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leis Jul 04. 2023

아침의 소리

아침에 책을 읽고 글을 쓰기로 한지 한달쯤 지났나보다. 그전의 생활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이 루틴에 만족하고 있다. 가끔 유튜브 재즈 플리를 틀어놓았었는데 점점 클래식쪽으로 기울어 모차르트와 바흐를 오가고 있다. 아침부터 쇼팽을 들으면 너무 분위기에 휩쓸릴 것 같아서, 최대한 중립적인 분위기로 틀게 되는 게 바흐 평균율같은 것이다. 여하튼 지금은 오랜만에 다시 재즈 플리. 읽던 책을 내려놓고 쓴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책 <구원으로서의 글쓰기> 덕분에 다시금 명상에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별 건 없다. 그저 책을 읽다가, 혹은 커피를 마시다가 잠시 내려놓고 눈을 감을 뿐이다. 눈을 감으면 주변의 온갖 소리가 더 잘 들려온다. 우리집은 한쪽은 차길, 반대편은 집들에 면해있어 여러가지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오늘 들려오는 소리는 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와 고양이 소리. 차 소리는 언제나 잔잔히 깔려있다. 그런데 심상찮다. 울 집 마당에 자주 나타나는 회색 고양이가 내는 저 소리는 며칠전 사냥한 먹이를 물고서 내던 소리와 굉장히 흡사하다. 왜 그런 소릴 내는지는 모르지만 자기도 역겹다는 듯 혹은 힘겹다는 듯, 생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듯 내는 저 소리..그게 신경쓰인다. 


처음엔 어디 아픈줄 알았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그건 평소와 달리 어떤 먹잇감을 입에 물고 그것의 숨이 끊어질때까지 유지하며 내는 소리란 걸. 오늘도 그 소릴 내니 뭔가 평소보다 자주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보통은 동네 사람들이 주는 사료를 먹고 산다. 그런데 오늘따라 소란스러운 저 새들의 소리, 새들이 야단났다는 듯이 짹짹거리는 소리, 저것은 언젠가 마당에 한마리 새끼 참새가 떨어졌을때 지붕위에서 소란스럽게 들려오던 새들의 소리와 흡사하다. 그리고 바로 이어 들려오는 저 고양이의 특정적인 울음소리. 


얼마전 태풍으로 인해 길잃은 새끼 참새를 우연히 습득한 후, 고양이는 더욱더 야생의 본능에 눈뜨게 된걸까. 

나는 왜 이리 그 고양이에 관심이 많을까. 

 

명상하려 눈을 감았는데 더 모를 일이 되었다. 미스테리한 일들이 집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것이다. 매일매일, 자연환경이 좋은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야생의 동물과 식물, 기후, 하늘, 풀, 돌, 바람 그 모든것이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나는 결코 인공의 섬에 사는 어떤 지적인 생명체가 아니라 자연의 순환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일부다. 나 역시 다른 생명을 취하여 살아가고 숨쉬고 언젠가는 죽는다.

  

고양이가 잡은 먹이를 먹어치우는 모습은 엄청 깔끔했다. 깃털하나 남기지 않았다. 인간은 그만큼 주어진 것을 전부 활용할 수 있을까. 한 생명의 죽음이 아깝지 않게. 한 생명의 모든 것을 자신의 안에 담고, 온전하게 나의 일부로 만들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깔끔히 거둬갈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목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