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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로 살고 싶은데요

개미의 꿈

by 감성기복이
개미의 꿈은 베짱이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안 좋게 묘사된다. 베짱이와 개미를 비교해 베짱이처럼 살면 안 된다는 인생의 교훈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 직장인이 되고 보니 할 수만 있다면 베짱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의 로망과 꿈은 베짱이다.








베짱이처럼 살고 싶은데요


끔 생각한다. 내 진짜 적성은 한량이지 않을까. 어릴 적 내 꿈은 매일매일 아침에 출근해 밤까지 야근하는 그런 멋진 직장인이 꿈이었다. 매일 밤 한강 야경이 보이는 도로를 달려 집에 오는 게 로망이었다. 물론 이 꿈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도 알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직장인은 회사에서 정해 준 대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시간에 야경은 무슨....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과 감정들을 정리하기에도 바쁘다.



어릴 때 그렇게 빛나 보였던 직장인이라는 프레임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이젠 안다. 말로는 "이 세상 직장인들 다 이러고 살지. 내가 유별난 거지" 하면서도 나는 정말 이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 이러고 살 자신이 없다. 다행히 요즘은 사는 방식이 다양해져서 꼭 직장이 아니라도 된다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이 아니어도 먹고살 수 있는 능력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을까. 아직은 없다. 그 능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데 과연 그 능력이 완성되어 나를 먹여 살릴 수 있을 때까지 이 생활을 버틸 수 있냐가 문제이다. 당장 내일도 출근만 생각하면 이리도 끔찍한데 말이다.





베짱이는 기타가 적성이었어


어쩌면 베짱이는 기타가 적성이지 않았을까. 개미 눈에는 노는 것처럼 보여도 베짱이는 열심히 배고픈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뭇잎 위에서 하루 종일 기타인지 바이올린인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잠만 자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요즘 세상 같았으면 열심히 식량을 나르는 개미보다 베짱이가 세계 무대로 나가 더 큰돈을 벌었을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를 기준으로 보자면 90프로 이상이다. 아니 99프로 까지라고도 생각한다. 일이 불행하다면 그 인생도 불행하다. 일 말고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도 이건 힘든 지금은 버티게 해 줄 뿐 내 인생을 행복하게는 만들어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함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JOB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고비가 찾아오고 권태가 밀려왔을 때 그것을 이겨내고 계속할 수 있는 일만 찾아도 인생 어느 정도는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일하기 싫어 병은 점점 더 깊어지고 나의 필살기인 퇴사 카드를 "옜다~" 날리고 싶은 마음은 더 굴뚝같아진다. "어서 도망쳐~" 내 온몸의 세포들이 말한다. 꿈을 잊은 어른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아직 마음속에 소년과 소녀가 살고 있나 보다. 환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이 안전한 직장이 이토록 버티기 힘든 것이 아닐까? 혼자 또 소설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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