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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Dec 20. 2022

'온기 우편함'을 아십니까?




여러분은 혹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소설을 들어 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 책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쓴 장편소설입니다. 혹시 읽지는 않으셔도 한 번쯤은 서점에서 본 적은 있으실 거 같은데요.  대강의 줄거리는 이러합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낡은 잡화점에 시공간을 초월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기본 설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에서 각장마다 특유한 고민과 걱정의 편지를 통해 서로 이야기하며 풀어가는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의 기본 감성은 '따뜻함'이라 볼 수 있습니다.
            


https://ongibox.co.kr/ongipostboxmain




2017년 어떤 젊은이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판타지 소설의 내용을 현실로 옮겨보면 어떨까 하고 삼청동 돌담길에 우편함을 하나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의 '온기 우편함'의 시작입니다.



'온기 우편'이란 자신의 고민을 익명으로 온라인(온기 우편함 홈페이지) 또는 직접 우편함에 넣어 그 고민에 대한 답장을 손 편지로 받을 수 있는 고민 해결과 격려, 위로의 편지 받기입니다. 중장년 자원봉사자 200여 명이 손 편지 답장 쓰기에 수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편함은 현실에도 존재하는데 주로 서울 쪽에 있다고 합니다. 덕수궁 돌담길과 혜와동, 고시촌, 어린이 대공원 등 현재 총 8군데 우편함이 있으며, 답장은 약 4주 후쯤에 온다고 합니다. 



http://www.nspna.com/news/?mode=view&newsid=547006



그리고 서울 지역의 cgv 영화관 6군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은 이런 다중이용시설에 설치가 되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의 조현식 온기 대표(32)의 인터뷰를 통해 온기 우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어 온기 우편함을 만들었다고 한다. 2017년 온기를 설립한 이래 올해까지 1만여 통의 고민 편지가 들어왔다. 지금도 한 주에 100~120통의 편지가 온다고 한다. 지난 8월 동아일보 인터뷰를 보면, 편지 내용은 원래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제일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는 무기력과 우울감, 가족과 관련된 고민을 써 보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한 고3 학생은 “가끔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라고 썼다. 조 대표는 이에 “괜찮다”라고, “저도 소심한 사람인데 조금 커보니 소심함이 세심함이 돼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써 보냈다고 한다  -주간경향 1493호 중-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행복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살다 보면 고민이라는 걸 하고 아픔도 느끼게 마련이죠. 그런데 이런 고단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나의 이런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기가 망설여 지죠. 그래서 온기 우편도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나 봅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2/09/05/54NGCXK56FFD5DKTVQRUVJ4HAQ/




온기 우편의 특징 중에 하나가 젊은 층에서 많은 고민을 보내고 있고, 그 답장 봉사를 중장년층이 손 편지로 적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다양하게 인생 경험을 한 사람들의 지혜를 솔직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세대 간의 소통이 선하게 이루어진다는 것도 온기 우편의 특징 중 하나로 보입니다.  



"뭔가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 밤 처음으로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했다는 실감이 들었어. 나 같은 게. 나 같은 바보가."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본문 330쪽-




# 그럼 브런치에서는


우리는 브런치에 여러 가지 주제의 글을 올립니다. 시사적이고 분석적이며, 유용한 정보의 글을 올립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관한 것도 올리지요. 물론 시나 노래도 올리고 여러 잡담 같은 글, 유머러스한 글같이 다양한 주제의 글도 올립니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올리는 브런치에서의 모든 글에는 나름 남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꼭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글까지도요. 비록 설익었거나 비뚤 하게 적은 글이라도 그 내용에는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어하는 글이나 미안해하는 글 조차도 글쓴이의 마음이 나의 마음에 닿으면 '공감'이라는 감정이 생깁니다. 그러면 나의 감정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좀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즉, 그런 글조차도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의 따뜻한 작은 말 한마디가 타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실감할 수도 있습니다.


공감(共感):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두산백과-



브런치에서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서 글을 쓰는데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공감'이 아닐까 합니다. 시사적이거나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읽을 때도 글쓴이의 마음을 보지 못하면 곡해해서 읽힐 수도 있습니다.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되지요. 그래서 글의 전체적 내용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집착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할 때 잘못된 해석과 불편한 글자라고 느껴지는 순간 공감은커녕 좋은 '지적 거리'라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능력이 있냐 없냐로 브런치 생활이 '슬기로운 생활'이 될 수도 있고, '불편한 생활'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본 대부분 작가분들은 이런 '공감능력'이 높음을 경험상 알 수 있었습니다. 축하할 때 기쁘게 다들 축하해주고, 슬프고 고단할 때는 다들 위로와 격려를 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용기 있는 글에는 칭찬하고, 좋은 글에는 찬사를 보내는 모습은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위로(慰勞):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다. -네이버 국어사전-



오늘 글의 주제일 듯합니다. 우리는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위로'라는 말에 갈급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받고 싶지만 선 듯 받을 수가 없는 것이 위로인 것 같아요. 특히, 매우 밀접한 사람에게 받는 위로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고 왠지 오글거리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나 위로를 일면식도 없는 여기 작가분들에게 받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신기하게도 진짜 위로임을 느낄 수 있죠. 제가 예전에도 이와 관련된 글을 적은 것 같은데, 약한 관계에서 오는 관계의 힘이 오히려 클 수도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위로는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따뜻해집니다. 위로는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위로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글로써 말로써 음악, 영화, 드라마, 예술작품을 통해서라도 우리는 꼭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나는 상처가 하나도 없다, 상처를 안 받는다'라고 하시는 분이 만약 있다면 그분의 마음은 상처를 받을 수 없을 만큼 벌써 딱딱해져 굳어 있을 겁니다. 그런 분이 더 위로를 받아야 할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여기 브런치에서는 공감과 위로가 작은 몇 줄의 댓글이라도 오고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허물은 덮을 줄 아는 공감과 위로의 글들이 여기 브런치에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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