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 알았어요. 대신 책임은 그쪽이 지는 걸로.
예전에 한 상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 왜 네가 내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아?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책임을 내가 지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
원칙이냐 vs 명령이냐
나는 직장 상사들과 좀 싸운 편이다. 내가 수긍하지 못하면 쉽게 "네"라고 하지 못했다. 그래서 꼭 내 의견을 말하곤 했다. 그리고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참다가도 결국 폭발하고야 말았다. 그저 일하는 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면 그것도 화가 났다. 그냥 날 내버려 둬요 제발. 직장에서 일하다 보면 상사가 한 명이 아니다. 내 위에 여러 명이 있다. 그런데 그 여러 명이 스타일이 다 다르다. 이 사람이 이렇게 하라 그래서 이렇게 하면 또 저 사람은 왜 그렇게 하냐며 시비가 붙을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눈치껏이 중요한데 이게 참 힘들다.
회사라는 곳은 원칙이라는 곳도 있고 각자의 일하는 스타일도 있다. 모두가 다 원칙대로만 하면 좋으련만. 절대 그렇지 않다. 아랫사람의 경우 회사의 원칙에 따라 했지만 윗사람이 바꾸라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나는 원칙대로 하고 있었는데 다른 지시를 내렸다. 분명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들고 나를 설득시켰다. 나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같은 날 계속해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고 나는 결국 원칙은 그게 아니지 않냐며 좋게 물었다. 그런데 더 말문이 막히는 대답이 돌아왔다. "00 님도 이렇게 해. 그래서 나도 그거 보고 따라 하는 거야"라고 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윗사람이 잘못되게 하면 아랫사람도 그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책임은 그쪽이 지는 걸로
직장에 다니다 보면 이런 상사 저런 상사 별별 상사가 다 있다. 그리고 상사들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직장 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외적 갈등은 없더라도 상사들과의 정신적 갈등마저 피할 수는 없다. 위에 에피소드처럼 잘못하는 일에 묵인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 물론 비리와 같은 심각한 문제는 묵인하면 안 됩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얼마 없는 사람의 경우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멘붕이 오곤 하는데 만약 그 상대가 상사라면 안 싸우는데 좋다. 그리고 싸울 필요도 없다. 그냥 그 사람 말에 따르면 된다. 왜냐면 어차피 책임은 그 사람이 질 거기 때문에. 아랫사람인 나는 문제가 생기면 그냥 가서 "누구 님이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요"라고 하면 된다. 나도 잔소리를 듣겠지만 책임은 그 상사에게 묻는다. 간혹 상사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귀담아들을 상사이었으면 애초부터 그런 행동을 했을까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그리고 예전에 한 상사가 말했던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책임을 내가 지기 때문에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라는 이 말이 사실은 맞는 말이다.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없을 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