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것

삐- 오늘 상사의 기분은 하락장입니다

by 감성기복이
Screenshot 2022-06-16 at 01.49.01.JPG 오늘 그의 기분은?




작년부터였던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주식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장을 확인하고, 단타를 친다며 업무 중에 수시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가뜩이나 아침이 바쁜 직장인인데 주식 때문에 하루의 시작이 더 분주해지고 있다. 그런데 매일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주식장 말고도 다른 장이 또 하나 있다는 사실 알고 있으신가요?







주식 하락장보다 무서운 상사의 기분


들어는 봤나. 그 이름도 유명한 상사의 기분 5일장이라고. 지금 내가 지은 이름이다. 5일마다 열리는 그 5일장의 뜻은 아니고 일주일 중 5일 동안 확인해야 하는 상사의 기분을 말한 거다. 아침에 증권사 앱을 딱 켰는데 주식이 하락장이면 기분이 안 좋다. 이와 비슷하다. 조금 과장해서 말해 오늘 상사의 기분에 내 하루의 운명이 달려 있다. 상사의 컨디션에 따라 내 컨디션도 좌우된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불쌍하지만 살아남으려는 생존본능이랄까. 마치 맹수의 위협을 미리 감지하고 몸을 숨기기 위해 귀를 쫑긋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침마다 그의 목소리 톤을 살피고, 내가 인사를 했을 때의 반응을 살핀다. 내 인사에 계속 모니터만 보며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날은 기분이 안 좋은 날이다. 이날은 몸을 사려야 한다. 주식의 하락장보다 더 무서운 것이 그의 기분이 하락장인 날이니까 말이다.






기분파 상사의 유형


왜 상사들은 대부분 기분파일까? 내가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분파였다. 일단 기본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팀에서는 항상 우울모드였다. 출근만 하면 매일매일 실적 걱정이었다. 사실 나는 반은 이해가 가고 반은 가지 않았다. 내 감정이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닌가. 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가보지 않은 이상 얼마나 고충이 큰지 또한 모르니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배고프면 기분이 안 좋은 상사도 있었다. 이 상사는 아침에 유독 기분이 안 좋았다. 굶고 오거나 허기진 날이면 밑에 사람들이 꼭 한소리씩 들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이것도 나는 눈치가 없어 몰랐는데 옆에서 알려줘서 알았다. 배고프면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그리고 먹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기분파 상사 중 그래도 귀여운 유형에 속한다.


제일 힘들었던 사수는 기분이 안 좋은 게 디폴트고 거기서 등락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아무리 상승장이어도 계속 파란불인 거다. 기본적으로 항상 화를 품고 있고, 거기서 하락장까지 오면 어떤 쓴소리를 들을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지경이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항상 그 상사의 말에 상처받았고 숨도 못 쉬었다. 그래서 그 팀에는 모두 떠나고 싶은 직원들만 있었다. 인력 순환을 촉진시킨다. 얼마나 사람이 수시로 나가고 들어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이해되지만 이해되지 않아


머리로는 그렇다. 직장에서 왜 내 기분대로 행동하는 건지 모르겠다. 한 번은 엄마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안 그러는데 사람들은 다 자기 기분 나쁜 것을 티를 낸다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나한테 오는 것 같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그랬다. " 사람이니까 그런 거야. 그리고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는데 어떻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도 그럴 것 같았다. 나도 내 기분을 컨트롤한다고 했지만 티가 났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으로 내 기분이 나쁜 것까지 컨트롤 되지는 않았다. 백번 넘게 이해한다고 해도 그들의 태도에 내 감정은 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나치다 싶을 만큼 기분파인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이해조차 해주기 싫었다.


하여간 앞으로도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의 기분을 살필 것이다. 이러다 눈치 백 단이 될 것 같다. 직장 다니며 사람 공부는 엄청 많이 하는 것 같다. 이제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신 있다. 이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자. 항상 복병은 있는 법.... 예전만 해도 기분파 상사를 안 만나기를 기원했지만 요즘에는 아니다. 그냥 내가 눈치 빠르게 행동하는 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직장인의 아침은 힘들다. 요즘 가뜩이나 주식도 하락장인데 어느 하나는 상승장이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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