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생태계의 개방성과 지배적 사업자의 특별한 책임

Microsoft v Commission(Case T-201/04) 판결

by 날개

유럽 경쟁법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1995년의 Magill 판결이 지식재산권이라는 성역에 경쟁법의 칼날을 들이댄 혁명적 선언이었고, 1998년의 Bronner 판결이 그 칼날의 깊이를 조절하며 사법적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었다면, 2007년의 Microsoft v Commission (Case T-201/04) 판결은 앞선 두 판례의 논쟁적 유산을 디지털 시대의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집대성한 최후의 보석과도 같은 사건이다. 유럽 연합 일반법원(General Court)이 내린 이 방대한 판결은 단순히 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위법 행위를 단죄하는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프로토콜이 권력의 핵심이 되는 정보화 시대에 지배적 사업자가 져야 할 '특별한 책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확정한 사법적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은 크게 두 가지 줄기, 즉 서버 운영체제 간의 상호운용성 정보 제공 거부와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의 끼워팔기 문제로 구성된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작업그룹 서버 운영체제 시장까지 장악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쟁사 서버가 윈도우 PC와 원활하게 대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고의로 숨겼다. 이는 브로너 판결이 세운 '필수불가결성'의 원칙이 무형의 정보 자산인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는 개념으로 전이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사법부가 기술적 복잡성 뒤에 숨은 배타적 의도를 어떻게 해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법원은 판결문 서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임을 명확히 하며, 이러한 지위가 인접 시장으로 전이될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의 상호운용성 정보가 저작권과 영업비밀로 보호받는 자산이며,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브로너 판결이 설정한 엄격한 필수설비 요건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초래하는 경쟁 제한적 효과는 물리적 배달망의 독점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브로너의 논리를 확장적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이 판결에서 유럽 일반법원은 상호운용성 이슈에서 법원은 마길 판결의 '예외적 상황' 요건을 다시 불러내어 현대화했다.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퇴출당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기술적 대안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신제품'의 출현을 막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마길이 말한 신제품의 개념이 반드시 '세상에 없던 물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보다 더 나은 효율성이나 기능을 가진 제품의 '개발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고 판시하며 마길의 논리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어지는 끼워팔기(tying) 논쟁에서 법원은 윈도우 운영체제에 미디어 플레이어를 강제로 결합한 행위가 지배적 지위 남용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판단했다. 운영체제와 미디어 플레이어가 서로 별개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입증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함으로써 미디어 재생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을 왜곡했다고 보았다. 이는 로슈 판결에서 확립된 '객관적 남용'의 개념이 현대적 소프트웨어 결합 판매 방식에도 엄격히 적용됨을 확인한 것으로, 기술적 편의성이라는 명분이 경쟁 구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판결의 의의는 브로너 판결이 세운 사법적 절제의 경계선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개입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브로너의 '필수불가결성' 요건을 물리적 복제 불가능성에서 '기술적 생존 가능성'으로 치환했다. 즉, 경쟁자가 시장에서 살아남아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면, 그것이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는 코드라 할지라도 공유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이는 사법부가 기업의 재산권을 존중하되, 그 권리가 시장 전체의 기술적 진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를 던진 셈이다.


이 판결 이후 유럽 경쟁법은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애플의 결제 시스템 독점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고도화된 전략을 규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논리적 무기를 갖게 되었다. 마길 판결이 지식재산권의 성역에 처음으로 칼을 댔다면, 마이크로소프트 판결은 그 칼날이 디지털 시대의 핏줄인 데이터와 프로토콜까지 닿아야 함을 입증했다. 또한 이 판결은 유럽 집행위원회(EC)의 강력한 시정조치 권한을 사법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이후 탄생한 디지털 시장법(DMA)과 같은 강력한 사전 규제의 철학적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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