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에 맞는 직장은 없습니다
회사 일이란 것은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간다. 간혹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아주 잘 맞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전문직이나 특수한 일인 경우가 많다. 그 외에는 적성에 맞지도 않고 안 맞지도 않는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부터 우리는 회사를 적성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취직이 되는 곳에 들어왔다. 다행히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들어간 사람은 초반에 적성보다 회사에 대한 만족감이 더 우위에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그 일이 자신에 몸에 안 맞는다면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오래 버티기 힘들다.
적성에 안 맞는 회사원들이 많은 이유
그럼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적성에 안 맞는데 몇십 년을 다니는 걸까? 나는 너무 궁금해서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답은 여러 가지였다. 먹고사는 게 너무 바빠서 적성을 까먹었다는 대답이 제일 많았고, 일은 하다 보면 익숙해지니까 나름대로 할 만해져서 다닌다는 대답도 있었다. 둘 다 맞는 말 같았다. 전자의 경우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먹고사는 게 아무리 급해도 하기 싫었다. 나는 후자의 의견에 좀 더 가까웠다. 처음 하는 일이면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하루 8시간씩 그 일을 계속하는데 못할 수가 없다. 결국 잘 하게 된다. 만약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적성에 안 맞아서 일 수도 있지만 일머리가 없는 경우일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적성에 안 맞는다고 일을 못하지는 않는다. 적성은 내가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즐겁고 만족할 수 있냐의 문제지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그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 하면 그때는 적성에 맞는지가 중요하다. 적성에 맞는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그 업무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재능도 노력이 있어야 꽃피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비슷한 문제다. 적성도 노력을 해야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적성이 아닌 일도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 나도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노력으로 커버하니 그래도 꽤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적성과 지속성
문제는 지속성에서 온다. 적성에 안 맞는 일은 지속하기 힘들다. 잔잔한 날들일 때는 괜찮다. 다닐만하다. 그런데 회사 생활이 잔잔하기만 한 건 아니다. 꼭 위기가 온다. 그럴 때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일 외의 다른 것에서 위기가 와도 그 일이 좋은 사람은 쉽게 놓지 않는다. 거기서 해결할 방법을 생각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위기가 오면 퇴사부터 생각한다. 위기를 기회로 도망치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일도 안 맞았고 이때다 싶은 마음이 든다. 결과적으로 남겠다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런 마음으로 계속 다니는 것은 나에게도 그 직장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적성에 맞지 않아도 직장을 다녀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장은 다이내믹한 곳이다. 내일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다. 그 안에서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우고 사람과의 관계도 배운다. 다닐 때는 이걸 어디다 쓰냐 하지만 나와보면 나름 쓰일 곳이 많다. 내가 직장에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사회화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전보다 많이 배운 것 같다. 일머리도 전혀 없었는데 나름 많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이 맞는 사람인지에 대한 팁도 많이 얻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방법
나에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야지 하면 너무 큰 범주에서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일이 무수히 많은데 그걸 내가 다 경험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책이나 드라마를 통한 간접경험으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가 <허준>이라는 드라마라고 한다. 그 드라마가 한창 인기 있던 시절 모든 고등학생들의 꿈이 한의사였다고 한다.
일단 나는 가장 먼저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VS 조용히 혼자 일할 때 성과가 나는 사람인가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도 선택지가 많이 좁혀진다. 만약 후자를 골랐다면 그다음에는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소질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딱히 내가 소질 있는 분야를 잘 모르겠다면 그다음은 관심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다. 처음부터 소질이 있는 것을 찾으면 좋지만 관심 있는 것도 자신이 계속 파다 보면 없던 소질이 개발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왔으면 거의 다 온 것이다. 거르고 걸러 하나를 선택했다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시작할지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자신은 전자를 선택한 사람인데 현 직장이 안 맞는 것이라면 스타트업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타트업은 사원수가 적어 자신이 더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일반 회사보다는 자율적이다. 특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생산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아직 검증되지 않은 회사들이 많아서 잘 골라야 한다는 위험성도 있지만 자신과 맞는 직무에 잘 들어간다면 대기업을 다닐 때보다 더 큰 애사심 생길 수도 있다.
회사는 내 적성을 맞춰가는 곳
회사 일이란 것은 내 적성에 맞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맞춰 가야 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고 하기 싫은 마음이 들 수가 있다. 가끔가다 회사 일이 잘 맞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시키는 일이나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에 소질이 있다. 이것도 적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도 일의 모든 부분이 적성에 안 맞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 자신이 맞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한 사수분이 해준 충고가 있는데 자신은 이 일에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안에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찾아냈고 그 부분을 더 발전시켰다고 한다. 이것도 하나의 방법인 듯했다. 회사를 다니는 날까지는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우리의 적성을 회사에 맞추는 길 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