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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ff Jung Feb 24. 2024

기타가 아직 울고 있음에

Dire Straits [Brothers in Arms]

나는 나름 문명화된 시대에는 영토를 뺏는 전쟁은 없을 줄 알았다. 이렇게 전 세계가 안방까지 연결된 상태에서 그런 야만은 과거의 얘기일 뿐일 줄 알았는데 순진했던 것이다. 여전히 반전가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일면 간단한 의견일 것이나, 이것이 가진 거대한 무게적 속성 때문에 쉽사리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자신의 일이 아니란 것에 무감한 나를 발견하곤 하기 때문이다. 남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안심하는 인간의 속성을 뛰어넘기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거운 주제를 표현하는 예술가들이 있고, 때로는 이들의 진정성이 와닿을 때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것을 들여다보게 된다. 예술인들은 그 정치적인 속성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기 어려운 테마를 보다 섬세한 언어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들의 행위가 전쟁을 직접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더라도 사람들 마음속 한 가지 의혹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 마저도 대단할 것이다.

예를 들어 John Lennon 존 레논이 <Imagine>에서 유토피아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전쟁이 없는 근원적인 갈망을 다룬 것은 좋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몽상가일지라도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라면 말이다.

You may say I am a Dreamer

But I am not the only one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William Butler Yeats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An Irish Airman Foresees His Death 어느 아일랜드 비행사가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다 >에서 적과 아군의 모호한 상황을 표현한 시어를 참 좋아한다. 나의 죽음이 그들을 더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지도 않고 상실감을 가져다줄 것 같지 않다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테마 속 개인의 감정을 다루어 주었기 때문이다.

Those that I fight I do not hate

내가 싸우는 상대를 증오하지 않으며

Those that I guard I do not love

내가 지키는 이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Dire Straits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Mark Knopfler 마크 노플러가 노래한 <Brothers in Arms>은 반전가의 정점으로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다. 그는 자국이 엮인 전쟁에서, 정치적인 옳고 그름 이전에 전쟁의 아비규환 속 큰 상처를 짊어지는 군인의 시선을 따라간다. 때론 전쟁에서 살아남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조명하여 간접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면을 질타한다.

Now the sun’s gone to hell and the moon’s riding high

태양은 지옥으로 떨어지고 달은 차오른다

Let me bid your farewell Every man has to die

작별을 고하네 모든 사람은 결국 죽어야 하니까

But it’s written in the starlight And every line in your palm

하지만 별빛 속에도, 모든 이들의 손금에도 씌어져 있어

We’re fools to make war on our brothers in arms.

전우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어리석은 우리들


어쩌면 여느 조용한 좋은 곡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묵직한 마음과 가사도 뛰어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곡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숨죽여 우는 듯한 기타 소리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너머를 상상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두운 골방에서 가만히 앉아 듣고 있을 때 한 켠에서 흘러내리는 부분이 있다. 마치 구슬프게 우는 원혼을 기리는 듯한 마음이듯 함께 울어주는 기타가 함께 한다. 거대한 것에 가려 고통받는 흐릿한 개인에게 다가 가 위로하는 기타 소리는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무언가를 깨우게 한다. 어쩌면 Stop the War 란 직설보다 이런 외침이 더 강력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은유가 예술의 존재 이유일지도 모른다.


Mark Knopfler는 Rock 일렉기타에서 드물게 핑거링으로 연주를 한다. 그러다 보니 피킹과는 완벽히 다른, 실로 투명하고도 유니크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그의 음악이 주는 비교 불가한 특별함이다. 이런 음색은 어루만져 주는 음악에서 더욱 그의 마음을 폭넓게 대변해 줄 것이다. 특히 이 곡에서는 볼륨 페달까지 사용하여 기타를 현악기처럼 여리고 예민한 소리로 분위기를 극대화해 주고 있다.

참고로 볼륨 주법은 일반적으로 기타의 볼륨을 줄이고 피킹을 한 후 천천히 높이며 현악기 같은 울음을 내는 방법이다. 피킹 시의 어택감은 없앤 후 이후 잔향을 조절하여 활로 긋는 듯한 부드러운 소리를 말이다. Mark Knopfler는 여기에서 발로 조절하는 볼륨 페달을 통해 곡의 전반에서 보다 섬세한 표현을 해 내고 있다. 그 태도의 하나하나가 너무도 정성스러워 그가 이 곡을 만든 이유를 행동으로 설명하는 듯하다.


워낙 유명한 앨범이고 익숙한 곡이겠지만 소리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흥겨운 음악은 아니지만 세상의 누군가를 위로하고자 쓰여진 음악은 그 만으로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

상처받는 이들을 달래는 진혼가를 들으며, 반전가가 필요한 세상에 살며, 안전함에 안도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러나 어느 날 불쑥 찾아 올 불행을 생각해 보며, 그렇게 때론 답답한 시간이 지나간다.



Dire Straits [Brothers in Arms] 1986년 <Brothers in Arms>

https://youtu.be/blUbt-rAMQA?si=uHzgmDVJzfZ58TZ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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