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 코로나 팬데믹이 일조했다.

by 세뇰 Lee

개업과 동시에 찾아온 코로나 팬데믹

정말 겁이 없었다. 가끔씩 집에서 밥 해 먹던 실력으로 겁 없이 한식당을 열었다. 물론 일부 요리는 지인에게 전수받기도 하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책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무슨 자신감이었던지...

우리는 파나마시티 깡그레호(Cangrejo)라는, 번화가에서는 벗어난 한적한 주택가 골목의 작은 상가에 2020년 3월 2일 한식당을 오픈하였다.

하지만 전 세계를 카오스 상태로 만드게 될 코로나(COVID-19)는 2020년 1월 20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최초 확진자를 발생시키고, 같은 해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바이러스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언을 한 상태였었다.

하지만 이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 따위가 전 세계를 록다운(lockdown) 상태로 몰아넣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바꿔 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3월 2일 식당 개업 일주일 만인 3월 9일 드디어 파나마에서도 최초 확진자가 발생하고 3월 13일 파나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리고 3월 17일부터 모든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금지하고 3월 21일부터는 전국의 상업 시설과 개인 및 법인의 운영을 중단시키고, 3월 23일부터 국제항공노선이 중단되었다.

잇달아 내려지는 방역 조치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3월 25일부터는 전 국민에 대한 격리가 시행되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참으로 기가 막혔다. 모든 상업시설 폐쇄라니! 전 국민 격리 시행이라니! 완전 망했다!

여유자금도 많지 않았다. 어찌 이 위기를 헤쳐 나간단 말인가.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유통업, 식당 등 필수 업종에 대하여 배달 영업을 허용해 주고, 통행증도 발급해 주어서 우리는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파나마 전철 3호선 공사를 위해 선발대로 왔다가, 록다운(lockdown)으로 꼼짝없이 숙소에 갇혀 버린 모 건설사 직원 20여 명이 매주 불고기나 제육볶음과 여러 가지 반찬을 주문해 주었고, 또 파나마 한인들 대상으로 단체대화방을 개설해 여러 가지 밀키트를 판매하였다.

돈가스부터 육개장, 장조림, 멸치볶음, 김치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음식을 조리하고 배달하였다. 그러면서 적자 폭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고, 우리 부부의 요리실력도 성장해 나갔다.


한식 전도사가 된 넷플릭스

팬데믹으로 인한 전 국민 격리-식료품 및 의약품 구입을 위해 남성은 화, 목, 토 여성은 월, 수, 금에 신분증 끝자리 숫자에 해당되는 시간에 한시간과 앞뒤 30분씩의 이동시간이 주어졌었다- 가 시행되는 동안 장사는 어찌 되든 우리 부부는 나름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고 원하는 식재료와 식음료도 구할 수 있으니, 먹을 것도 풍부했다.

오전에 잠깐 나가 주문온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 와인잔을 기울이며 넷플릭스 드라마 몰아보기 정주행 했다.

그 당시처럼 TV를 열심히 보고 집 침대에 누워있던 적은 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당시 넷플릭스에서 한국드라마는 정말 최고의 인기였다. 파나마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물 10위권엔 항상 한국 드라마가 두세 편씩 꼭 있었고, 그것도 수주에 걸쳐 1위를 기록한 드라마도 부지기 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 속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면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음식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에는 음식과 관련된 장면이 포함된다. 삼겹살에 소주를 먹는 장면이나,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김밥을 먹는 장면, 여러 가지 반찬을 푸짐하게 한 상 차려놓고 가족끼리 식사를 하거나, 집에서 치킨이나, 자장면을 배달해 먹는 모습 등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이 나온다.

팬데믹 이후 한식의 인기가 몇 프로가 증가하였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한국의 농식품 수출액 통계를 보면 어느 정도는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최근 5년간 농수산식품 수출 추이 (자료=농림축산식품부)출처 : 데일리 이코노미(http://www.enewstoday.kr)

위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20년 코로나 위기와 국제물류대란에도 불구하고, 2021년 농수산식품 수출은 15.1% 증가하였다.

팬데믹 기간 한국 드라마는 인기였고 한국의 문화와 음식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각인되고, 그것이 다시 드라마 감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드라마에 나온 문화를 경험하고 소비하려는 욕구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실적보고에 따르면 2020년 4분기에만 가입자 수가 851만 명 증가하여 2020년 말 2억 명을 돌파하였다고 하니, 일면 수긍이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약 일 년여에 이르는 봉쇄조치가 해제되자마자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물론 긴 격리로 인한 보상심리 같은 것도 있었을 터이다,.

그렇게 우리의 식당은 파나마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이 쉰다섯에 직업을 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