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Aug 27. 2023

들리지 않니, 보이지 않니?

Chick Corea [Light as a Feather]

Fender Rhodes 펜더 로즈를 좋아한다.

옆집 영숙이 사랑 고백하는 것처럼 시작했지만 미리 메모리에 저장된 신디사이저 방식이 아닌 아날로그 방식의 빈티지 일렉트릭 피아노 사운드가 가진 아름다움을 편애한다.

펜더 로즈는 피아노와 동일한 건반이 있고 타건을 하면 지렛대에 의해 소리굽쇠를 때리는 유사한 장치가 있다. 각 소리굽쇠에는 일렉트릭 기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코일 픽업이 건반의 개수만큼 있어 발생하는 진동을 코일 픽업이 받아 증폭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사운드는 일렉트릭에 의한 만들어진 것이긴 하되 그런 과정은 마치 어쿠스틱 피아노와 같이 아날로그틱한 감성이긴 하다.

여기에 각자 연주인만의 톤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이퀄라이저 등 조절 장치가 있어 감성적이고 개성적인 사운드를 뽑아낼 수가 있으니.

이 뮤지션의 감수성이 그대로 손가락과 제스쳐를 통해 전달되는 사운드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몽글몽글한 사운드와 깊은 잔향을 맘에 들어한다. 당연히 빈티지 사운드를 그리워하고 표현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 보니 그런 구형 방식이 여전히 8세대 모델까지 이어져 오며 현재도 판매가 되고 있나 보다.

나로서는 처음 반한 게 호칭 때문이었다. 이름이 풍겨주는 이미지가 왜 이쁜 거지?

사람과 사람의 이름이 합쳐진 합성어일 뿐이지만 알게 모르게 노스텔지아가 느껴진다. 로즈가 Rose로 들려서, Portishead의 Roads로 들려서? 후훗, 펜더 로즈라고 발음하면 그 어순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사운드가 들려올 것만 같다.

흠. 펜더 로즈…  


사실 글이 와전되었긴 하다.

펜더 로즈를 좋아해서 Chick Corea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 리턴 투 포에버 앨범들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Chick Corea가 내보이는 음의 향연을 찾아가다 보니 거기에 그가 사용하는 펜더 로즈가 있었던 것뿐이다.

그렇지만 그 달콤한 토핑이 흩뿌려진 사운드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지 않으실지…


Miles Davis 마일즈 데이비스 [Bitches Brew] 시절 함께 했던 퓨전 재즈의 동력을 발판 삼아,

Chick Corea는 앞서 얘기했듯이 Return to Forever를 결성했는데 초창기 두 장의 앨범에 참여했던 멤버들의 캐미가 너무 뛰어났다.

이파네마의 언니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브라질 Flora Pulim 플로라 퓨림의 나긋한 목소리와 퍼커션으로 더 유명했던 Airto Moreira 에어토 모레이라의 드러밍.

플루트와 색소폰을 번갈아 연주하며 멀티 악기로 색채를 돋구던 Joe Farrell 조 패럴.

무엇보다도 연주의 중심을 잡아 주었던 핵심 Stanley Clarke스탠리 클락의 베이스 리드는 본 앨범들을 명반으로 만드는데 치트키 수준이다. 게다가 주 장기인 일렉이 아닌 초기 콘트라 베이스를 사용하는 사운드를 즐겨보는 것은 덤이다.

굳이 챙겨보지도 않을 멤버들을 장황하게 열거하는 이유는 이들의 사운드 캐미가 앨범들을 찬란하게 빛내는 주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특히 얘기하고 픈 두 번째 앨범 [Light As a Feather]는 퓨전 재즈라는 바다를 얘기할 때 개인적으로 가장 처음으로 놓고 싶을 정도이다.


그중에 동명 타이틀곡을 링크로 정리해 보았다.

Flora Pulim의 나긋한 목소리와 Chick Corea의 펜더 로즈 메인 타이틀로 기분 좋게 시작한 여정은 색소폰에서 베이스로, 다시 펜더 로즈로 회귀하는 루트인데, 다채롭게 변화되는 베이스의 리듬과 퓨림 언니의 추임새를 따라가다 보면 곡이 어떻게 끝난지도 모르게 도착지에 온 것 같다.

Chick Corea는 선두에 서서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조력자로서 그의 펜더 로즈를 다양하게 표현해 주고 있으며 그 풍경이란 이 만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Can’t you see, I am free로 고조되는 분위기에 와우를 건 펜더 로즈의 환기는 짜릿함을 넘어선 강렬함이 있다.

음악으로 대화를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볼륨을 좀 크게 들어야 맛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녹음 믹싱 때 베이스 기타 레벨을 아주 조금만 더 올려주었으면 어떠했을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앨범을 들을 때마다, 이런 명연을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늘 인사하고 싶다. 펜더 로즈의 사운드를 이 참에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하며 앨범을 소개해 보게 된다.


재미있었던 것은 과거의 앨범 듣기와는 다르게 오늘 글을 올리려는 중 느껴졌던 색다름이었다. 우울할 것도 많은 세상에 깃털과도 같은 가벼움을 찬양하는 화자의 풍경이 낯설게도 느껴졌나 보다. 어떤 이에게는 서 있을 힘조차 없는 고단한 하루가 아니던가.

누군가는 먹먹한 황망함에 휩쓸려 이리저리 치이고 다니는 중 퓨림 언니는 어찌 이다지도 깃털처럼 가볍게 기분 좋은 맑은 날을 찬양하는 것인가. 이 부조리에 잠깐 의아해지기도 했지만 아마 내가 마침 그 밖의 나 작가님의 <소설 아욱꽃>을 시작하며 쓸고 다니는 감정 때문에 그러한가 보다. https://brunch.co.kr/magazine/likeanovel

모두가 같은 시간에 놓여 있지만 각자 살아가는 방식, 처한 위치에 따라 받아들이는 세상은 이렇게 다르다. 음악과 예술은 잘못이 없고 저기 있을 뿐이고, 우리가 어떻게 일용하는 가에 달려 있겠지.

Chick Corea는 친애하는 동료들과 1972년 어느 날 깃털처럼 가볍게 화창한 날을 찬양하였다. 나 또한 그 무게보다 더 가벼운 날이 있었고 앞으로도 새털처럼 많을 것이다.  

그 정도로 되었다.



Chick Corea and Return to Forever [Light As a Feather] 1972년 <Light As a Feather>

https://youtu.be/nnCRFOWCpIg?si=Lbj1hBOhQ_Lhj8W1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니, 당신도 허상이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