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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Sep 21. 2023

우리는 서로의 빛나는 아침

오소영 [A Tempo] [어디로 가나요]


확실히 싸우게 된다.
 
 사실 초창기에는 안 싸울 줄 알았는데 세월이 흘러가니 그 물결 따라 요동치며 서로에게 아픈 말들을 하게 된다.
 그러나 때론 어려운 시기를 함께 잘 흘러가게 되면서 그것이 사람과 사람 간의 진짜 만남이다 란 것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사랑과 배려, 존중이 없다면 정말 남보다도 못한 것이 부부인 듯도 싶다.
 
 나는 보금자리에 들어오면 무조건 음악을 틀어 놓는 습성이 있어 우리 가족은 항상 본의 아니게 음악을 흘려들으며 지내기는 하는데.
과거에는 취향대로 이 음악, 저 음악, 이상한 음악 마음대로 틀다 보니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어서 요즘은 기를 죽이고 조용한 음악 위주로 틀어 놓곤 한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고 있었던 그날도 음악은 여지없이 흐르고 밥맛은 좋았을 것이다.
 때로는 정말 사소한 것들이 분위기를 확 뒤집어 놓을 때가 있다.
 나는 나 대로 이런 태도가 어처구니가 없고, 아내는 그녀대로 서운한 마음과 그동안의 감정에 쌓여 마구 비난을 하거나 말이지.
 모르겠다.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는데 맛있다는 말 한마디 해 주지 않아서 서운했었던 걸까?
 그런 사소한 얘기가 시발점이 되어서 쌓였던 것과 더불어 따따불로 발전하는 그런 이미지였을까?
 서로를 아프게 하는 말들. 할퀴는 말들. 자신만의 말들. 우주가 헝클어지는 말들. 아픈 말들.. 말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스피커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러니한 배경음악을 잘도 깔아주고 있다.
 
 결국 감정의 회오리와 토해냄이 지나가고 먹먹한 공기만이 가득한 공간.
 트랙을 넘고 넘어 우리의 강인한 오소영은 어느새 <Soulmate> 를 노래한다.
 문득 인식하고 있는 너머로 갑자기 음악이 어색하게 우릴 감싸고 있다.
 더욱더 적막한 이 자기장을 뚫고 노래는 사선으로 내려 꽂힌다.
 그리곤 아내가 푹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한다.


“아.. 나의 소울메이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뭐 그런 뉘앙스였던 것 같다.
 그 한숨의 순간, 참 슬펐다.
 연애 시절 아내에게 평생 지켜주겠다느니, 백업해 주겠다느니, 마주 보기보단 손잡고 함께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느니…. 갖은 신념을 들이대며 아내를 꼬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면서 그렇게 해 주지 못한 부분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음은 늘 그러하였는데.
 심술궂은 아이마냥 모른 척 뚝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고드름을 보니 여간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오소영은 성심을 다해 축복해 주며 끝까지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축가는 끝까지 축하하며 불러야 해요.'
 아아. 결국 아내는 작은 방으로 문 닫고 들어가 TV로 몸을 옮기고, 나는 애꿎은 막걸리만 연거푸 축내고 있다.
 
 이제야 나타난 그대는 나의 소울메이트
 그대가 있기에 내가 살아 있죠
 내가 있기에 그대가 눈을 뜨죠
 우리는 서로의 눈부신 세상
 우린 서로의 믿을 수 없는 기적
 우리는 서로의 빛나는 아침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화해한다. 출근할 때 얼싸안아준다.
 다음날만 되면 전날의 사소한 것은 정말로 사소한 것이 되는 법이다.
 하지만 명심하게 되고 성장하게 된다.
 
 그녀에겐 사소한 것이 때론 전부라는 것을….



오소영 [A Tempo] 2009년 <Soulmate>

https://youtu.be/glizYpoyNJs?si=7PubO2XI2PTivg4Q




<별책 부록>


11년 만에 발간된 2020년 3집 [어디로 가나요]는 너무 행복했어요. 이를 그냥 둘 수는 없었어요.

