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주저 앉게 만들어
손을 다쳤다. 꽤 깊게 베인 것 같은데 그래도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라서 그냥 혼자 밴드를 붙이고 드레싱을 했다. 상처가 계속 벌어지지 않게. 그런데 겨우 2cm 정도? 다쳤을 뿐인데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씻는 게 제일 불편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려고 타자를 치는 것도 심하게 불편하다. 또 물이 안 들어가게 조심조심해야 하니 요리하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작은 상처라도 이만큼 힘든데 더 큰 상처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상처 : 마상
세상에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 많다. 크고 작은 외상 들고 많지만 몸의 상처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많다. 심한 외상은 치료하기 힘들다. 치료해도 회복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몸이 다시 100프로 제 기능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만큼 심각할 수 있는 것이 마음의 상처이기도 하다. 내 생각으로는 한번 마음에 난 상처는 아주 작은 것이라고 완전히 없어지기는 힘들고 반드시 흔적을 남기는 것 같다. 우리는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지만 기억의 동물이기도 하니까. 특히나 안 좋은 이벤트들을 더 잘 기억하고 더 오래 기억하기 때문에. 이런 특징은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온 거라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기억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흔적을 최대한 옅게 만드는 것이다. 상처가 났을 때 빨리 치료하면 흉터를 최대한 덜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상처를 방치했다가 나중에 치료한다면 확실히 예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도 대우해주자
우리는 종종 이것을 간과한다. 몸의 상처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통증이 있기 때문에 잘 살펴주지만 마음의 상처는 '괜찮아'라는 말로 참고 넘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상처를 가지고 버틴다.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리라고 생각하며. 혹은 그것이 상처인지 모를 때도 있다. 근데 마음에도 재생 기능이 있을까? 마음은 무한정 분열하는 세포가 아니다. 새살이 나는 것처럼 상처가 났을 때마다 새로운 세포가 그곳을 메꿔주는 그런 기능이 마음에는 부족하다. 물론 처음에 작은 상처로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작은 스크래치가 여러 군데 나다 보면 마음은 재생 기능을 상실해 버린다. 그리고 그때는 정말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 손에 난 작은 상처를 보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에 난 작은 상처도 분명 이렇게 불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그것이 표면의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몰랐을 뿐. 그 상처들은 속을 다 헤집어 놓았을 거다. 상처가 많아지면 굳은살이 생긴다. 그래서 같은 상처에 무뎌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과포화 상태가 된다. 다시 말해 한도 초과다. 더 이상은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택한다. 혼자일 때가 제일 고요하니까. 더 이상 방패와 창을 들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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