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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잊고 사는 게 잘 사는 건가

나이를 까먹은 젊은이

by 감성기복이


난 왜 이러고 사나. 왜 하루하루 이렇게 미친년처럼 사나. 그날로 관뒀어




나이를 까먹은 젊은이


언제부턴가 내 나이를 까먹었다. 오늘 갑자기 내가 지금 몇 살이지를 생각하는데 바로 떠오르지가 않았다. 보통 이런 현상은 50이 지나 정신없이 인생을 살아온 어른들한테서나 봤던 모습인데.... 난 50도 아닌데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사실 요즘 이런 현상이 나이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여러모로 심해졌다. 가끔 어제 했던 일이 까마득한 옛날 일같이 느껴질 때도 있고 생각이 안 날 때도 있다. 해가 바뀌었는지 기억을 못 할 때도 있다. 기타 등등 자잘한 것들은 더 잘 까먹는다. 정신이 없다. 정신이 없이 살아서 그렇다.


누군가는 이렇게 사는걸 열심히 사는 거라고 말한다. 나도 어른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바쁘게 사는 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데 이런 '열심히'가 '제대로' 산다는 말과 동의어가 될 수 있을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산다는 것은 슬프다. 그래서 가끔, 아니 종종 '뭐 하러 이러고 사나' 하고 생각에 잠길 때도 있다. 잠도 못 자고, 말짱한 정신으로 사는 하루가 별로 없는데 남는 건 없다.










삼시세끼가 보장된 삶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우선 삼시 세끼를..... 아니다. 현대인에게 세 끼는 사치다. 아침은 건너뛰더라도 두 끼는 제대로 먹고 싶다. 끼니를 거르거나 과자로 때우거나 아니면 편의점 음식을 먹는 날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저녁은 집에 오면 늦게나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야식인지 헷갈린다. 먹는 거로 삶의 질이 얼마나 떨어질 수 있는지를 체감 중이다. 그리고 잠을 자고 싶다. 두 눈이 말똥말똥 해질 때까지 잠 좀 자고 싶다.



나는 결국 내 나이가 생각나지 안서 직접 출생연도를 빼서 계산해 봤다. 어른들이 나이를 띠로 개산 하는 이유를 이제 알았다. 나도 이제 띠로 계산해야 하나보다. 이러다 내가 무슨 띠였는지까지 까먹는 건 아니겠지. 기억해. 기억해야 해 돼 나는 돼지띠야. 도깨비의 명대사를 여기서 써먹을 줄이야....










비행 마치고 어느 날 집에 가는데 어느 집 베란다에 여자가 빨래를 툭툭 털면서 너는 거야. 너무 평온해 보이더라고. 오늘 날씨가 이렇게 좋았구나. 그때부터 하늘도 좀 보이고. 난 왜 이러고 사나. 왜 하루하루 이렇게 미친년처럼 사나. 그날로 관뒀어




전에 한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다. 이 말이 이제 와서 이렇게 온몸으로 느껴질 줄이야. '정말이지 난 왜 이렇게 미친년처럼 살고 있는가'. 하지만 현실은 이런 생각을 해도 그만둘 수 없다. 미친년 말고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름 열심히 바쁘게 산다고 살던 날들에 엑스 표시를 많이 치고 있는 요즘이다. 사치스러운 평온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 내 나이도 잊고 내가 꿈이 뭐였는지도 까먹고 살아서 뭐 한담. 오늘도 내 평온한 날들을 염원하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는다. 내 글에 날개가 달려 날아가 자유를 가져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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