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이 있을 때

그러려니 하세요

by 감성기복이
Screenshot 2022-05-22 at 02.31.28.jpg 저 사람은 그냥 그런가 보다. 그러려니.


요즘 새로운 팀으로 옮겨 적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 아직은 손발이 잘 안 맞는 사람들. 원치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생긴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 본다. "저 사람하고 일하고 싶다"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같이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 딱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확실히 같이 일하기 싫었던 사람들은 많이 떠오른다. 하지만 오래된 과거는 미화된다. 당시에는 분명 못 견디게 힘들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런 감정들이 잊혀졌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나는 싫은 소리도 못하고 , 할 말도 못 하고 그냥 내가 참지 하는 성격이다. 사람하고 얼굴 붉히는 일을 잘 못 만든다. 그래서 혼자 속앓이를 많이 한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도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나는 싫어도 싫어한다는 티를 낼 수 없는 위치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즐기기까진 못하겠고 그 사람들을 피할 수 없으니 내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고 했다. 나는 싸움을 싫어한다. 다툼에 내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이 제일 싫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그냥 참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내 선택지에 정면승부는 없다. 그러면 내가 덜 힘든 방법이 뭘까? 이제 상대를 본다. 저 사람이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일하는 스타일은 어떤지를 본다. 그리고 만약 상사라면 그 사람의 스타일을 따른다. 정 싫더라도 따르는 노력이라도 한다. 상사가 어떤 일을 시키기 전에 미리 파악하고 그 일을 해 놓는다. 이건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한테 한마디라도 더 듣는 게 너무 싫어서 그런 거다. 같은 직급의 동료라면 조율을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말이 안 통한다면 그냥 내버려 두고 이기적으로 나는 내 길을 간다. 좋게 말하면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는 거고 까놓고 말하자면 말하기 싫어서 관심을 끄는 거다.




그냥 그러려니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새벽부터 나와서 일하는 상사가 있었다. 워커홀릭인 듯했다. 회사 욕을 그렇게 하면서도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일했다. 아랫사람인 나로서는 스트레스였다. 특히 그 전 상사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 편하게 살았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전과 후의 갭 차이가 너무 커진 탓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런 상사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하기를 바란다는 거다. 나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일하고 싶은데 그 사람 기준에서는 내가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그 사람처럼 일 할 자신이 없었다. 출근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모든 부분에서 그랬다. 처음에는 나도 노력해봤다. 그런데 뱁새가 황새 따라가자면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했던가. 숨이 막혔다. 그래서 그냥 나는 내 의무만 다하자 라는 마음으로 근무했다. 그 사람이 인정해주면 다행인 거고 안 해줘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


직장 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은, 많은 부분들을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 같다. 이 그려려니의 포인트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있다. 이 큰 회사의 결정들과,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시스템들과 그에 따라 움직이는 상사들, 자기 마음대로 일하는 동료들까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내가 더 이상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그려려니 하게 된 거다. 그려려니는 내 마음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이자 함께 일하기 위한 나의 수단이다.








어릴 적에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할 말 다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나중에 회사를 가면 그런 사람이 되리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난 정확히 정반대로 가고 있다. 간이 콩알만 한 나는 함부로 내 의견을 말할 수도 없었고 말한다 해도 거부당했다. 어쩌면 그 경험들이 나를 매사에 "그려려니"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아마 나는 이렇게 살 거다. 내 꿈은 이렇게 고요하고 조용하게 직장생활을 하다 퇴사하는 게 목표니까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