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ff Jung Oct 04. 2023

저...플라잉 브이 좋아하세요?

Michael Schenker Group [One night at..]

헉! 글이 삭제되는 경우가 있나요? 제가 버튼을 잘못 눌렀을까요? 

우째 이런...소중하게 댓글 달아주셨는 것까지 다 사라졌네요. 너무 죄송합니다. 다시 동일한 내용 발행하니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친구, 나의 장례식에 들려주어…

이 인간은, 저번에는 <어느 기타리스트의 삶> 틀어 달라매. 좋은 거는 다 하려고 하노.

친구에게 20대 때 정말 그랬다. 

UFO의 <Lipstick traces>를 장례식에 틀어달라고 오뎅국물에 소주를 퍼부으면서 작은 선술집에서 얘기했다. 

손이 오그라들겠지만 뭐랄까. 그때는 격정적인 사랑의 불꽃이 꺼지고 남은 흔적이,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존재이유라고 생각해서였을까. ‘나 이렇게 잘 사랑하고 갑니다.’ 란 2분여의 회자정리 느낌으로 기억되기를 원했나 보다.

그만큼 절제되게 슬프고 아름답다. https://youtu.be/TguKVTULrKo?si=Mjtfnp6s6nia2o6g


과거에 흔히들 독일 밴드들의 음악은 한국의 정서와 잘 맞다는 흔한 얘기가 있었다. 멜로딕 한 면이 유독 한국인에게 잘 맞는다면서…개인적으로 그런 이미지의 혁혁한 공은 scorpions 스콜피온즈와 Helloween 헬로윈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Let me take you far away로 시작하는…. <Holiday> 우리들 모르는 이 없지 않나.

17세에 독일을 떠나 Scorpions, UFO의 리드 기타리스트를 거치며 그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를 하드락에 심어주고, 자신의 밴드를 만들어 평생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Michael Schenker 마이클 쉥커의 라이브 앨범을 얘기하고 싶었다.

일전, 털썩 키스하고 있는 두 남녀보다 더 로맨틱한 Jon Mark의 목소리와 Johnny Almond의 색소폰이 어우러진 걸작 라이브 Mark-Almond 마크 알몬드 [The last & live]의 앨범을 소개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4

그게 첫 번째인데, 이제서야 두 번째 라이브 앨범을 소개하게 되네.


Michael Schenker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시그니처 기타 모델 Gibson 깁슨 Flying V 플라잉 브이이다. 

사실 Flying V는 기타리스트들에게는 별로 좋은 기타가 못 될 것이다. 이게 치기에 좋은 포지션을 주는 기타 형태가 아니다. 또한 너무 가볍고 파지가 어렵다 보니 안정적인 연주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솔로잉을 할 때 그의 독특한 자세가 발현되었다. 기타를 허벅지 사이에 두고 엄청난 쵸킹을 시전하고 있는 모습.

그렇지만 단순하게 독특한 기타 형상을 넘어 그가 만들어낸 사운드 자체가 하나의 시그니처 같은 느낌이다. Flying V를 사용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기도 했지만 그가 연주하는 톤 메이킹이 Flying V의 오리지날 사운드라고 정의가 되는 정도이다.

그가 연주하는 Flying V는 뭐랄까. 

‘까리하다.’

가볍지는 않은데 결코 무겁지는 않고, 그렇다고 예리하다기보다는 둥그스름한 날카로움이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고 알 수 있기야 하겠냐만 기타 사운드를 들었을 때 아, 이것은 그의 Flying V 사운드란 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렇게 사운드 자체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이들을 참 좋아한다.


거기에 그 특유의 아름다운 서정성을 한 방울 떨어뜨려 놓았다.

전형적인 하드락 사운드인데, 그가 만들어 내는 음악은 여타 80년대의 음악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항상 분위기가 전환되며 무언가 가슴을 부드럽게 통과해 나가는 슬픔이 있다.

그가 마음을 담아 손으로 빚어내는 솔로잉이 흘러간다. 특히 전율이 느껴지듯 쵸킹과 비브라토가 한쌍으로 다가올 때마다 이 사내의 순정을 어찌해야 할지 감당이 안된다. 

[One Night At Budokan]은 그런 음악의 향연이 넘쳐흐르기에 한 번씩 앨범을 꺼내 들을 때마다 감탄과 감동이 함께 하는 것 같다.

스튜디오 앨범을 녹음하는 것 같은 레벨의 정밀한 라이브 명연도 대단하지만, 짧은 프레이즈 하나하나를 감성으로 녹여내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록으로 파워 드러밍으로 유명한 Cozy Powell 코지 파웰이 드럼으로 함께 했다. 흔히들 단순하면서도 천둥 같은 드러밍이라고 그를 칭하는데 본 앨범에서 왜 그에 대해 천둥이란 표현을 사용했는지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Chris Glen 크리스 글렌의 쫀득쫀득한 찰떡같은 베이스도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다.


클래식한 명곡들을 뒤로 두고 <Into the Arena>를 뽑아보았다.

제목만으로 보건대 내가 마음대로 떠올린 형상은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다. 

피비린내 나는 경기를 기대하는 호기심 가득한 관중들이 가득한 이곳, 첫 번째 기타 리프가 출진의 나팔처럼 펼쳐질 때 한 켠에서 오늘의 전사가 무시무시한 호기로 돌진한다. 환호하는 관중들의 무리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화답하는 전사. 

두 번째 기타 리프가 시작되면 다른 한 켠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전사. 몸은 좀 더 작지만 날렵한 단검을 자신의 몸과 같이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긴장의 뿔피리가 울리고, 한 합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대치, 한 번을 치닫다가 다시 물러나고, 휘두르는 단검을 살짝 비껴가며 둔중한 칼날이 날아와 가까스로 막아내는 방패에 박힌다.

한 순간의 허무함으로 삶과 죽음이 갈릴지언정 우리는 싸워야 한다. 이 전장에서 이겨 살아남아야 한다. 근육과 근육이 뒤엉키는 칼춤에 독기가 서려 있다.

순간 마치 스텝 프린팅과 같이 다른 시간이 흐르며 칼날의 난장이 색채와 같이 화면을 덧칠한다. 맞부딪친 칼날 하나가 허공으로 날아갈 때, 슬로우 모션으로 마침내 한 전사가 바닥에 쓰러진다.

높이 치켜든 칼. 이제 단숨에 심장에다가 꽂아 놓으면 될 터이다.

모두가 결말을 기대하는 광기의 순간. 죽여! 죽여! 죽여! 전사는 일순 눈을 부릅뜬다. 

그리고 암전.

뭐 그런…


그가 비브라토로 전하는 ‘까리한’ 사운드를 느껴 보시기를.

참고로 70이 넘는 아저씨 올해도 공연 잘하고 있습니다.


The Michael Schenker Group MSG [One Night At Budokan] 1981년 <Into the Arena>

https://youtu.be/20KLXPl0yfw?si=VSiP9Lj6Kkj6wPoi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서로의 빛나는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