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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치현 Kay Feb 17. 2021

27살에 롤렉스(Rolex)를 사고 느낀 것들 <1부>

요즘 같이 스마트폰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세상에 손목시계는 그 ‘기능적’으로 사용빈도가 아주 낮은 물건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 몇 시예요?”라고 물으면 자신의 손목이 아닌 스마트폰을 보고 시간을 대답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 요즘 세상에 손목시계란 그 기능적 의미보다는 다른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 혹은 부의 상징 또는 허세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나는 손목시계(특히 Automatic 시계)란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35mm 조그마한 원 아래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며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배터리가 없어도 지속적인 움직임만 감지된다면 시계는 멈추지 않고 영원히 돌아간다. 마치 인간의 심장이 뛰듯이 시계의 무브먼트가 움직이는 것이다. 35미리 작은 원 안의 인간이 만든 기계는 그렇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브레게, 바쉐론 콘스탄틴... 이러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그 이름을 듣는 것 만으로 알 수 없는 가슴속 감정이 일어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손목시계라는 물건에 대해 은밀한 욕망이 있었다. 내가 처음 가져본 손목시계는 내 또래들 어릴 때 유행한 전자시계 ‘돌핀’이었다. 시계줄에 돌고래가 새겨져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 자그마한 이 물건이 알람도 되고 시간도 알려주니 참으로 귀엽고 신기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시계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EMPORIO ARMANI’ 손목시계를 가지게 되면서부터이다. 아르마니 손목시계는 내가 학생 때 정말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내가 가진 시계는 ‘AR0506’ 모델로 아직도 이름이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좀 촌스럽지만 그 시계의 시계줄에는 노란색 글씨로 ‘EMPORIO ARMANI’라고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그 나이에 아르마니, 보테가 베네타, 프라다, 페라가모가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도 그 시계를 차고 있으면 뭔가 가슴이 벅차고 ‘음… 이게 이탈리안 감성이군’이라 느끼며 허세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그때 그 시계가 MADE IN ITALY가 아니라 MADE IN CHINA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것을 알았을 때의 민망함과 허무함이란…




대학 졸업 후 입사를 한 2016년 나는 대담하게 ‘롤렉스(ROLEX)’를 질러버렸다. 아니.. 업그레이드에도 단계라는 것이 있는데, 아르마니에서 롤렉스로 바로 가는 건 엄청난 하극상이었다. 새 것을 산 것은 아니고,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중고로 구입하였다. 그 시계 하나를 사기 위해 정말 수많은 자료를 읽고, 유튜브를 보며 시계 고르는 법과 롤렉스의 역사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가장 베스트&스테디셀러 모델인 ‘ROLEX DATEJUST’ 모델을 구입하였다. 그렇게 롤렉스는 나의 왼쪽 손목 위에서 영롱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래… 드디어 가졌어 롤렉스를!!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고급 시계가 내 손목에 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마치 110년의 롤렉스의 장구한 역사가 내 손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예전에 시계 관련 잡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얼마짜리 시계가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시계인가라는 질문에 통상적으로 ‘세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 것이다’라는 글을 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만큼의 돈을 쓸의향은 없었고 해당 모델의 신품가는 1,100만 원을 호가했다.  내가 세운상가에서 구매한 롤렉스 'DATEJUST' 모델은 1965년경 제작된 거의 1세대 모델이었다. 300만 원을 주고 구매했으며, 나름 가격을 깎는데 주인장과 오랜 실랑이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 오메가나 태그호이어 중간 급 모델 새 제품이 300만 원대에 거래되는데, 50년이 넘은 롤렉스가 300만 원이라니 정말 비싸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그것’을 가질 수 있다는 기분에 바로 현금으로 구매를 해버렸다.




롤렉스를 구매한 지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나는 이 시계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다. 워낙 장신구를 끼는 것을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롤렉스는 5년간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었고, 또한 많은 지식을 공부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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