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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Jul 23. 2023

꼬여버린 관계

서로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던 것

나만 아쉬운 관계




모든 행복과 불행은 사람 때문에


생각해 보면 살면서 행복과 고통의 중심에 항상 인간관계가 있었다.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사람 때문에 불행해졌다. 타인의 의해 나의 일상과 기분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 싫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 영향력은  나한테 꽤 세게 작용한다. 


안 좋은 관계를 많이 겪었다.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손절도 당해봤고 사람들과 많이 다투기도 해 봤다. 그런데 무엇보다 끝나도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 관계는 '내가 진심이었던 관계' 다. 내가 마음을 주었고 진심으로 대했는데 일방적인 배신을 당했을 때 그 사람이 미우면서도 완전히 털어지지 않는다. 배신의 이유를 알지 못해 더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런 결과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렸기 때문에 더 괴로웠다. 분명 저 사람이 잘못한 건데도 항상 '내가 만만하게 보여서 이런 일은 당한 거지'라고 자책하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했다.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물론 이런 자책이 나쁘지만은 않다. 사람들과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한 번씩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은 점점 닫혀가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도 않고 마음을 쉽게 주지도 않는다. 상처받는 게 싫어서일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사람으로 인해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타인에 의해 흔들리는 나를 더 이상 보기 싫다.


요즘도 그렇다. 저렇게 다짐했건만 어느 관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진심을 보여주고 상처받는 일이 있다. 그리고는 후회했다. 내 마음을 드러내지 말걸.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걸. 그리고 또다시 너무 착하고 바보 같았던 내 탓을 한다. 거울을 보며 ' 그래 이런 일 당하기 딱 좋게 생겼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저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거다


분명 나처럼 인간관계에서 자책만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관계는 쌍방이다. 그렇기에 내 탓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대화로 해결 가능한 것들이다. 특히나 서로 잘 알고 지냈던 사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단칼에 무 자르듯 잘라버렸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내가 딱 그 정도였다는 것이다. 나만 아쉬운 관계였던 거다. 상대는 간절하지 않은데 나 혼자만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댔던 것이다. 결국 언젠가 끊어질 관계였던 것이다.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놓아주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와 나는 서로 간절하지 않았기에 멀어진 것이다. 그러니 끝난 인연에서 자신만을 너무 자책하지 말 것.  나에게만 불리한 해석을 하지 말 것. 그냥 서로의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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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쿨하게 모든 것을 털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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