그 인고의 시간을 건너 그녀가 웃으면서 왔다. '나는 살아있었다고' 소리친다.

<홀가분>으로 시작하는 순간 마음을 비집고 터져 나오는 너털웃음..

2집 <A Tempo>가 숨겨진 보석이라면, 3집 [어디로 가나요]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탈 같다.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마침 그 밖의 나 작가님의 <아욱꽃> 탈고를 축하하며 마음속에 음악들이 계속 맴돌았다.

나를 꺼내달라고… 괜찮잖아? 축하해 주자고.

눈물이 흘러가듯 <당신의 모서리> 한 장을 더 은식의 시점으로 넣어 보기로 끄적인다.

그런데...

문득, 혜경이가 눈에 밟힌다. 홀연히 음악이 어느 순간 다른 장소로 인도한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온다. 제길, 남의 풍경에 참견하는 것은 못할 짓인데.


...미얀. 별책부록이 좀 길어졌어요.




무언가를 온 마음으로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지혜를 깨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성심을 다하니 하늘도 감동하는 법.

늙지 않는 불로초를 알아버린 그녀는 천기를 누설할 수는 없고 혼자서만 꿋꿋이 숨죽이며 자신의 보따리를 숨겨보지만 넘쳐흐르는 빛은 어쩔 수 없으니.

호랑이 곶감 내어 놓듯 하나씩 내어 놓는 이야기 속에는 세월의 때가 꼬질하게 묻은 시간까지 찬란하다.

사람은 사람을 끌어당기니 그녀를 이해해 주는 남자를 만나, 그 어렵다는 육아 생활 틈틈이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함께 하는 고즈넉함을 즐기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좋아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어요.

넌 미쳤어, 나도 그래. 그러니 우리는 해피 피플.

세온 작가님 https://brunch.co.kr/@shongi0514/92

오소영 [A Tempo] 2009년 <Happy People>

https://youtu.be/Ua2iK_Qywsk?si=CIJ9M9B81mK4pDLW




유머와 감춘 듯 감추지 않는 은유를 사랑하는 그녀는 어떤 기품이 흐르는 듯 하나 알고 보면 허당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선택하고 시작함에 주저가 없고 엄청난 몰입으로 단숨에 한 호흡을 즐기기도 한다.

사람을 가리려 하지 않고 너르게 안아보려 하는 마음은 천성이 아니면 어려울 것이나 삶의 시간들이 만들어 준 소중한 바탕일지도.

고전과 현대를 아울러 흡수하는 심상은 깊은 우물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고.

시의 시를 넘어서 그녀가 구축한 가공의 세계로 들어가네.

그곳은 왁자지껄한 지인들의 물결도, 어딘가 들려오는 가녀린 피리 소리도, 짙은 안갯속에서 만나게 될 나의 나도

램즈이어 작가님 https://brunch.co.kr/@fa55272ce44d455/101

오소영 [A Tempo] 2009년 <아름다운 너>

https://youtu.be/c5oajCMVr5c?si=e1Iik1yH3ziW-XTQ




출근길의 플레이 리스트는 항상 아침길을 느리게 만들어 주어.

점심 햇빛이 비스듬히 투과하는 창가에서 나는 생각하네.

나 다운 글쓰기가 무엇일까.

때로는 나라는 존재가 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를 형성해 준 수많은 이야기들, 시간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어느덧 편안하고 따뜻해져.

왜냐하면 나는 이미 행복하게 살아가기 진행 중이기 때문이야.

돌콩마음 작가님 https://brunch.co.kr/@dolkongempathy/54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2020년 <즐거운 밤의 노래>

https://youtu.be/ulFQuNK_uNc?si=nNvelG-vV1NBW3iW




먼 길을 돌아와 본 사람은 쉽게 밟히는 일상의 돌멩이조차 아름답게 세공할 수 있다.

