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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목격

그제는 고양이가 참새를 잡아먹는 광경을 목격했다. 태풍이 쓸고간 후, 떨어진 참새가 있었나보다. 평소에 보지 못한 모습이다.


창문밖으로 꾸엑꾸엑하는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고양이가 입에 뭘 물고 내는 소리였다. 알고보니 그것은 참새였고, 참새는 몇 번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고양이에게 다시 잡혔다. 고양이는 참새가 죽어서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그것을 먹지 않았다. 움직임이 멈추자 그제서야 조금씩, 하지만 깃털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히 뱃속으로 다 집어넣었다. 그리고 배가 부른 듯 잠시 앉아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고양이가 뭔가 먹고살긴 하는지 걱정했었기에 그 광경이 놀랍긴 했어도 무섭거나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가 스스로 먹고 살 능력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고, 그 야생의 본능에 감탄했다. 걱정할 게 하나도 없는 고양이었어. 우리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다르다면 고양이는 조금도 먹이를 낭비하지 않았고 쓰레기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태풍에 날려와 어차피 죽을 생명을 낭비하지 않고 알뜰히 이용했다. 그점이 놀라운 점이었다. 우리 인간은 얼마나 저만큼 자연에 기여할 수 있을것인가.


물론 뉴질랜드에선 고양이 개체수도 많아서 고양이들이 새를 잡아먹어 새 보호가 안된다고 고양이들을 집안에서만 키워야한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저 고양인 어차피 집도 없다. 누가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지 아닌지도 모를일이고.


내가 궁금한 건 고양이가 참새를 입에 물고 있을때 왜 그런 이상한 소릴 지속적으로 냈냐는 것이다. 마치 자기도 힘들고 구역질난다는 식으로 말이다. 난 처음에 그 소릴 듣고 고양이가 어디 아픈 줄 알았다. 그래서 도와줘야하나, 어디 다쳤나 하고 내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고양이가 입에 뭘 물고 내는 소리였다. 구역질과 신음소리를 합쳐놓은 듯한 그 소리, 꾸어억 하는 소리.. 왜?? 그순간 힘들었을까? 어떤 에너지가 필요했나? 참새역시 새는 새여서 지속적으로 탈출을 감행했다. 고양이 입에서 몸을 휙 날려 가까운 곳에 떨어지고 또 날아가다 떨어지고를 반복했다. 눈이 나쁜건지 고양이는 참새가 죽은 듯 가만히 떨어져 있을때는 참새를 못 찾다가 참새가 움찔거리면 그제서야 발견하고 가서 물었다.


그러니까 고양이의 턱힘이 그리 좋진 않았거나, 세게 물지 않았거나, 새가 움직일때마다 고양이가 흠칫 놀랐을 가능성이 있다. 자기에게도 익숙치 않은 먹이였을 수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이 주는 것은 사료나, 사료캔, 잘 자른 고기등이었을테니. 


참새를 물고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나에게 발각돼 창문을 통해 눈이 마주치자 쏜살같이 도망치던 그 고양이는 평소에 나와 안면이 있었고 친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일 이후로 내 마음의 거리가 좀 멀어진 건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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