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뼈찜 v. 간장 뼈찜
우연히 들르게 된 대전의 어느 골목,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한쪽은 소위 ‘인증샷 명소’로 등극해 웨이팅조차 조기 마감된 매운 뼈찜 가게이고, 그 건너편은 소머리국밥부터 냉면까지 두루 내어놓는 한산한 노포다. 본래 가려던 곳의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밀려 들어간 건너편 가게에서, 나는 뜻밖에도 짜장 향이 살짝 감도는 묵직한 간장 뼈찜을 마주했다. 점심시간을 비껴간 한적한 공기 속에서 사장님이 툭 던진 한마디가 뇌리에 박힌다. “우리는 광고 안 해요.”
광고하지 않는다는 말은 자부심인 동시에 선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자극적인 ‘단짠’의 변주와 ‘줄 세우기’라는 시각적 자극에 매몰되어 있다. 특정 장소가 ‘핫플레이스’로 낙점되면 대중은 마치 거대한 조류처럼 그곳으로 쏠린다. 일본이나 대만의 유명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의 절대다수가 한국인 관광객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기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방증한다. 유행을 좇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포, 혹은 남들이 열광하는 것을 나도 경험했다는 ‘차별화’의 욕망이 우리의 인생을 규격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무엇이 잘나가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군집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유행은 주기가 짧고 대중의 싫증은 매정하다. 폭발적인 관심을 끌던 것들이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더 자극적이고, 더 시선을 끄는 것만이 성공이라 칭송받는 세상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남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는 그래서 더 귀하다. 줄을 서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저 대중의 유행이라는 필터에 걸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내가 선호하는 간장 맛을 선택하고, 몇 시간의 기다림 대신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는 행위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삶의 독립’이다. 대전의 또다른 '명소'인 성심당의 끝없는 줄을 보며 느꼈던 기시감처럼,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갈 때 반대편 골목으로 접어드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골목 끝에서 만난 한산한 테이블은 유행에 휩쓸려 잃어버렸던 개인의 소신을 다시금 선명하게 일깨워준다. 인생 또한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줄’에 서기 위해 허비하기엔 너무 짧다.
자신의 기호가 유행에 동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남들이 ‘젤 잘 나간다’고 치켜세우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온도와 간을 찾는 과정이 삶의 본질에 가깝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두 식당의 극명한 대비는 결국 우리가 어떤 태도로 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들의 등 뒤에 서서 얻는 불안한 안도감보다, 한산한 식당에서 온전히 마주한 뼈찜 한 그릇의 여유가 나에게는 훨씬 더 정갈하고 논리적인 만족감을 주었다. 흔들리지 않는 삶에는 타인의 평가보다 무거운 자신만의 소신이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