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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Sep 16. 2023

너의 악기에 영혼의 무게를 더하면

Charlie Haden Liberation Music Orchestra

Charlie Haden 찰리 헤이든 은 서정적인 베이시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Pat Metheny 펫 메시니 와의 듀엣 협연으로 자신의 고향 미주리를 아름답게 그려낸 목가적인 풍경이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어린 시절 작은 고향에서 바라보았을 노을 진 하늘을 닮은 [Beyond the Missouri Sky (Short stories) ]에는 심지어 <Cinema Paradiso (Love Theme)>까지 있어 시네마 천국의 숨죽인 향수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엇보다도 가장 빛나는 곡은 단연 마지막을 수놓은 <Spiritual>로 꼽고 싶다. 이 내적인 연가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운드로 가득한데, 그 풍경은 마치 Charlie Haden의 장례식에서 울려 퍼졌다면 가장 경건한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https://youtu.be/1k_DF_RohcM?si=Syk647y8DdA6NxYn 


그의 어쿠스틱 베이스 사운드는 일반적인 베이스보다 더 무겁고 두터운데. 아니, 나는 그렇게 느낀다고 정정해야겠지.

보다 단순하게 루트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라인이고 현란한 플레이조차 없지만, 그 울림의 깊이가 다르다 보니 다른 연주자와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풍경을 그리게 만든다.

인간에게 주어진 영혼의 무게가 200g이라면 그의 베이스 사운드는 200g이 더해진 진중함으로 다른 이들의 화음을 단단하게 지지해 주고 있다.

Pat Metheny팻 메시니 와의 협연뿐 아니라 Keith Jarrett 키스 자렛 과의 듀엣을 다룬 여러 앨범 등 서정성을 기반으로 한 느린 베이스는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고 봐도 되겠다.

그러나 각설하고 본 종이에는 그의 음악 전 생애를 돌아볼 때 반드시 짚고 싶은 Liberation Music Orchestra 활동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 싶다.


Liberation이란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예상한 데로 그 정도일 것이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평등한 자유. 그리고 이를 위한 권리 선언. 프랑스에 있는 리베라시옹 잡지를 떠올린다거나, 구속된 무엇으로부터의 해방, 혹은 진보적인 어떤 면.

그런 시선을 바탕으로 Charlie Haden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프로젝트 유닛이 맞다.

가장 첫 번째 모임과 앨범은 1969년도에 이루어졌는데.

역사적인 배경을 거슬러보면 미국은 그 당시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케네디와 마틴 루터 킹 암살, 흑백 간의 갈등, 소련과의 냉전상황, 중남미 독재 정권 지원, 베트남전의 지지부진함, 시민의 반전 운동, 닉슨의 캄보디아 폭격, 플라워 파워 등 우리가 익히 역사에서 배웠던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Charlie Haden은 이런 상황에서 많은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고, 지인들을 불러 모아 음악인인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를 대변한 것이 본 오케스트라 녹음이다.

그가 하는 음악에는 별도로 보컬이 없다. 그렇다면 그가 택한 표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스페인 내전 등 과거 전쟁사에서 파시즘에 반대해 불려 왔던 곡, 중남미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음악, 때로는 <We Shall Overcome> 같은 해방 찬가들을 주재료로 가져와서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하고 프리 재즈적인 음악성을 더한다.

즉, 과거의 종결된 전쟁 역사들의 반추, 억압을 겪고 있는 원주민들의 민요들을 반영하여 현재를 대변하는 방법론으로 택하였는데. 이는 직접 가사로서 무언가를 설파하는 것이 아닌 음악 자체와 은유로써 표현되는 간접적인 방식이겠다.

60년대 태동한 프리 재즈를 자유에 기반한 음악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그는 이런 음악성을 어떻게 보면 또한 잘 활용한 측면도 있다.


이 상징적인 모임은 단 일회성으로 그친 프로젝트가 아니라 그의 전 시기를 함께 해 온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된다.

예를 들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자행된 엘살바도르 군부독재 지원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살해당했을 때에는 두 번째 모임을 결성하여 [The Ballard of the fallen] 앨범으로 표현했고,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던 2000년대에는 [Not in Our Name]으로 부시 정권에 항의하는 식으로 지속적인 Liberation 활동을 이어 나갔다.

 Liberation Music Orchestra (Impulse!/1969)
 The Ballad of the Fallen (ECM/1982)
 Dream Keeper (Blue Note/1990)
 Not In Our Name (Verve/2005)


미국이 벌이는 인권 유린 사태, 세계 도처의 전쟁 자체를 반대하고, 여러 억압에 맞서는 목소리를 내었다고 하여도 그를 급진적인 인사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의 조국을 사랑해 마지않는 미국인이고, 민주당을 지지할 것 같은 적어도 정치에 관심 있는 음악인 정도로 편하게 봐도 될 것이다. 너무 진보성으로 그의 음악을 포장할 필요는 없되 적어도 그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목소리를 재즈 음악 현장에서 내려고 했다는 사실은 적절하다


개인적으로는, 진보적인 시선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의 음악들을 듣는 것은 아니다. 예술에 있어서 어떤 사상이든 대입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쪽이다.

즉, 예술적인 심미성이 구호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단지, 어떤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 때 깊이 있게 일대기를 파보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앞서 언급했듯이 Charlie Haden을 따라가다 보면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지점 같은 것이다.

깊은 서정성의 비워진 공간 한 켠에 크게 뿌리내리고 있는 줄기가 여기 있으니 접근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작가가 어떤 하나의 테마를 꾸준히 밀고 나가 주는 것도 좋아한다. 결국 Charlie Haden은 여러 음악인들과 재즈 세계로의 여정을 끝없이 풀어나가면서도, 한편 우직한 베이스 사운드를 닮은 다른 한 기둥을 꾸준히 채워 나간 것이다.

이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프리 재즈의 접근법이 내게는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아 작품들을 즐겨 듣게 된다. 이미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음악이 어렵지는 않게 느껴진다. 무제라 붙여진 예술 작품도 아니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면서 즐기는 일이 흡족하다.

소중한 지인인 Carla Bley 칼라 블레이 의 편곡을 기반으로 마음을 같이 하는 뮤지션들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져 자유로운 난장을 벌이는 선언문.



고르다 보니 듣기 괜찮은 다른 앨범들도 좋지만 그래도 가장 첫 번째 활동을 시작한 상징적인 1969년 앨범에서 <Song For Che>를 선택해 보았다. 쿠바 뮤지션이 부르는 Hasta Siempre 찬가를 이어받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의 콘트라 베이스로 시작하는 인트로에 이어 난장으로 이어지는 물결이 선명하다. 현재는 이미 한갓 패션으로 소모된 체 게바라이지만 그 당시의 상황은 지금과는 또 다른 정체성이었을 것이다.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음악적 풍경이 마른 베이스를 통해 어떻게 다가올지.


참고로 나는 왼손잡이다.



Charlie Haden Liberation Music Orchestra 1969년 <Song For Che>

https://youtu.be/IMDWVl11D_A?si=HsxkOeu1-Z-ZJC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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