예리하게 예술인의 시선으로 커팅된 단면을 들여다보며 그 행간을 읽어 나간다.

방황의 순간도, 현재의 시간도, 앞으로의 불확실성도

혼란과 두려움, 행복이 뒤섞인 존재의 무거움이니 때때로 자신의 끓어오름을 주체 못 해 표현할 날이 다가오리라.

일상을 소박하게 받아들인다. 그 숨죽인 아름다움을.

당신과 함께 걷고, 눈빛 바라보고, 맛있는 것 함께 먹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장광현 작가님 https://brunch.co.kr/@bcf2a80175674a1/78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2020년 <멍멍멍>

https://youtu.be/o5ytvkKoE4M?si=hTtnhJ8_qA3Q-GPx




작가님께 아직 묻지 못하고 있다.

혹시 Raymond Carver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하시는지.

심심하고 차분한 일상, 이른 아침이 함께하는 정돈 같은 시간 속에서

불현듯 침범하는 듯한 사건들도 있는 법이다.

그 작은 끄나풀을 당기기 시작하면 그 이후는 사실 나도 몰라.

저 해협을 건너 바다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고 있을까. 그럼 나의 마음은 함께 들뜨게 될까.

이 녀석들이 창 앞에서 다시 고개를 쭉 빼들고 나를 찾고 있다. 아, 이 유혹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넌 내속에 도사린 반반의 마음을 알고 있니?

이 밀당 녀석. 나에겐 때론 장난 같은 너의 리듬이 필요해.

Kleis 작가님 https://brunch.co.kr/@kleis/145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2020년 <난 바보가 되었습니다.>

https://youtu.be/274T1ETt4TA?si=djrciaR7N852ukUc




젖은 마음을 빨아서 내어 놓으니 햇살이 따갑게 비추고 있다.

이 여름이 어울리는 나.

이젠 바싹 마른 코튼에 얼굴을 묻고 싶다.

때로는 멈칫하고, 때로는 울컥하지만 시간은 무심하게 지나간다.

하나씩 버리고, 버리고, 꽃잎을 따서 버리듯 하나씩 허공으로 날리며

스스로 꽃길을 만들며 걸어간다.

윤신 작가님 https://brunch.co.kr/@enchantshin/405

오소영 [A Tempo] 2009년 <그만 그 말 그만>

https://youtu.be/2YzTpGTo1bE?si=O2pWMHDWbJvmcPmC




할머니는 아기처럼 정성껏 싸맨 둥그런 아욱 다발을 내 장바구니에 넣어주었다.

뒤늦게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 아이 몸에 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나는 적막이 싫어 아침에 돌렸던 청소기를 한 번 더 돌렸다.

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요.

에이, 못생겼다….

이제 거기 가지 말아요, 오빠.

그런 모습,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무도 우릴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곳으로 가자.

우와, 정말? 신난다!

아욱은 신문지 안에서 조용히 꽃을 피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반지를 뽑아 허공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 밖의 나 작가님 소설 <아욱꽃> 혜경을 위한 음악 https://brunch.co.kr/@mesidebe/156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2020년 <어디로 가나요>

https://youtu.be/6mmvAaT9HIo?si=m_Mnbx6McLYZbMfU




네가 담배 끊으라면 끊을께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해 줄께.

예뻐서….

네가 아니었으면 이곳에 다시 올 생각은 못 했을 거야.

가슴이 아파서 어떻게 썼니?

이제부터 오빠가 네 엄마도 되어 주고 아빠도 되어 줄께.

우리는 1.5룸의 보일러 온도를 1도 높이고 느리게 부르스를 추었다.

혜경아 이것 좀 봐봐.


“또 보자, 혜경아.”


그 밖의 나 작가님 소설 <아욱꽃> 은식의 음악 https://brunch.co.kr/@mesidebe/158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2020년 <당신의 모서리>

https://youtu.be/D5qeRXXXnM0?si=IvPQJ4RY02UmlM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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