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앞에도 성내천이

by 감성기복이
역시 좋은 핸드폰을 써야 하나보다. 실물이 사진에 10%도 안담긴다
버진로드 같았던 벚꽃길


작년 이맘때쯤 석촌호수를 갔었다. 3월쯤 갔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만개하기 전이라 벚꽃을 흠뻑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난생 처음 가본 벚꽃 축제였다.


벚꽃 축제라는 말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대체 왜 그걸 보러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가서 뭘 하는지, 단순히 사진을 찍으러 가는건지, 그거 보러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지 않았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의미 없이 목적 없이 그 무엇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꽃이 내게 주는 감정이 딱히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솔직히 아직도 왜 꽃을 보러 가는지 모르겠다. 아마 사람들은 꽃을 보러 가는 것보다 그 분위기가 주는 감정을 느끼러 가는 것 아닐까.




이번에 문득 한 영상을 보다가 잠실에 성내천이란 곳이 그렇게 산책하기 좋고 벚꽃길도 이쁘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꽃은 그닥이어도 산책은 꽤나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잠실이라는 멀고먼 거리 때문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체력이 약해진 뒤로 장거리가 무척이나 힘들다. 서울 나가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기력이 딸리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쉬는 날도 늦게 일어나서 뭐 하다 보면 금방 2-3시다. 그 시간에 잠실을 가기에는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항상 집에 있는 쪽을 택했다. 덕분에 성내천 벚꽃 구경은 물건너 가버렸다.


나는 참 특이하게 집 앞에 공원을 두고도 멀리 있는 것들을 탐낸다. 서울 거리를 좋아한다. 서울숲이나 올림픽 공원이나 이촌 한강 공원 여의도 한강 공원 같이 나와 멀리 떨어진 것들이 욕심난다. 굳이 굳이 집 앞을 산책하지 않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멀리까지 간다. 그렇게 멀리 나가놓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급하여 10분 걷다가 오거나 길어봐야 한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 다시 부랴부랴 집에 가는 길에 올라탄다. 하지만 이번에는 체력 고갈 이슈로 집 앞 공원이나 걷기로 했다. 아, 아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집이 원룸이고 환기도 안되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가 혈액검사에서 갑자기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급격한 상승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코르티솔 영향인 것 같다. 왜냐하면 호중구 수치가 올라가고 림프구 수치도 동시에 내려갔기 때문에. 최근에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강하게 받고 잠도 제대로 못 잤던게 정확하게 수치로 나온 것이다. 평생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이렇게 높았던 적이 없어서 충격을 거하게 받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또 다른 한편으로 정리해야겠다. 무튼간에 콜레스테롤은 먹는걸로 겨우 20%밖에 결정되지 않지만 유난을 떨어보기로 했다. 코르티솔은 내가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호르몬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안 받고 싶지만 안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검사 수치를 보니 그동안 내가 내 몸을 학대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아무거나 막 먹고 대충 지냈던 것들. 운동도 안한지 꽤 오래 되었다. 결론은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걷기로 했던 것이다. 내가 걷게 된 이유를 너무 장황하게 설명했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그래도 꽤 큰 호수공원이 나온다. 1년전만 해도 그 거리를 런닝을 했었는데 이젠 절대 뛰지 못하겠다. 체력이 그새 이렇게나 많이 떨어졌다. 무튼 그렇게 걸었는데 나는 여태껏 호수공원에 벚꽃나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 집 앞에도 성내천이 있더라. 서울은 아니라 아쉽지만 성내천 부럽지 않은 듯 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버진로드도 이런 버진로드가 없을 것이다. 그 어느 예식장의 버진로드보다 이 길이 가장 아름다울 것임을 자부한다. 아무리 신라 호텔에서 꽃을 몇천만원을 주고 최고급으로 장식한다고 해도 지금 이 길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버진로드를 따라 걷는데 약간은 황홀함도 느껴졌다. 그냥 잔잔하게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바깥 공기를 쐬니까 좋았고, 거기에 이런 꽃길은 덤이었다. 하지만 요즘 감정이 너무 메말라 있어서 만끽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제 벚꽃 구경을 왜 가는지 알았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모른다. 난 벚꽃을 보면 오히려 슬프다. 무슨 감정이랄까. 이제 정말 새해가 시작되었구나.. 라는 것과 이 벚꽃이 떨어지면 땀 흘리는 여름이 오겠지. 생각만 해도 힘들다. 그렇게 또 한해가 살아지고 지나가겠지. 나는 나아가는게 없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나아가겠지 하는 생각. 사실 너무 복잡하고 묘해서 글로 차마 다 표현이 안된다. 벚꽃이 피고 지는게 슬프지 않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마음껏 마음 편하게 벚꽃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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