리를 제시하며, 청자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시험문제에 죽어라 나왔던 한용운의 ‘님’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가져와 보자면, 화자가 얘기하는 ‘너’는 듣는 이에 따라 수많은 갈래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각자만의 다채로운 동력이 이 라이브를 명작으로 만들어 낸 근원이 아닐까 한다.

나는 권진원이 지금 흘리는 저 눈물 너머의 풍경을 상상해 보게 된다. 그녀에게 ‘너’는 과연 무엇일까.

정말 쉽게 던져 볼 수 있는 잊지 못할 옛 사랑일까?

그런 하나의 작은 의미로 그렇게 깊은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그녀는 강변가요제에 나오기도 했고, 한때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찾사의 멤버이기도 했다. 이후 대중가수의 길을 걷고 솔로앨범을 내고, <살다 보면> 이란 히트곡도 내고, 실용음악학과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수많은 이별과 사랑, 우정, 배신을 경험하였을 것이고 남편과도 결혼하여 콩깍지로 잘 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연인, 누군가의 스승,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엄마일 것이다.

‘이 곡을 부르면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기의 ‘너’는 쉽게 사랑하는 누군가로 대입할 수 있을까?’ 란 의문이 들기 시작할 때 나는 그녀와 시나브로 코드가 연결되어 그녀 무의식의 깊은 안으로 들어가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분명 이 곡을 부르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어떤 회환을 경험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무언지 모르는 내면의 역사를 전혀 꿰뚫어 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응, 그렇군요. 이해해… 그런 마음.’

흐릿한 구체적인 형상 너머 그곳에 자리 잡은 깊은 시간과 공간의 거대한 빙산을 마주한다는 감정 자체가 연결될 때.

나 또한 그녀의 눈물에 공감하게 되고, 그동안 써 내려간 역사를 위로하게 된다.

이 생경한 느낌이 참 독특했다. 전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굳게 고개 끄덕이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그 에너지를 넘겨받아 ‘너’를 생각해 본다.

그렇게 ‘했다’로 몇 차례나 힘주어 다짐할 수 있는 ‘너’라는 대상을 생각해 본다.

과연

나에게.

조금의 떨림은 있을지언정, 강인하게 부여잡고 그녀는 한 줄 한 줄 써내려 간다.

힘주어 한 호흡 한 호흡을 불러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