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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Nov 13. 2023

지언정, 이 시대 음악 중심 무대

<싱어게인 3>

이 글은 한창 잘 나가는 프로그램에 편승하여 한몫 잡아보려는 취지는 결단코 맞다.

끄웨엑. 아이 참, 손이 미끄러져 오타가…


본 글은 한창 시작을 알리고 있는 경연의 형식을 빈 음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들의 역사와 개인적으로 위로를 받은 마음이 적지 않기에 메모되어 있던 부분인데, 적어도 지금 시점이 적절할 듯 하다.


JTBC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애정한다.

이를 위해 쓸데없는 개인 취향을 들춰보자면 어릴 적부터 TV 자체를 보지 않았다. 드라마는 <고개숙인 남자>가 마지막 완독본이었으며, <개그 콘서트>가 일요일 저녁 유일하게 단 하나 보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종영 후에는 <나 혼자 산다> 하나가 이를 대체했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의 음악경연 프로그램은 나오는 족족 실시간 청취는 물론이고 유튜브에서 다시 매만진 사운드를 찾아보기까지 한다.

그 역사는 짧지 않다. JTBC는 이미 그들만의 품질을 보장하는 꽤 많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내게 그 첫 스타트는 2019년에 방영된 <슈퍼 밴드>였다. 그리고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1>, <풍류 대장>, <슈퍼 밴드 2>,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2>까지가 나의 카테고리이다. (아내는 <팬텀 싱어>까지 본다.) 경연 프로그램 따위 엿 좀 줄 것 같지만 언급한 프로그램은 결을 달리 한다. 경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프로그램은 여러 에너지가 넘치는 뮤지션들이 자신의 끼를 넘치듯이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무대의 장이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JTBC 경연은 악마의 편집이라느니, 심사위원의 비수와 같은 평과는 거리가 멀다. 뮤지션과 음악 자체에 치중하는 모습이 확실히 보이고, 심사위원들도 못한 부분보다는 잘한 부분에,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한 조언 정도로 표현을 하고 있다.

음악 자체에 집중한다는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사운드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마침 TV를 새로 사며 사운드 바를 함께 구매하였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TV의 깽깽이 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사운드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한데, 이를 제대로 울려 주어 몰입도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TV에서 못다 한 음악을 유튜브에 다른 편집본으로 별도로 올려놓았다. 즉, TV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음악 하는 모습 중간중간 편집을 통해 관객의 모습, 환호성, 심사위원의 표정 및 멘트 등을 삽입해 놓았다면, 유튜브에는 오로지 음악 무대 직캠 날것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풍류 대장>의 풍류캠이 그러하고, <싱어게인>에서는 1열 직캠이 그러하고 <슈퍼 밴드>에서는 심지어 포지션 캠이라 명명하여 하나의 음악에 밴드 멤버 각자의 캠을 별도로 올려놓았다. 이런 정성이라면 충분히 박수를 칠 만하다. 그리고 그 사운드 또한 훌륭했다.

<슈퍼 밴드>의 무대 세팅 시도 같은 것 또한 어떠한가. 밴드들의 세팅 시간이 많은 것을 이해하여 일부러 슬라이드 무대로 양쪽 히든 공간에서 충분한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거나 말이다. 이런 작은 마음씨들은 음악 프로그램에서 음악을 가장 가운데로 세우고 있구나 하는 간접적인 표현들이기 때문에 이렇게 반하는 듯하다.

그리고 경연의 탈을 쓴 음악 무대를 통해 매회 진한 감동을 받아 왔다. 크지 않은 땅떵어리 대한민국에서도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음악을 위해 자신의 에고를 바치는 모습을 편안하게 앉아서 보고 있다. 그래도 경연이지 아니한가. 그래서 이들은 평생 단 한 번의 기회일지 모를 무대이기에 혼신을 다해서 열연하게 된다. 그 긴장감, 떨림, 그럼에도 이를 넘어서 나아가는 다짐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 비치는 수천 시간의 노력들도 함께 말이다.  

<싱어게인>의 컨셉은 한 번이라도 자신의 곡을 내었던 적이 있던 이들이지만 현재는 희미하게 사라진 음악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번 되찾으려는 시도이다.

<슈퍼 밴드>는 대한민국에서 소수의 음악으로 좁아진 밴드 음악을 다시 한번 공중파에서 울려 퍼지게 하려는 작은 시도이다.

<풍류 대장>은 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 국악이라는 장르에 이렇게 많은 젊은 청춘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바치고 있으며, 월드 클래스의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시도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1, 2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소위 방송용으로도 돈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프로그램이야 말로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사례 같다. 음악인을 최대한 대우해 주는 무대 세팅과, 경연의 형식이지만 자신의 한 순간을 새겨 보고 싶은 다짐이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러하기에 수많은 독특한 캐릭터가 나오고 있으며, 단 한 번이라도 보여주고 사라질지언정 자신의 음악을 보듬는 이들 또한 아름답다. 공중파에서 단연 소중한 시간들이다.


부정적인 부분이지만 경연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종료 후 생각만큼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 이해할 만하다. 이들이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감동을 준 것은 엄밀히 말하면 대단히 멋진 남의 고전을 불렀기 때문이다. 그 후광은 사실 본인의 것이 아니며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는 그 서포트라이트를 발판 삼아 자신의 곡으로 정면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세상의 레벨은 생각 외로 혹독하다.

<싱어게인 2> 최대의 히트 메이커 이무진 또한 이후 <신호등>이라는 자신의 곡이 있었기에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이들은 계속 노력할 것이다. 계속 계속 어딘가에서 자신을 단련하며 시험해 보고, 앞으로 나아가고, 좌절하고, 다시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지금 나는 보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경연 음악 프로그램은 긴장된 호흡까지 전해지기 때문에 더욱더 집중해서 보게 되며, 그럴 땐 여지없이 흘리는 눈물이 함께 한다.

<싱어게인 3>가 시작한다고 아내와 딸과 함께 우리는 지화자 춤을 추었다. 다시 몇 달간 주말의 시간을 함께 할 나름 가족의 명품이기 때문이다. 1화를 보며 네 번의 눈물이 흘렀고, 2화를 보며 세 번의 눈물이 흘렀다. 소리에 몰입하며 그 소리를 내뱉는 화자를 직접 마주하고 있는 시간들. 자연스럽게 볼을 타고 흐르는 게 있다. 소리와 그 속의 호흡과, 그리고 그 속의 소리를 느낄 수 있을 때 말이다.


이제 3화가 지났다. 함께 성장하는 음악을 동참하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혹시 이 글을 통해, ‘어 싱어게인 또 한다고?’ 반가움으로 인지했던 이들은 당장 몰입해 보시면 좋을 것이다.

<싱어게인 3>을 얘기하면서 굳이 이들의 링크를 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니 말이다…

과거 수많은 화려한 무대 중 하나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싱어게인 2> 소박한 패자부활전에서 하나를 길어 보았다. 패자부활전은 절벽의 마지막 끄트머리에서 날것으로 자신을 보여야 하는 무대이다. 패자 발표직후 사전에 더빙된 반주도 없고, 조명의 지원도, 준비 시간도 없으며, 1절만으로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 단촐한 무대에서 김소연의 2분여 찬란한 목소리 한 자락은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주었기에 지난 영상을 갈무리해 놓고 도망가야겠다.



김소연 <싱어게인 2> 2022년 패자부활전 디어클라우드 <얼음요새>
 https://youtu.be/VGD2CjrqQ20?si=ysFaTF7MpGxyg6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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