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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leis Jul 04. 2023

태풍, 집, 일기

오클랜드에 제법 큰 태풍이 왔다. 어느곳에서는 정전이 되었다고도 한다. 밤에 정전이 되면 어떤 기분일지.. 남편은 그럴땐 그냥 자면 된단다. 어차피 해도 길다고.. 맞는 소리같기도 하다. 얼마전 홍수로 피해를 입었던 지역에선 이번 태풍이 얼마나 걱정스러울까 생각하니 절로 기도하게 된다. 모두 무사하게 잘 넘어가기를.


내가 사는 동네는 그닥 피해랄건 없다. 마트 진열대가 군데군데 비어있고, 바람이 휭휭 불고, 비가 며칠째 내리고 있다는 것 외엔, 잘 모르겠다. 주말에 나가지 못해 답답했고, 매번 가던 카페에 못갔다는 것 외엔.. 그래도 어젯밤 잠을 설쳤다.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는 사이에 저 바람이 엄청 세져서 우리 창문을 깨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다. 


집엔 미리 장봐둔 음식들이 가득하다. 태풍을 대비한다는 명목아래 간식만 풍성해졌다. 그리고 빗소리가 엄청 크다. 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심각하게 크다. 다음엔 좀 조용한 집으로 이사가고싶다. 


이사온 집에 적응하는 기간이 벌써 4개월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엔 집이 너무 밝아서 눈이 적응해야했고, 이젠 소리만 남았다. 그래도 많이 적응했다 싶었으나 이렇게 세찬 바람과 빗소리까지 더해지니 머리가 아플지경이다. 집이란 참 중요하구나. 음악을 틀어놓으면 좀 집중이 되려나.


이렇게 뜨문뜨문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만 봐도 지금 내 상태를 알 수 있다. 집중이 되지 않고, 또다시 삶의 목표를 잃었고, 머리가 띵하니 아프다. 그래도 왜 쓰고 있냐고? 


일기를 옮겼다. 에버노트에서 애플노트로. 블로그도 하나 열었다. 그런데 정작 에버노트를 떠나니 어디에 뭘 써야 좋을지를 모르겠는 거다. 이런 기분이 들줄은 몰랐다. 에버노트에 너무 익숙해졌었나. 일기를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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