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미화될 때까지만 충분히 아파하세요
살면서 아픈 순간은 종종 찾아온다. 잊을만하면 찾아온다. 행복이 있으면 당연히 불행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행복하면 불안했다. 이 행복이 곧 깨질까 봐. 항상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불행하고 싶었다. 행복해도 만끽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행에는 한없이 빠져들었다. 불행은 만끽했다. 바닥까지 보고 지하를 뚫고 들어가고도 끝이 어딘지 모르게 한없이 내려갔다. 어떻게 보면 우울을 탐닉했다.
마음의 감기가 찾아왔을 때
감기가 걸렸을 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은 '빨리 나아야지'다. 그 어느 누구도 지금 나에게 찾아온 이 감기를 만끽해야지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굳이 빨리 나아야 하는 걸까? 그냥 좀 아프면 안 되는 걸까?
마음에도 감기가 찾아온다. 이럴 때 대부분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왜 내가 이 돌을 맞았을까? 이 돌이 왜 나한테 날아왔을까?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나. 이러고 살아서 뭐 하나. 생각은 불행의 크기를 점점 키워간다. 그렇지만 그냥 한 대 맞고 쓰러진 거다. 이왕 쓰러진 김에 좀 쉬었다 일어나면 된다. 지금 나에게 이런 슬픔이 찾아왔다고 우울하다고 그걸 이상하게 보는 순간 더 비참해진다. 그저 지나가는 시간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살아보니 이유 없는 감정은 없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지나고 보니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더 많은 일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누구와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플 땐 충분히 아파해도 된다
마음이 아플 때 그 아픔을 거스르려 할수록 더 힘들다. 차라리 그저 받아들이고 그때는 조금 감정에 빠져도 되지 않을까. 우울하면 우울해하고 ,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굳이 빨리 그 감정들을 빠져나오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면서 많은 감정들을 겪을수록 결국 더 풍요로워진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담금질의 시간이다.
감정은 닳아 없어진다. 영원한 감정이란 없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계속 들으면 무뎌지는 것처럼 사람의 기분과 마음도 그렇다. 오늘보다는 내일 좀 더 나아지고 또 그다음 날 조금 더 옅어지고, 마치 상처가 아물 듯 그렇게 흔적을 지워갈 거다. 우리가 힘든 건 감정의 절정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 꼭대기 위에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기 때문에 힘든 거다. 과거는 미화된다. 아무리 힘든 과거도 그땐 그랬지 하며 회상할 날이 온다.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된다.
어느 날 걸려오는 전화 한 통에 휙휙 바뀌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좋은 일도 슬픈 일도 그저 어느 날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일뿐이다. 아플 때는 힘껏 아파하자. 어쩌면 지금이 필연적으로 아파야만 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혹은 아픔이라는 포장지를 싸고 온 선물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