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leis Jul 04. 2023

중고거래, 테이블, 행복

침대및 책상등을 중고로 사려한다. 중고사이트를 둘러보니 어떻게든 살수는 있을 것 같다. 나를 위해서는 책상 겸용으로 식탁을 하나 사면 좋을것 같다.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식탁, 왠지 앉고 싶어지는 그런 식탁, 널따랗고 믿음직한 식탁.

스탠드도 하나 사야지. 새벽녘 내려오면 불이 키기엔 너무 밝으니까 은은하게 분위기를 밝혀줄수 있는 아이로.

음. 좋다.

주말은 참 좋은데 주말까지도 이것저것 해야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행복감이 반감되는 것 같다.

오늘 중고물품 거래에서 양쪽 다 만족스러운 거래가 성사되었으면 한다. 물건도 맘에 쏙 들었으면 좋겠네.

행복하다.행복해. 

마당에 잔디가 있어야 할 곳에 잡초들이 자라나 노란 꽃들이 흔들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행복하군. 글을 쓰고 있으니 더욱 행복해. 집안 곳곳에 초록 식물이 있다는 게 행복하고,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식탁에 테이블보가 깔려있는 것도 행복하군.

설거지가 좀 있긴. 하지만 그것도 행복하고

냉장고가 비어가서 그걸 채워넣으려 마트에 가야하지만 그것도 행복하고

일이 있는 것도 그걸 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하고

딸도 있고 아들도 있고 남편도 있고 피아노도 있고 침대도 의자도 책도 있는 게 행복하다.

음악이 있고 글이 있고 커피가 있고 식물이 있고 고양이, 새, 나비, 나방, 파리가 있는 게 행복하다.

구름과 파란 하늘이 있고 바람이 있다.

나는 무용한 듯 보여도 쓸모가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데 먹고 살고 즐기고 누리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내가 미워하고 원망하고 이해해가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행복하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말? 음...아니다. 그들은 그들방식대로 살겠지.

나는 누군가에게 나도 잘못을 했다는 걸 기억한다.

어제 피아노를 치다가 문득 깨달은 건

누구나 어떤 잘못을 할 때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잘못할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했었다.

알았다면 안했겠지.

정말 우리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일까. 우리에게 심겨진 프로그램대로, 대본에 충실하게 움직일뿐일까.

그렇다면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보는 것뿐이다. 자신의 의식 안과 밖에서 항상 깨어서 주시해야한다.

그 상황에 몰입할 이유가 없다. 자신 머리위에서 50센티 정도만 떨어져서 내려다 보듯이만 해도 대충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나를 관찰하고 남을 관찰하고 그런 감시카메라를 작동시키듯이.

보통때는 이걸 잊고 산다. 그래서 침착하지 못하고 상황에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후회.

피아노를 좀 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의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