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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일리 캡슐 두 개

행복의 역치

by 감성기복이


Screenshot 2022-06-28 at 00.38.31.JPG 내 행복의 역치는 일리 캡슐 두개





최근에 일리 머신을 샀다. 이뻐서 산 것도 있고 치솟고 있는 커피값에 경제적으로 돈도 아낄 겸 해서 샀다. 확실히 머신을 사고 나가서 사 먹는 커피값은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점의 커피처럼 그렇게 깊은 맛은 나지 않았다. 맛있긴 한데 진한 커피를 먹다가 캡슐 커피를 먹으니 너무 물 같았다. 그래도 꽤 사 먹는 거랑 비슷한 맛이 나서 집에서 이게 어디냐 하며 만족하며 잘 쓰는 중이다.








이 작은 캡슐이 주는 행복


나가서 사 먹는 커피는 한잔에 아주 작은 것을 마셔도 거의 5000원 돈이다. 그것에 비하면 일리 캡슐은 한통에 17000원 정도 한다. 캡슐은 18개인가 21개인가 들어있는 것 같다. 작은 사이즈의 아메리카노를 세 번 사 먹을 돈이면 캡슐 한통을 살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커피 맛이 너무 연하다. 그래서 두 개, 아니 세 개는 내려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캡슐 커피를 먹는 의미가 없어진다. 돈 아끼려고 먹는 것인데 한번 먹을 때 두세 개씩 막 내려 먹으면 결국 크게 절약할 수는 없다. 게다가 내려 먹기도 간편해서 매일 두 번씩은 내려먹는다. 이렇다 보니 캡슐이 쑥쑥 들어간다. 전 같으면 나가야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집에 있는 날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참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 커피값에 쓰는 돈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그렇다.





행복의 역치 : 내 꿈은 일리 캡슐 두 개


전에 나는 언젠가 카페에 가서 가격 생각하지 않고 먹고 싶은 커피를 마음껏 사 먹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내가 그만큼의 재력만 가질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귀엽고도 소박한 꿈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지금은 그것보다 더 소박해졌다. 이제는 ' 일리 캡슐 두 개만 맘 놓고 내려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사실 커피값 한잔에 6-7천 원 하는 걸 생각하면 캡슐 두 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것마저도 비싸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갑자기 깊은 상념에 잠긴다.


내가 일리 캡슐 두 개를 행복의 조건으로 걸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적어도 나는 몰랐다. 세상을 껌으로 봤나 보다. 전에는 세상이 희망이었다면 이제는 체념으로 보인다. 단념과 체념을 공부해 가는 과정이 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일리 캡슐 두 개에 행복을 느낀다니 말이다. 행복의 역치가 굉장히 낮다. 나중에는 이것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카누 미니 스틱 두개. 뭐 이렇게 말이다.










꿈의 역치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여전히 한껏 귀엽고 작은 꿈을 꾸고 있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꿈이야? "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절실한 꿈이다. 실제로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나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생겼고, 사고 싶은 것을 사고 , 매년 같은 옷을 입지 않아도 되었다. 전보다는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졌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래 봤자 여전히 흙수저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오직 나를 시간순으로 늘어놓았을 때 분명 난 변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끝이 없다. 조금만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아니, 사실 아주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지만 조금만 이라고 말하겠다. 기대를 크게 했다가 실망하기 두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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