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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Nov 09. 2023

빛이 강해지면 그림자는 짙어진다.

New Trolls <Shadows (Per Jimi Hendrix)>

저기 저 사진 속의 아이는 꿈을 먹고 자라 <Still got the Blues>를 작곡하게 되고, 바다 건너 이탈리아의 어느 친구는 그를 기리는 곡을 연주하기도 하고, https://brunch.co.kr/@b27cead8c8964f0/44


본 문장으로 글을 마감했을 때 이 음악은 예정되어 있었다. (니 떡밥 같은 것은 신경도 안 쓴다고!)

Jimi Hendrix 지미 헨드릭스에게 영향받는 이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그 당시 충격적인 연주에 넋을 잃은 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리고 그의 갑작스런 죽음 또한 저기 대양을 건너 이탈리아의 어느 기타리스트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쳤던 사건이었나 보다.


일전에 Renaissance 르네상스 <Ashes are Burning>에서 언급했지만, Art rock 아트락이란 태생이 Rock이란 원초적 에너지가 가득한 음악에 고전적인 예술성을 부각해 보겠다는 의도였다면 본 앨범은 이에 가장 부합하기도 하다. 아트락이 Rock의 태동기에서 뻗어 나간 수많은 장르 중 하나일 뿐이고 현재는 거의 사그라지다시피 한 형식이지만, 이 순수 예술지향적인 태도로 만들어진 작품들 몇몇은 반드시 정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아트락을 얘기할 때 거의 처음으로 얘기되는 앨범이다. 심지어는 드라마에도 삽입되어 많은 이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New Trolls 뉴 트롤즈 의 [Concerto Grosso per I New Trolls] 앨범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클래식 단원들이 연주 전 조율하는 시간을 갖듯 불협화음의 대목으로 시작하는 앨범은 마치 기타 콘체르토를 다룬다는 듯이 1악장에서 4악장까지 연을 나누어 클래식적인 발상으로 컨셉을 잡고 있다. 사용악기 또한 기타, 드럼, 베이스라는 기본 포지션에 더하여, 플루트, 피아노, 하몬드 올갠, 클래식 현악 세션을 추가하여 더욱 풍성한 편곡과 연주를 선보였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은 Luis Enriquez Bacalov 루이스 바칼로프 라는 클래식 음악인이 함께하여 작곡과 오케스트라 편곡을 담당하고 있다. 그 당시 가장 날 선 음악과 가장 오래된 음악의 만남, 그들이 앨범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의도가 충분히 기대되는 부분이다.

2악장 <Adagio> 아다지오의 바이올린 선율이 천천히 가슴을 파고드는 가운데 현악으로 고조되는 풍경, 그리고 ‘To die, To sleep, Maybe To Dream’ 이라는 우리가 익히 아는 햄릿의 대사가 인용된 (To die, To Sleep, Perchance to dream) 두 번째 곡은 가장 널리 알려진 대목이다. https://youtu.be/W21Lq1xdVAI?si=TbzWkFRf92GHg914

죽음이란 무엇인가. 단지 잠드는 것일까? 꿈을 꾸는 것일까. 햄릿이 죽음을 앞두고 고뇌하는 본 대사를 삽입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의 의도를 추측해 보건대 클래식적인 음악 요소를 삽입하면서 그에 부합하는 고전을 차용하여 인간 근원의 무거운 주제를 곁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A면의 끝을 차지하는 콘체르토의 마지막 장을 듣게 되었을 때 그 의문은 좀 더 구체적인 추정으로 다가왔다. 즉, 갑작스러운 Jimi Hendrix의 부고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죽음이란 테마를 자신들의 음악에 어떤 형태로든 녹여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단순히 유명한 2악장 <Adagio>를 위해서였다면 본 글은 쓰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에 <Adagio>가 빛으로써 콘체르토의 서막을 장식했다면, 그 대척점에서 그림자로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이 있다.

<Shadows (Per Jimi Hendrix)>가 그러하다.

본 곡은 우아하고 서정적인 주제부의 아름다움에 반대되는 형태로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콘체르토는 주제부를 마지막 장에서 다시 끌어오지 않은가? 그런데 이를 꽤나 극적으로 일그러뜨려 놓았다. 그리고 이 부분에 유독 끌리는 나가 있다.

세상의 이쁘고 아름다운 것을 제쳐두고 왜 일그러진 사물에 더 마음이 가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에서 더 많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술적인 취향을 밝혀내는 MBTI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어떤 선천적인 성향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New Trolls의 기타리스트 Nico Di Palo 니코 디 팔로는 본 곡에서 그를 추모하기 위한 씻김굿을 준비한다. 마치 그의 옷을 입은 것처럼 이펙터, 프레이즈, 와우에 피드백을 섞은 연주 형태까지 온전히 그를 일부러 형상화하여 음악에 녹여 놓았다. 플룻은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흡사한 악기라고 했던가? 우아함에 사랑해 마지않는 선율 대신 호흡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 거친 연주는 기타의 광기와 함께 적절히 어울린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누군가를 애정하는 그들만의 추모 방법으로 보내는 행위일 것이다.


때때로 이 우주가 거대한 이분법적인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는 간단명료한 생각은 큰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하늘과 땅, 남과 여,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천국과 지옥, 처음과 끝,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수많은 예술 작품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긴장된 구도를 만들어 왔을 것이다. 보통 한쪽의 존재를 극대화하여 부각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그리고 둘은 모두 다른 각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이 앨범에 대한 글을 쓰며 그림자 편에 서서 링크를 걸어 본다.


당신의 근원은 어느 편에게 좀 더 끌리려나.



New Trolls [Concerto Grosso Per I New Trolls] 1971년 <Shadows (Per Jimi Hendrix)>

https://youtu.be/kA88jX54HfI?si=9WV5pHvbThqVge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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