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던 것
모든 행복과 불행은 사람 때문에
생각해 보면 살면서 행복과 고통의 중심에 항상 인간관계가 있었다. 사람 때문에 행복했고 사람 때문에 불행해졌다. 타인의 의해 나의 일상과 기분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이 싫었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 영향력은 나한테 꽤 세게 작용한다.
안 좋은 관계를 많이 겪었다. 갑작스럽게 일방적인 손절도 당해봤고 사람들과 많이 다투기도 해 봤다. 그런데 무엇보다 끝나도 말끔히 해결되지 않는 관계는 '내가 진심이었던 관계' 다. 내가 마음을 주었고 진심으로 대했는데 일방적인 배신을 당했을 때 그 사람이 미우면서도 완전히 털어지지 않는다. 배신의 이유를 알지 못해 더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런 결과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렸기 때문에 더 괴로웠다. 분명 저 사람이 잘못한 건데도 항상 '내가 만만하게 보여서 이런 일은 당한 거지'라고 자책하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했다.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물론 이런 자책이 나쁘지만은 않다. 사람들과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한 번씩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은 점점 닫혀가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도 않고 마음을 쉽게 주지도 않는다. 상처받는 게 싫어서일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사람으로 인해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타인에 의해 흔들리는 나를 더 이상 보기 싫다.
요즘도 그렇다. 저렇게 다짐했건만 어느 관계에서는 나도 모르게 진심을 보여주고 상처받는 일이 있다. 그리고는 후회했다. 내 마음을 드러내지 말걸.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걸. 그리고 또다시 너무 착하고 바보 같았던 내 탓을 한다. 거울을 보며 ' 그래 이런 일 당하기 딱 좋게 생겼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저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거다
분명 나처럼 인간관계에서 자책만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관계는 쌍방이다. 그렇기에 내 탓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도 있지만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대화로 해결 가능한 것들이다. 특히나 서로 잘 알고 지냈던 사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단칼에 무 자르듯 잘라버렸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내가 딱 그 정도였다는 것이다. 나만 아쉬운 관계였던 거다. 상대는 간절하지 않은데 나 혼자만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댔던 것이다. 결국 언젠가 끊어질 관계였던 것이다.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놓아주라는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와 나는 서로 간절하지 않았기에 멀어진 것이다. 그러니 끝난 인연에서 자신만을 너무 자책하지 말 것. 나에게만 불리한 해석을 하지 말 것. 그냥 서로의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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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쿨하게 모든 것을 털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