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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Aug 19. 2023

어머니, 당신도 허상이었습니다.

John Lennon 존 레논 [Plastic Ono Band]

연예계의 가십만큼 씹고 뜯기 좋은 것은 없지만, 호사가들의 부풀려진 추정들은 때론 불편하여 음악 자체를 제외하고는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토록 떠 받들 여진 Beatles가 비틀즈가 해체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혼란과 분노와 더불어 그 이유를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양에서 온 웬 마녀 같은 년이 John Lennon 존 레논을 홀려 이들을 이간질했다고 하면 이만큼 입에 담기 좋은 앞담화가 없겠다.

지금은 그게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 당시는 전방위적으로 어지간히 미워했을 것 같단 상상이 된다. 엄청난 돈이 걸린 뮤직 비즈니스 관계자부터 순수한 아이돌 팬덤까지.

나는 비틀즈의 전기를 읽지도 않았고 그 시대에 살지 않았으니 이를 알 길은 없지만 그들의 해체가 대중들에게 그닥 좋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거란 상상을 해 본다.

그러나 존 레논은 사랑해 마지않는 그녀와 또 다른 여행을 떠났다. 수많은 억측과 갈등과 시기와 질투를 받으며,

그는 Ono Yoko오노 요코를 무지 사랑했나 보다. 이후 솔로 앨범에 있는 그녀의 갖은 상징이라거나, 함께 했던 사진들, 예술 퍼포먼스들, 음악들을 보면 말이다.

첫 만남 이후 존 레논이 자석처럼 끌려가며 격정적으로 사랑했던 시간은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한 번씩은 그런 짐승 같은 감정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때는 다른 것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 다른 수컷에게 행여나 뺏기지 않으려는 동물적인 경계부터, 상대방의 까진 손톱도 좋아하게 되고, 마음속 자리 잡은 어두움을 공유하고는, 우리 둘만의 높은 성 안에서 외부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물리치는 단호함까지.

그런 지고지순한 사랑의 감정으로 나는 존 레논이 자신과 오노 요코의 사랑에 어떤 흠집을 내는 것을 다 차단하고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았을까 상상을 해 본다. 그런 그에게 비틀즈라는 명성은 이미 허상 그 이상도 아니었을 것이다.


비틀즈가 해체된 이후 존 레논이 낸 첫 번째 솔로 앨범은 그래서 순수하게 빛난다.

흐릿한 노스텔지아를 자극하는 색감을 바탕으로 거대한 나무에 기대어 한 곳을 바라보는 화면은 아름답다. 마주 보지 않고 평행하게, 서로의 몸을 의지하며 나란히 무언가를 본다는 행위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앨범은 여러 가지 다양한 자유분방함과 좋은 곡들로 가득하지만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 존재하는 멋진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읽힌다.

Mother에서 Isolation으로 이어져 God으로 마감하는 여정이 그러한데.

앨범의 첫 시작을 알리는 <Mother> 마더 는 그의 어린 시절을 밝혀주는 등불과도 같다. 진중한 종소리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상징처럼 보인다.

그 속에서 그는 몸도 마음도 연약한 어린 소년이었으며 아빠와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였다.

어머니는 그를 가졌지만 그는 어머니를 가지지 못했으며, 자기는 아버지를 떠나지 않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식을 버리고 떠났다.

그럼에도 어린 그는 절규한다. 엄마 가지 말라고, 아빠 제발 돌아오라고..

깊은 우물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진 외침으로 시작하는 <Mother>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단절하는 씻김굿이며 그 절단면 너머로 걸어가는 어느 어른아이의 첫 발자취이다.



천하의 비틀즈와도 헤어지고, 홀로 걸어가는 시간은 지독한 고립감을 준다.

그에게 더 이상의 성공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구라는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나를 헐뜯고 가로막고 발로 차려할 것이다.

작은 소년과 소녀가 만나 무언가를 해 보려는 시도를 고깝게 볼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가야 하리라. 이 뻐근한 두려움을 마주하며.

우리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으니까…

아.  Isolation…



깊은 시간의 우물 속에서 헤매던 작은 소년은 마침내 깨닫게 된다.

God이라고 통칭되는 위대한 모든 존재들은 사실 허상이었음을.

그는 선언한다. 하나하나 힘주어 다시 선언하며 이 세상 모든 가치들을 소리 내어 부정한다.

마법을, 주역을, 성경을, 히틀러를, 예수를, 부처를, 만트라를,

결국 자신이었던 비틀스 조차도.

이 자기부정의 끝에 오직 믿는 ‘나’가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내가.

과거의 꿈에서 깨어나 앞으로 걸어가는 나와 그녀만이 있음을.

God은 무신론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무정부주의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찰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음악일 뿐.

어머니 미안해요. 이젠 당신도 이만 삭제할게요.



이 세 가지 큰 기둥은 견고하게 집을 지지하고 있다.

하여, 그 아래 데코된 여러 다양한 음악적인 시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날것의 훌륭함으로 제자리를 빛내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빈티지를 자극하는 단출한 구성과 녹음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편안함이 있는데.

<I found out>, <Well Well, Well> 같은 곡들에는 멜로디 악기가 마치 리듬을 담당하는 것처럼 쓰이며 축제의 난장을 벌여보는가 하면, 영국의 노동계급을 얘기하는 시니컬한 제스쳐도 있다. 그럼에도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에 실어 보내는 <Love> 사랑이 다음을 차지하더라도 어색하지 않다.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시작점으로 돌아가 온전히 자신을 화해한 연후 내디뎌 보는 첫 발자국.

이를 진솔하게 드러내 보고 싶었다는 음악가의 마음이 거미줄처럼 잘 뭉쳐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누군가의 또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신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Mother>에서 탈지면처럼 스며들던 감정이 <Isolation>을 거치고, 마지막 ‘I just believe in me’라고 허탈하게 읊조릴 때 볼을 타고 흐르는 시간이 있다.

그 둥근 감정을 담아 앨범 소개를 마감하고 싶다.

그리고 그는 다음 해 <Imagine> 이매진 을 발표하게 된다.



John Lennon [Plastic Ono Band] 1970년 <God>

https://youtu.be/aCNkPpq1g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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