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생각보다 큰 무기입니다

by 감성기복이

이번달도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았다. 저번달은 추석이 있어서 상여금에 월급에 나름 따뜻한 한 달을 보냈다. 어? 이 정도면 다닐만한데? 월급을 받고 일의 의욕이 샘솟은 게 얼마만이던가. 하지만 눈을 뜨고 이번달 월급이 찍힌 알림을 보고 '이 월급을 받고 다녀야 하나...'라고 생각한 후 다시 눈을 감았다. 사람 마음이 이토록 간사하다. 부모님한테 하소연을 했다. 그러니 "야. 그만큼도 못 받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 하며 내 퇴사욕구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사람은 항상 위만 보게 되어있으니까.








말 그대로 밥벌이


하지만 이 쥐꼬리만 한 월급에라도 매달리며 계속 다닐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월급은 나의 삼시 세 끼를 해결해 준다. 먹고 싶은 것을 맨날 사 먹을 만큼 풍족한 월급은 아니지만 일단 밥을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는데 아주 큰 의의가 있다. 전에 학교 다닐 때나 퇴사했을 때 삼각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던 적이 있다. 내 식당은 학관도 아니고 밥집도 아니고 편의점이었다. 그때 당시 학식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는데 그것조차 아까워 편의점에서 땅콩샌드를 사 먹거나 달달한 우유로 끼니를 해결했다. 퇴사하고도 돈 아껴서 최대한 오래 버티려고 삼각 김밥과 우유로 식사를 대신했다. 그러다가 직장에 다시 들어가 치킨을 사 먹었는데 그때 느꼈다. 월급은 생각보다 큰 힘이었다는 것을. 맘 졸이지 않으며 치킨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라는 것을 그때 체감했다.




자존감 지킴이


돈을 벌지 않을 때 집에서의 '나'를 생각해 보면 참 많이 주눅이 들어 있었다. 아니 집 뿐만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그랬다.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 눈치를 많이 봤다.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게 일 인분 몫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혼자 계속 침체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말도 당당하게 하지 못했다. 특히 가장 난처할 때는 가족들 생일이나 혹은 어떤 기념일에 선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 같으면 그날만큼은 돈 생각 안 하고 썼을 텐데 이제는 그것조차 못하니 나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있었다. 자존감이 떨어질수록 마음은 조급해졌다. 빨리 뭐라도 해서 일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조급할수록 일이 잘 될리는 없었다. 어쩌면 내가 다시 직장인이 된 것은 내 자존감 하락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에 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디딤돌


만약 지금 가진 것이 없다. 정말 나는 요즘 말하는 대로 '흙수저' 다 하면 무조건 직장 생활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흙수저일수록 사업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도 직장 생활로 어느 정도의 시드를 모으는 것은 필요하다. 어디 돈뿐인가. 직장에 들어가 시스템을 배워야 사업을 해도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없는에 멘땅에 헤딩은 추천하지 않는다. 월급을 받아 조금이라도 저축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잔고가 쌓인다. 시드를 모으는 데는 매월 꾸준하게 들어오는 돈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면 자신이 그 돈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경험에 투자하던 차곡차곡 모아 사업을 계획하던 어쨌든 월급이라는 작은 돈은 자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맞다. 월급 아무리 모아봤자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 티끌이 훗날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벌만한, 그만한 일을 일으킬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수는 있다. 나도 처음에 월급을 적은 돈이라도 우습게 봤던 날들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내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배움을 줬던 기회들이 그 적은 월급 안에서 나왔다. 월급이라는 것은 꽤 강력한 에너지다.








월급이 무조건 최고다. 월급쟁이로 사는 게 행복하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인생에 월급쟁이로 살아야 하는 시기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월급이 마약처럼 돼서 월급의 노예로 사는 삶은 불행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회사가 아닌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 돈을 벌어 봐야 한다는 말에 너무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프리랜서의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인생의 계획을 세워 자신의 꿈을 천천히 이루어가는 사람도 있다. 나를 포함해 그런 사람들에게는 월급이 어찌 보면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