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Nov 27. 2022

하지만 겨울은 봄의 심장을 잉태하고

미스티블루 Misty Blue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


'블루'


박제가 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심상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무래도 지난 날의 이야기들과 연결될 수 밖에 없기에 대체로 수면에 드러나는 것은 차분한 무언가였던 것 같다.

카페에 어디든 걸려 있던 키에슬로프스키의 [블루] 포스터, Miles Davis <Blue in green>의 끝 맺음, 장조와 대비대는 blue note만의 취향, 끝 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던 그랑 브루의 바닷빛,

여기에 부우옇고 차가운 겨울 아침 공기를 담은 후 '미스티'라고 블루를 뒷받침해 주는 밴드가 있다.

이제는 해체하여 더 이상 볼 수는 없지만, 그 끝이 너무도 아름다워 계속 기억에 걸려 있는 밴드, ‘미스티블루’


약 8년간의 시간 동안, 올곶이 많은 활동을 보여 주었다. 처음 활동 때부터 바로 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00년 대 초반 델리스파이스 형태의 감성적인 인디 밴드를 많이 지지해 주던 파스텔 뮤직에서 여러 뮤지션들을 하나의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묶어 발매했던 그 곳에서 들었던 어떤 곡이 좋았을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 활동 때부터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만나니 이별이다' 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앨범을 한 장 한 장 사서 플레이어에 걸고 즐거움을 즐기는 찰나, 심지어는 봄,여름,가을,겨울 EP앨범들은 한꺼번에 4장을 주문하는 나름 플렉스(?)를 누렸던 찰나, 불현듯 그들의 마지막 공연을 공중파에서 보게 되었다.

2010년 7월 스페이스 공감에서 정말 고맙게도 그들이 해체하기 전 마지막 찬란한 순간을 남겨 두었으며, 헤어짐이 안타깝긴 하지만 우리는 한번씩 아쉬울 때면 그나마 그 장소, 그 시간의 그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정신적인 지지가 되어 주었을 것만 같은 듀오, 최경훈과 정은수.

베이스를 잡은 최경훈은 그의 포지션 대로 앨범의 뼈대와 기반을 굳건하게 만드는 데 힘을 실었을 것 같고, 정은수는 ‘미스티블루’의 색채에 그녀만이 가진 목소리와 감성을 가사와 음악으로 더해 주었다.

정은수가 음역이 풍부한 가수라고 얘기하기에는 주저되는 면은 있다. 때로는 힘겨울 때도 느껴지기에 초절음이 대중화된 요즈음 우리의 일반적인 눈높이로 보았을 때 그녀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보일 수는 있겠으나.

음악은 키재기가 아니며 작가의 심상이 어떤 색깔로 녹아 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정은수의 목소리와 음악은 올곶이 미스티블루 그녀일 뿐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녀이기 때문에 이렇게 ‘미스티블루’의 색깔이 만들어졌다는 데 대부분의 이들이 동의를 할 것이다


'미스티블루'의 앨범을 색깔 짓는데 공통적인 분모로 작용하는 앨범 커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지윤 씨의 작품들인데, 이 앨범커버를 하나로 묶어 나란히 바닥에 놓으면 작은 소품이 된다. 본 앨범 커버의 아름다움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장의 EP 앨범들을 논할 때는 극대화 된다. 4개의 계절이 어떻게 형상화 되었을 것 같은가? 그대가 상상하는 그 만큼의 아름다움이 앨범 커버에도 드러나 있고, 그 속에 담긴 음악들에도 녹아 있다. 4장의 앨범은 4가지의 이야기지만 하나의 서사시일 것이니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는 게 이상할 것 같다.



[1/4 봄의 언어], [2/4 여름, 행운의 지휘], [3/4 가을의 용기], [4/4 겨울은 봄의 심장]

봄의 왈츠를 시작으로 쿵딴따 쿵딴따 서사가 시작되면,

이어서 하얀 원피스에 빨간 벽돌집 바이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는 기억을 소환해 준다.

증명 없이도, 모두 다 알지 못해도 단단한 용기와 믿음을 들고 뛰어 들면

혹독한 겨울의 순간이 온다. 하지만 겨울은 봄의 심장을 잉태하고 있다.


서사시의 마지막을 기록하는 블루빛 앨범 자켓의 마지막에 자리한 곡은 공교롭게도 '미스티블루' 역사의 마지막 곡이 되었다.

이런 여러가지 심상이 겹쳐져서 일까, 이 곡을 들을 때면 항상 눈물이 앞을 가리게 된다.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

'미스티블루'...  우리의 마음 속 동결된 시간에서 부디 행복하세요.



 빛으로 빚어진

기록 같던 그 시간 안에서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


빛으로 빚어진

기적 같던 그 시간 안에서


아무 소리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정지된 순간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

너의 심장에 나의 심장에



미스티블루 [4/4 겨울은 봄의 심장]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

https://youtu.be/JvUdh8W__k0








매거진의 이전글 정직진과 리피트 오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