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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r 17. 2023

'좋은 사람' 이라고 믿기

적어도 그 순간은 행복하니까

넌 나에게 어떤 사람이니



저 사람이 궁금할 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요즘이 그런 날이다. 어떤 사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한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나한테 접근한 의도가 무엇일까? 나쁜 의도일까? 아니면 좋은 의도 일까?" 


내가 볼 때는 분명 좋은 사람 같은데. 평소 같으면 내가 보는 눈을 믿었으련만 이번엔 예외다. 섣불리 믿지 못했다. 계속 재고 의심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두고 하는 말에 흔들렸다. 그리고 계속 확인하려 했다. 그걸 그 사람도 느낀 걸까. 어느새 사이는 조금 어색해졌고,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후회했다. 왜 있는 그대로 , 내가 본 그대로 그 사람을 믿지 못했을까. 걱정했던 거다. 나만 상처받고 끝날까 봐. 물론 이게 나만의 잘못은 아니다. 그 사람도 나에게 그럴만한 빌미를 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빌미를 주었건 그건 중요치 않다. 내가 그냥 내 마음에 조금 더 솔직했으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걸, 내 마음에 솔직하지 못하고 사람을 함부로 재보려고 하고 떠보려고 했던 걸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후회한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스스로도 실망스러웠다.








감히 사람 마음을 떠보지 말 것


여전히 나는 그 사람이 궁금하다. 정말 괜찮은 사람인지. 아니면 그런 척을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착각하는 건지. 그러다 그냥 믿기로 했다. 내가 본 그대로를.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어차피 지금 모르는 문제는 당장 풀려고 한다해도 답을 내릴 수 없다. 더 겪어봐야 하는건지도 모른다.

설사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나만 상처받고 끝날 수도 있다. 혼자 또 사람을 믿었다며 자괴감과 상실감에 빠질 수도 있다. 몇 년 전 그날처럼.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나도 그를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사람은 서로를 모르지만 안다. 역설적이지. 저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 이 순간 저 사람이 나에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느껴진다. 그런 게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 눈빛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다. 상대의 눈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눈까지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정말 찐 사기꾼이다. 그건 당해도 어쩔 수 없다. 나의 잘못이 아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사람이 그렇게 까지 사람을 철저하게 속이고자 달려드는데 달리 재간이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예외로 치자. 여기서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모두에게 나쁜 사람도 없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도 없다. 정말 나쁜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믿으려 한다. 적어도 내가 그렇게 봤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내 판단을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어도 된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으로 다가가면, 그렇다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나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기


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상처가 두려워 재게 된다. 저 사람이 보여준 호의만큼, 그보다 적게 혹은 딱 그만큼만 나도 그 사람에게 마음을 보여주고, 호의를 베푼다. 생각해 보면 '내가 먼저' 마음을 보여주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마음을 꽁꽁 싸매는 법에만 익숙했다. 여전히 난 서투르다.


상처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아직은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다. 그러면 최소한 그 순간들만큼은 행복할 테니까.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면 큰 후회와 미안함이 생길 것이고 지금 그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들도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설사 후에 나쁜 사람이라고 드러나더라도 적어도 그전까지는 행복할 것이다. 물론 사람인지라 배신감과 상처도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지만. 그런데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사람을 대하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난 차라리 지금이라도 내가 행복한 쪽을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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