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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을 버티는 힘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by 감성기복이

살다 보면 종종 힘든 순간을 맞이한다.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닌 숨이 턱 막혀서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온다. 어느 누구도 이 감정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살면서 몇 번 이런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그 감정들에 빠져 깊게 탐구해 봤다. 순간 나에게 닥친 상황은 어쩔 수 없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들이 많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런데 그럴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나 혼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구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한 명만 있다면, 내 마음을 놓고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다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이 오롯이 나 혼자라고 느낄 때 사람은 맥이 풀리면서 모든 것을 놓게 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의지할 사람이 없었다. 맨날 누군가의 우는 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없다. 부모님도 지겨워하셨다. 그렇다 보니 더 혼자라는 생각이 고착화되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의지한 건 책과 음악, 그리고 이렇게 글로 내 감정들을 털어놓는 것이었다. 그것들로 간신히 버텼다. 매일매일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며. 그래서 그런지 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힘들 때면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갖는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더 꼬이는 느낌이다. 결국 다시 혼자 돌아가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나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결국 내 마음을 받아줄 누군가가 없어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니까. 그래서 난 어떤 이가 나에게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면 기꺼이 받아주려고 노력한다. 아니 고맙기도 하다. 이 사람이 나한테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게. 그 사람에게 내가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저 들어주기만 해도 그 사람은 다시 내일을 살 힘이 날 것이다. 내 역할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만 돼도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가 반드시 내일을 봤으면 좋겠고 또 그다음 날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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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국종 교수님이 대화의 희열에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음악인들한테 굉장히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환자 한 명을 살리려고 하면 25~30명 정도 투입돼서 환자 한 명을 살리려고 한다. 그런데 못 살리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음악인 한 분은 수천만 명, 수억 명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나. 나도 힘들 때가 많은데 정신 번쩍 나는 음악 들으면서 힘을 낼 때가 많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의술만이 아니다. 음악으로도 글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힘들 때 글을 쓰기 시작했고 타인의 글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부디 내 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내 글이 감정의 벗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장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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